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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신 보강: 19일 오후 8시 45분]

19일 오후 6시 40분 서울시 학생인권조례안 통과를 알리는 방망이 소리가 서울시의회 본회의장에 울려퍼졌다. 재석의원 87명 가운데 54명이 찬성했고, 29명이 반대, 4명이 기권했다. 학생인권조례 제정 결정은 경기도와 광주광역시에 이어 3번째다. 하지만 9만7000여 명의 주민이 직접 발의해 만든 주민조례로서는 처음 있는 일이다.

본회의 통과는 쉽지 않았다. 이날 처리된 안건 총 52건 가운데 학생인권조례안은 51번째로 상정됐다. 학생인권조례 처리를 앞둔 오후 4시 20분께, 민주당 시의회는 '정회'를 선언하고 의원총회를 열었다. 한 시의원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이날 오전 상임위 차원에서 '학생인권조례 가결'을 당론으로 정한 것에 반발한 일부 시의원들이 '소신투표'를 주장했다"라고 당시 상황을 정했다. 한 시간 가까이 진행된 의총 끝에 민주당 시의회는 이날 오전 교육위가 통과시킨 조례안을 가결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성적 지향, 임신에 따른 차별 금지' 조항 그대로

이번 조례안은 19일 시의회 교육위의 김형태 의원이 대표 발의한 수정동의안이다. 하지만 주민조례안 원안의 핵심 줄기는 그대로 살렸다는 게 시의원들의 평가다. 학교 적용은 2012년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 1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조례안은 5장 51조에 걸쳐 학생인권 보호 방법과 내용을 담았다. 제1장 총칙의 제1조(목적)에서는 "학생의 인권을 보장함으로써 모든 학생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실현하는 것"을 이 조례안의 목적으로 규정했다.

이어 제2장에서는 10개 절에 걸쳐 차별받지 않을 권리, 폭력 및 위험으로부터의 자유, 교육에 관한 권리,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및 정보의 권리, 자치 및 참여의 권리, 복지에 관한 권리, 징계 등 절차에서의 권리, 권리침해로부터 보호받을 권리, 소수자 학생의 권리 보장 등을 펼쳐보였다.

조례안 반대 단체들이 가장 크게 문제를 삼은 것은 '제1절 제5조의 차별받지 않을 권리'였다.

"제5조(차별받지 않을 권리) ① 학생은 성별, 종교, 나이, 사회적 신분, 출신지역, 출신국가, 출신민족, 언어, 장애, 용모 등 신체조건, 임신 또는 출산, 가족형태 또는 가족상황, 인종, 경제적 지위, 피부색,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병력, 징계, 성적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가진다."

동성애와 임신조장론 등 보수단체의 반발에 밀린 일부 교육위 소속 야권 시의원들이 21개 종류로 나열한 차별의 이유를 뭉뚱그려 표현하는 수정안을 준비했지만 막판에 원안을 살리기로 했다. 성적소수자단체의 농성이 이어지는 데다 민주통합당도 원안 통과를 당론으로 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 내용은 이미 경기도와 광주시 조례는 물론 국가인권위원회법, 유엔 관련 규정 등에 명시된 국제표준에 맞는 내용이었다는 게 찬성 쪽의 생각이었다.

한국청소년개발원이 2006년에 발표한 자료를 보면 자신을 동성애자, 양성애자, 트렌스젠더 등을 포함한 성소수자라고 응답한 청소년 비율은 9.4%였다. 서울시교육청 자료를 보면 올해 1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임신이나 출산한 서울지역 중·고등학생은 모두 6명(임신 2명, 출산 4명)이었다.

제12조(개성을 실현할 권리)는 "학생은 복장, 두발 등 용모에 있어서 자신의 개성을 실현할 권리를 갖는다. 학교의 장 및 교직원은 학생의 의사에 반하여 복장, 두발 등 용모에 대해 규제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했다. 수정안에서는 학교 교직원들의 우려를 의식 "다만, 복장에 대해서는 학교규칙으로 제한할 수 있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하지만 두발은 자유권을 완전히 인정했다.

제16조(양심·종교의 자유)는 "학생에게 예배·법회 등 종교적 행사의 참여나 기도·참선 등 종교적 행위를 강요하는 행위, 특정 종교과목의 수강을 강요하는 행위"를 금지했다. 일부 사학과 종교단체에서 반대 목소리를 냈지만 역부족이었다.

'집회의 자유'를 규정한 제17조(의사 표현의 자유)도 논란이 됐다. 이 내용은 수정안에서 "학교 내의 집회에 대해서는 학습권과 안전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학교규정으로 제한할 수 있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조례안 "학생은 교사 인권 침해해선 안 되고 규범 존중해야"

이번 조례안은 학교에 큰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는 게 교육계 안팎의 지적이다. 논란이 된 내용 말고도 ▲ 학생자치 조직의 권한 실질화 ▲ 여학생 생리로 인한 결석 보장 ▲ 교육청에 학생인권위원회와 인권옹호관 신설 ▲ 서울 학생 인권의 날 지정 ▲ 학생인권교육센터 설치와 학생인권영향평가 실시 등의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이번 조례안에는 학생의 인권을 보장하는 내용 말고도 학생의 의무를 규정한 내용도 들어 있다는 것이다. 바로 제4조(책무)가 그렇다.

"⑤학생은 인권을 학습하고 자신의 인권을 스스로 보호하며, 교사 및 다른 학생 등 다른 사람의 인권을 침해하여서는 아니 된다. ⑥학생은 학교의 교육에 협력하고 학생의 참여 하에 정해진 학교 규범을 존중하여야 한다."

[1신 대체 : 19일 오전 11시 45분]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가 논란이 되었던 '성적지향', '임신 및 출산' 등을 차별금지사유로 명시한 학생인권조례안 수정동의안(김형태 교육의원 발의)을 찬성 8명, 반대 6명, 기권 1명으로 19일 통과시켰다. 당초 보수단체의 반발을 의식해 '성적지향', '임신 및 출산' 등 '차별금지사유'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은 포괄적인 안을 상정하기로 했던 것에서 구체적 사유를 명시하는 쪽으로 입장을 바꾼 것이다.

민주당 시의회 교육위원회 소속 서윤기 시의원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상위법과 충돌하는 부분을 수정한 것을 제외하고는 원안과 거의 다름없는 수정안을 통과시켰다"라고 말했다. ▲ 집회·시위의 자유를 보장하되, 학습권·안전 보장을 이유로 시간·장소·방법 등을 학칙으로 제한할 수 있도록 한 것 ▲ 두발·복장의 자유를 보장하되, 복장에 한해서는 학칙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한 것 등이 원안과 달라진 점이다. 종교의 자유는 원안대로 보장되었다.

"원안통과"-"조례폐기" 시의회 별관 아수라장

19일 서울시의회 별관 앞에서 학생인권조례 저지 범국민연대 회원들이 "학생인권조례 폐기"를 외치고 있다.
 19일 서울시의회 별관 앞에서 학생인권조례 저지 범국민연대 회원들이 "학생인권조례 폐기"를 외치고 있다.
ⓒ 홍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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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서울시의회 별관 앞에서 학생인권조례 성소수자 공동행동, 서울교육희망네트워크, 인권단체연석회의, 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 서울본부 등이 "학생인권조례 원안통과"를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19일 서울시의회 별관 앞에서 학생인권조례 성소수자 공동행동, 서울교육희망네트워크, 인권단체연석회의, 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 서울본부 등이 "학생인권조례 원안통과"를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홍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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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예상을 깨고 '사실상 원안'이 통과될 수 있었던 데는 민주당의 '결단'이 주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종욱 시의원은 "오늘 열리는 교육위 회의와 본회의에서 사실상 원안을 통과시키는 것으로 당론을 정했다"라고 말했다. 한 시의원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민주당이 집토끼와 산토끼를 다 잡으려고 하다가 민주·진보 진영의 반발이 거세지자 집토끼를 잡는 쪽으로 방향을 정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시의회 다수를 점하고 있는 민주당이 '원안 가결'을 당론으로 정함에 따라, 이날 오후 2시 본회의에서도 해당 안건이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학생인권조례 원안통과'를 주장하며 지난 14일부터 시의회 별관 1층에서 농성을 진행해온 '학생인권조례 성소수자 공동행동' 활동가들은 교육위 조례 통과 소식을 듣자 환호성을 지르며 눈물을 흘렸다. 이들은 오후 2시 본회의에서도 해당 안건이 통과될 수 있도록 집회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한편, 이날 오전 시의회 1층 별관 일대에서는 원안통과를 주장하는 측과 조례폐기를 주장하는 측 사이의 충돌이 빚어졌다. '학생인권조례 저지 범국민연대' 50여 명은 별관 앞에서 집회를 진행한 뒤, 농성장에 난입해 "나쁜 조례, 폐기하라"고 외쳤다.

이들의 손에는 '동성애 허용, 창궐하는 AIDS', '우리엄마는 초등생! 우리 아빠는 중등생!'이라고 적힌 팻말이 들려 있었다. 한 회원은 '성소수자 공동행동' 활동가들을 향해 "학생인권조례는 학생들을 이념교육 시키려는 정치적인 술수에 불과하다"라면서 "학교질서 유지를 위해 학생인권조례는 폐기되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김덕영 교육의원은 교육위 회의에서 "임신·출산, 성적지향을 보장하게 되면 '선생님, 저 임신했거든요. 저한테 큰 소리 치면 안 돼요' 이런 아동 때문에 서른 명의 아이들이 수업을 못 받게 된다. 우리나라 교육이 무너진다"라고 말하는가 하면, "동성애를 하게 되면 48%가 에이즈에 걸리고 있는 통계가 나와 있는데, 어른들도 싫어하고 쉬쉬하고 감추는 것을 왜 학교사회에서 당연시하는 것인지 말도 안 된다"라고 반대토론을 펼쳤다.


태그:#학생인권조례, #서울시의회, #성적지향,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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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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