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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아프리카스러운 컨셉으로 구매욕구를 자극하는 인형
▲ 인형 지극히 아프리카스러운 컨셉으로 구매욕구를 자극하는 인형
ⓒ 박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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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를 보니 한 시간 정도를 배낭을 매고 근방을 돌아다닌 듯하다. 내가 길을 물었던 사람만 대 여섯 명. 아까 내가 길을 물어봤던 사람이 분명 이 근처에 있다고 했는데 다른사람은 또, 확실히 저 너머란다. 짐을 맨 채로 왔던 육교를 세 번 째 넘으려니, 쳐다만 봐도 한 숨이 절로 나온다. 여기는 보츠와나의 수도 가보로네. 한 시간 째 남아공을 가기 위한 버스 정류장이 어디인지 찾으러 다니고 있다. 기존에 있던 노선은 좀 큰 버스였다는데 수요가 줄어서 없어진 것인지 잘은 모르겠으나 이제는 없어졌다고 한다. 그래도 다른 버스가 있기는 있다고 하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육교를 건너서 아까 헤매던 곳 근처에 오니 드디어 버스가 어디서 출발하는지 알게 되었다. 기대하던 것처럼 정말 '버스'의 크기는 아니고 버스로 불리는 봉고차지만 드디어 짐을 내려놓고 한숨 돌릴 수 있다는 게 감사할 뿐이다. 여느 아프리카 나라와 다를 바 없이, 버스의 출발 시간은 승객이 다 찼을 때! 행여나 잊을까 눈도장을 찍고, 요금도 지불했다. 어서 빨리 승객이 다 차야, 시간을 절약할텐데…
현란한 그래피티로 한껏 멋을 부린 버스들은 실제로도 신나는 힙합음악을 틀며 거리를 누빈다.
▲ 케냐의 버스 현란한 그래피티로 한껏 멋을 부린 버스들은 실제로도 신나는 힙합음악을 틀며 거리를 누빈다.
ⓒ 박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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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땅을 떠나기 전, 가장 우려가 되었던 두 도시가 바로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와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수도요하네스버그였다. 나이로비에 도착했을 땐, 마침 여러 사건과 상황으로 인해 새벽에 버스가 나이로비 시내 인근에 도착했다. 동이 막 터 올 즈음이었다. 고려하고 있던 숙소로 가려면 다운타운으로 이동을 해야 하는데, 어찌나 긴장했는지 온 몸의 근육이 최고수준의 방어태세를 갖춘 듯했다. 나도 모르게 내 주위 반경 1미터 내의 사람들의 모든 움직임을 체크하고 예상 움직임을 측정하고 있었다. 나이로비의 첫 대면에서 그렇게 긴장하고 주눅들어 있어서 그랬을까, 생각보다 나이로비는 평온했다.

물론 그 새벽에 다운타운을 들어가기 위해 잡아탄 버스가 신나는 힙합음악으로 중무장하고 있어, 나를 단번에 무장해제 시켰던 이유도 있지만 말이다. 그 이후로도, 물론 케냐인 친구와 함께 나가서이기도 했지만 저녁 나들이도 했고, 혼자 돌아다니며 느꼈던 나이로비의 느낌은 한국에서 상상하던 것보다는 예상외로 평온했다.

혼자 거리를 다니면 당장 누군가가 나의 뒷덜미를잡으며 돈 내놓으라고 할 것 같았던 그 곳이었는데, 적절히 내 앞가림만 하면 돌아다니는 데 별 무리는 없었다는 얘기다. 물론 그 '앞가림'엔 '밤 늦게 골목을 혼자 걸어 다니는 따위의 짓은 하지 않기'도 포함된다.
깔끔하게 정돈되어있는 요하네스버그에 위치한 종합버스터미널
▲ 버스터미널 깔끔하게 정돈되어있는 요하네스버그에 위치한 종합버스터미널
ⓒ 박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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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으로 넘어와서 한 번인가 쉬었던, 내가 탄 봉고차는 드디어 요하네스버그로 들어온 듯하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요하네스버그 거리를 훑었다. 과연 그렇게 악명이 높은 도시일까?

창 밖으로 보이는 요하네스버그는 거리에 별로 사람이 없어 뭔가 판단하기는 부족했다. 창문으로 얼굴을 딱 붙이고 밖을 보고 있는데 빨간색 4wd 차 한대가 바로 옆을 달리고 있다. 우연히 눈이 마주친다. 한 일곱 살 정도 되어 보이는 백인 아이가 날 보더니 눈이 커지며 깔깔깔 웃는다. 그리곤 옆에 앉은 형을 부른다. 그 아이의 형도 날 보며 뭐가 그리 우습다고 깔깔거리며 웃는다. 아이들이 웃으며 뭐라 하니, 운전을 하던 아이들의 아빠도 고개를돌려 이 봉고차를 본다. 그리고는 씩 웃는다.

야외 공원에서 진행된 결혼식.케이프타운
▲ 결혼식 야외 공원에서 진행된 결혼식.케이프타운
ⓒ 박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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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란히 달리는 두 대의 차 안에서 나를 보는 반대편의 저들의 웃음이 묘한 느낌을 갖게 한다. '도대체 뭐지?' 왠지 동물원의 원숭이가 된 듯한 이 느낌. 그다지 신경 쓰지는 않았지만 괜한 심술이 나서, 혀를 쭉 뽑아 메롱을 한 방 날려줬다. 그리고는 또 눈을 맞추며 우리는 몇 분간을 그렇게 같이 달렸다. 이 일이 있고 나중에야 든 생각이 있다.

공원에서 진행된 결혼식의 신부 들러리들
▲ 야외결혼식 공원에서 진행된 결혼식의 신부 들러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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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의 나라, 남아프리카 공화국

물론 검은 피부의 사람들 사이에서 눈에 띈 노란 얼굴 하나가 그들은 꽤 재미있어 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흑인들이 타는 대중교통 버스에 백인들이 타지 않는 남아공의 현실을 나중에 알고나니, 내가 접한 그 상황은 꽤 흥미롭게 느껴졌다. 그 좁은 버스 안에 끼어있는 다른 얼굴 색 하나가 그들의 눈에 꽤 놀랍고도 재미있어 보였겠구나 하는 생각, 그 생각은 남아프리카공화국에 대한 상념으로 이어진다. 남아공은 무지개의 나라를 표방한다. 필자가 보기엔 "무지개의 나라"는 앞으로 남아프리카 공화국이 이루고자 하는 이상향을 형상화한 말이 아닌가 싶다. 다양한 종족과 다양한 색깔의 사람들과, 남아공이 가지고 있는 천혜의 자연, 다양한 자원들.

케이프타운의 워터프론트의 한 상점에서 전시물을 보는 손님들.
▲ 워터프론트 케이프타운의 워터프론트의 한 상점에서 전시물을 보는 손님들.
ⓒ 박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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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혜의 자연의 혜택을 입은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아름다움과 그 어떤 아프리카 나라와도 비교할 수 없는 편리함이, 그들이 살을 맞대고 살아가는 방식과 대조되어 그럴까. 상점들의 튼튼해 보이는 쇠창살이 달려있는 이중 문이 그렇고, 대중교통 버스엔 한 명도 볼 수 없는 백인들의 모습이 그렇다. 한 도시에서 극과 극의 다른 모습으로 공존하는 삶의 양상 ('타운 쉽'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으로 만들어진 흑인들의 집단거주지)이 이방인의 눈에도 불편하다.

한창 월드컵을 준비중이었던 2010년1월의 남아프리카 공화국
▲ 남아공 월드컵 한창 월드컵을 준비중이었던 2010년1월의 남아프리카 공화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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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전세계의 비난을 받던 아파르트헤이트(인종에 따른 사회적인권리를 차별화 하는 정책)는 폐지가 되었지만 아직 그 갭을 좁히기엔 시간이 걸릴 듯, 그들은 아직도 분리 된 모습으로 살고 있다. 그것들이어울려 아름다운 무지개의 나라를 이루려면, 아직 까마득하게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모든 것은 처음의 그 까마득함에서 시작하는 것. 그렇게한 발자국 내딛으면 결국엔 닿게 된다.
퍼포먼스를 관람중인 행인들
▲ 길거리의 퍼포먼스 퍼포먼스를 관람중인 행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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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에 전시된 보도사진전을 보고 있는 행인들
▲ 보도사진전 길거리에 전시된 보도사진전을 보고 있는 행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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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지난 2009년 8월부터 2010년 1월까지의 총 6개월의 여정을 바탕으로 기고합니다. 외래어의 경우, 소리나는 대로 발음 표기하였습니다.



태그:#남아프리카 공화국, #아파르트헤이트, #타운쉽, #무지개의 나라 남아공, #아프리카 배낭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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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를 담은 사진에세이 [same same but Different]의 저자 박설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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