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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살린다면서 바다는 죽여도 되나. 영산강 수질 개선한다면서 목포 인근해역과 서남해는 오염시켜도 되나."

 

만 32년 공직생활을 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그의 발언엔 거침이 없었다. 김삼열 전 목포지방해양항만청장. 그는 해양환경과 해양안전, 항만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현장정책통이다. 그가 현직에 있을 때부터 지금까지 줄기차게 "영산강 저층수 배출시설을 만들어서는 절대 안 된다"고 주장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오마이뉴스>는 설 연휴 전인 지난 20일 목포 하당 평화공원에서 김 전 청장을 만났다. 영산강 하구언 둑이 눈에 잡혔다. 눈에 익숙한 하굿둑 양 옆으로 영산강 살리기 사업 및 수질개선 사업 일환으로 보이는 공사가 한창이다.     

 

영산강유역환경청은 "영산강의 수질을 '좋은 물' 수준으로 끌어 올리겠다"며 2015년까지 사업비 6230억 원을 투입해 수질개선사업을 벌일 계획이다. 그런데 김 전 청장은 이 영산강 수질개선 사업에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농어촌공사는 2010년 4월에 영산호 바닥에 쌓인 각종 퇴적물질을 바다로 내보내기 위해 지름 2.2m 길이 1335m 관로 2개를 하굿둑 안팎으로 통과하도록 설치할 계획이라고 발표했었습니다. 제가 목포지방해양항만청장으로 재직할 당시입니다. 영산강 하굿둑이 생긴 이래 약 30년 동안 둑 안에 쌓인 퇴적물을 한꺼번에 바다로 내보내는 시설이 '저층수 배출시설'입니다.

 

말이 강 밑바닥 아랫물이지 이 저층수는 사실상 30년 동안 나주, 함평, 무안 등 영산강 인근지역에서 강에 배출해서 쌓인 축사분뇨, 인분 등 오염물질입니다. 이 때문에 영산강이 공업용수로도 못 쓰는 물이 된 것 아닙니까.

 

그런데 이 오염물질을 정화장치 등 아무 여과절차 없이 바다로 내보내면 목포바다는 어떻게 되겠습니까. 해양환경 오염이 불 보듯 뻔한데 해양환경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잠자코 있어서는 안 되는 문제였습니다."

 

"목포바다로 내보내겠다는 저층수는 단순 퇴적물 아니다"

 

김 전 청장이 분개한 것은 비단 이 때문은 아니었다. 농어촌공사가 하굿둑에 대형 관로 두 개를 설치하는 것과 관련 유관기관인 목포지방해양항만청과 협의하지 않은 것은 물론 계획 자체를 알리지 않은 것이다. 전남도와 목포시는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이 관로가 목포 인근바다에 어떤 환경적 영향을 끼치는지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한 상태였다.

 

그는 우선 영산강 수질개선 사업과 관련 관계기관 대책회의를 요구했다. 아울러 하굿둑 대형 관로설치에 따른 환경영향보고서 내용을 확인했다.

 

"기가 막히더군요. 아무리 지금의 한국 상황에서 환경영향평가는 의뢰자(사업자)의 의도를 반영할 수밖에 없다고 하지만 저층수 배출시설을 만들어 영산강 퇴적물을 목포바다에 배출했을 때 영향이 딱 두 줄로 정리돼 있는 겁니다. '영산강 배출수를 목포바다에 배출해도 목포 인근해양 환경엔 영향이 없다'라니·…."

 

해양환경 정책에 잔뼈가 굵어온 그는 관계기관 대책회의에서 '저층수 배출시설'의 문제점에 대해 일일이 지적했다.

 

"저는 '목포바다로 내보내겠다는 저층수는 단순 퇴적물이 아니다, 오염될 대로 오염된 오염물질이다, 이 오염물질이 그냥 목포바다로 흘러들었을 땐 목포바다 뿐만이 아니라 고하도 지나 해남 화원반도 앞바다, 우수영바다, 진도 앞바다까지 오염된다, 조류 흐름상 그렇다'고 말했어요.

 

그랬더니 한 유관기관 관계자가 한다는 말이 '홍수기에 내보내면 티가 안 난다'고 하는 거예요. 지금도 홍수기 때 영산강 하구언 수문 두 개만 열어도 목포여객선 터미널 앞바다까지 쓰레기가 둥둥 떠다녀 배가 운항을 못할 지경인데 그런 막소리를 하는 겁니다."

 

기관의 수장이 대놓고 정부 시책사업인 4대강 사업을 반대한다는 말이 돌았다. 여기저기서 전화가 걸려왔고 우려의 목소리도 전해졌다. 하지만 그는 입장을 포기하지 않았다.

 

농어촌공사의 '꼼수'... "규모만 축소됐지 본질적으로 저층수 배출시설"

 

"저는 '반대'를 한 것이 아닙니다. 대안을 얘기한 것이죠. 비용이 들더라도 저류시설을 만들어 맑은 물은 바다로 내보내고 남은 찌꺼기는 말려서 소각하자는 것이죠. 4대강 수질사업에 앞으로도 수조원이 소요될 것이란 보도가 나오고 있잖아요. 농어촌공사는 영산강 하구언 옆에 땅도 가지고 있어요. 어떻게 활용할지 몰라 골프장을 짓네 마네 하는 얘기까지 하고 있습니다. 그곳에 저류시설 만들면 됩니다. 4대강 살린다면서 바다는 죽여도 됩니까. 영산강 수질 개선한다면서 목포 인근해역과 서남해는 오염시켜도 됩니까."

 

그의 소신 있는 문제제기가 알려지면서 국회의원과 환경단체들이 성명을 내고 시정을 요구했다. 여론이 나빠지자 농어촌공사는 저층수 배출을 위해 설치하겠다던 대형 관로 두 개의 설치작업을 철회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는 여론의 소낙비를 피해가려는 농어촌공사의 '꼼수'였다. 한국농어촌공사 영산강 사업단은 지난해 11월 21일 "하굿둑 위쪽 영산호와 아래쪽 목포 앞바다를 관통하는 지름 2m, 길이 174m짜리 구조물 2개를 설치키로 했다"고 밝힌 것이다.

 

농어촌공사는 "이는 영산호 오염물질을 바다로 빼내기 위한 시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김 전 청장은 "관 지름은 그대로 두고 1.4km 관 길이를 174m로 줄여 고압 강제 펌핑(pumping)을 하겠다는 것으로 규모만 축소됐지 본질적으로 저층수 배출시설이 맞다"며 "한심한 일"이라고 개탄했다.

 

"한국에서 저층수 시설을 설치해서 그나마 성공한 사례는 두 군데 있습니다. 새만금 방조제와 영암호 방조제입니다. '그나마'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두 곳 모두 저층수 배출시설을 둑을 만들기 시작하면서부터 함께 만들었기 때문에 퇴적물의 양이 그나마 다른 곳에 비해 현저히 적게 쌓이기 때문입니다.

 

저층수 배출시설을 만들어 놓고 실패한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시화호입니다. 방조제로 물을 가두고 나니 수질이 나빠졌다고 난리가 났습니다. 그래서 나중에 저층수 배출시설을 만들어 시화호 썩은 물을 바다로 내보냈죠. 그렇게 해서 시화호 수질은 좋아졌는지 모르지만 시화호 인근 해양생태계는 완전히 파괴되고 말았습니다."

 

"한 쪽 살리려고 다른 한 쪽을 죽이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은 없다"

 

김 전 청장은 "한 쪽 살리려고 다른 한 쪽을 죽이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은 없다"며 "특히 생태와 환경문제는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 만큼 관련 지자체와 환경단체들의 관심이 꾸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관 두 개가 해양생태계에 영향을 끼치면 얼마나 끼치고, 또 이것이 사람들 먹고사는 문제와 무슨 상관있냐고 얘기합니다. 너무 큰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제가 양심을 걸고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하굿둑 막히고 나서 민물과 바닷물이 교류가 줄어들면서 목포 인근 해역 생태계가 파괴되기 시작합니다. 어종이 감소되고 일부 어종은 아예 사라졌습니다. 압해도 매생이가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그 유명하던 압해도 매생이를 지금은 목포사람들이 먹지 못합니다. 장흥 매생이를 먹고 있죠. 감소되니 다른 지역에서 난 것을 가져다 먹을 수밖에 없는데 이동한 거리만큼 물류비용이 더 들고 더 든 만큼 매생이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대형 저층수 배출 관 두 개를 타고 30년 썩은 오염물질이 그대로 바다로 나옵니다. 당장 해양염류, 플랑크톤 등에 변화가 올 것입니다. 연안 어족자원은 이 변화에 따라 감수해가겠지요. 먹을 것이 없기 때문에 먹을 것이 있는 다른 바다로 나가는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 어부들은 연안 어족자원이 감소하니 원거리 조업을 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원거리 조업 가면 비용이 배 이상으로 드니 그것을 메꾸기 위해 수산물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어요. 오른 수산물 가격은 장바구니에 압박을 주고요. 아무 상관없을 것 같은 관 두 개가 이렇게 내 살림살이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것입니다."

 

그는 "지극히 상식적인 이야기를 했을 뿐인데 상당히 외로운 싸움을 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런저런 에피소드가 있었지만 국가의 녹을 30년 이상 먹고 살아온 자가 세세하게 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다만 그는 "어떤 시대든, 어느 정권이든 국가정책은 신뢰성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 문제제기 틀렸다고 말하는 이는 없었습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여러 가지 시뮬레이션을 해보고, 정확한 환경예측조사와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해서 영산강엔 어떤 수질개선의 효과가 기대되고 해양생태계와 환경엔 어떤 영향이 발생할 수 있는지 조사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모두에게 공개해야 합니다.

 

4대강 수질도 중요하지만 인근 해역의 생태환경도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내륙국가가 아닌 3면이 바다인 해양국가입니다. 강도 흘러서 바다로 오지 않습니까. 바다가 쓰레기 유치장은 아니잖습니까."


태그:#4대강 사업, #영산강, #김삼열, #목포, #해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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