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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스폰서 정아무개씨가 지난 15일 작성해 <오마이뉴스>에 보낸 육필편지. 그는 이 편지에서 검사 스폰서 사건 연루자들을 제대로 처벌받지 않은 현실에 답답함을 호소했다.
 검사 스폰서 정아무개씨가 지난 15일 작성해 <오마이뉴스>에 보낸 육필편지. 그는 이 편지에서 검사 스폰서 사건 연루자들을 제대로 처벌받지 않은 현실에 답답함을 호소했다.
ⓒ 구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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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0년 법조계 안팎을 뒤흔들었던 '검사 스폰서' 정아무개씨가 31일 만기출소한다.

부친의 사업을 물려받아 부산·경남지역에서 건설회사를 운영했던 정씨는 지난 2008년 경찰 승진 로비와 사건무마 명목 등으로 총 7400만 원을 받은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구속돼 2년간 복역해왔다.

특히 정씨는 <오마이뉴스>와 시사주간지 <시사인>, MBC <피디수첩> 등에 전달한 제보를 통해 "20여 년간 60여 명의 검사들에게 향응과 성접대를 했고, 금품을 건넸다"며 "그렇게 스폰서 비용으로 들어간 금액은 총 10억 원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쥐치포 상자에 담긴 현금, 순금 마고자 단추, 병풍 뒤 섹스놀이, 원정접대, 모델접대, 경찰헬기 동원 등 정씨가 폭로한 내용은 그동안 가려져온 '검사의 스폰서 문화'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하지만 정씨가 어렵게 결심해서 폭로한 '검사 스폰서' 사건은 검찰진상규명위와 스폰서 특검을 거치면서 '완벽하게' 축소·은폐됐다. 이를 바탕으로 사건에 연루됐던 일부 검사장급 인사들은 법원으로부터 면죄부를 받았다.     

이에 정씨는 지난해 4월 <검사와 스폰서, 묻어버린 진실>(책보세)을 펴내 자신이 접대한 검사들의 실명을 대부분 공개해 다시 파문이 일기도 했다. 

특히 정씨는 출소하기 보름 전인 지난 15일 작성해 기자에게 보낸 육필편지에서 "그렇게들 노력하셨는데 참 어려운 무한한 권력을 가진 집단…"이라며 "제가 시도한 것(폭로)이 전혀 순기능을 하지 못하고 오히려 더 퇴보된 것 같아 마음이 답답하고 가슴이 아프고 억울하기 짝이 없다"고 말했다.

세 차례에 걸쳐 MBC <피디수첩>에서 '검사와 스폰서'편을 연출했던 최승호 피디는 "검찰은 자체조사에서 진상을 은폐했고, 특검 수사는 상당히 부실했다"며 "검사 스폰서 사건이 검사의 문제점을 극명하게 느끼해준 것이었음에도 처벌받은 사람이 한 명도 없다는 것은 현재의 사법제도가 검찰에는 무기력한 제도임을 잘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최 피디는 "국민들은 이러한 문제점을 다 기억할 것"이라며 "이것이 결국 다음 정권에서 대대적인 검찰개혁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 피디는 "검찰은 제보대상을 조사한 게 아니라 오히려 제보자인 정씨와 그의 주변을 계좌추적하고 압수수색하는 것으로 제보자에게 압박을 가했다"며 "정씨가 폭로함으로써 그와 그의 가족이 겪은 아픔이 더 커졌다"고 안타까운 심경을 전했다.

최 피디는 "우리에게 제보할 때 이미 정씨는 검찰에 기소된 상태였는데도 자기 몸을 던져 폭로했다"며 "그런 점에서 우리 사회가 정씨를 더 위로하고 그에게 관심을 많이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태그:#검사 스폰서, #PD수첩, #최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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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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