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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 뒤뜰에 있는 하수관이 터져서 온갖 똥물이 바다를 이루고 있습니다.
 집 뒤뜰에 있는 하수관이 터져서 온갖 똥물이 바다를 이루고 있습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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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아침 변을 보고 변기의 물을 내리는데 변기 안에 물 내려가는 속도가 예사스럽지 않습니다. 며칠 뒤 역시 일이 났습니다. 물이 내려가는데 변기 위까지 아슬아슬하게 넘치기 직전까지 갔다가 가까스로 내려가는 것이었습니다.

큰 일이 나기 전에 일을 처리하기로 하고 용수철 형태로 된 쇠막대기를 변기 안으로 집어넣고 쑤셔 보았습니다. 예전에는 그렇게 하면 대부분 문제가 해결되었습니다. 그런데 신통치 않았습니다. 시간이 좀 지나면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하여 일단 일을 마쳤습니다.

역시 저녁이 되어도 물이 잘 내려가지 않았습니다. 다시 용수철로 된 쇠꼬챙이로 쑤셔 보았지만 별로 신통치 않았습니다. 일단 일을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변기가 막혔을 때 뚫는 법이라고 입력한 뒤 여러 곳을 뒤져 보았습니다. 그중 가장 현실적인 방법으로 변기에 세제를 넣고 뜨거운 물을 붓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방법을 사용하기로 하고 변기 안에 세제를 붓고 끓인 물을 여러 번 부었습니다. 그러나 신통치 않았습니다.

다음날 아침 집에서 사용하는 물이 모아서 내려가는 뒤뜰을 내려다보았습니다. 역시 큰일이 벌어졌습니다. 세제와 뜨거운 물을 변기에 너무 부어서 하수구 뚜껑이 열리고 똥물과 온갖 오물이 바다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하수관 이음새로 뚫고 들어온 나무뿌리를 자른 뒤 찍은 사진입니다. 오른쪽 아래 사진은 부엌 설겆이 물과 변기 물이 합류하는 멘홀 전체 모습입니다.
 하수관 이음새로 뚫고 들어온 나무뿌리를 자른 뒤 찍은 사진입니다. 오른쪽 아래 사진은 부엌 설겆이 물과 변기 물이 합류하는 멘홀 전체 모습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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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물이 빠지기를 기다려 하수구 통 속을 들여다보았습니다. 그런데 그곳에 이상한 물체가 보였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뒤뜰에 심겨진 나무뿌리가 하수구 관 이음새로 파고 들어가서 하수구 관을 막아버린 것이었습니다. 영화 괴물이 생각났습니다. 인간이 버린 화학약품이 한강으로 흘러들어 결국 괴물이 출현한다는 내용입니다.

역시 보이지 않는 물 밑이나 지하세계, 어둠의 세계는 무언가 인간에게 호기심과 무서움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공포영화, 납량시리즈나 여고생 시리즈 영화는 어둠을 배경으로 시작됩니다.

저희 집 하수구에 은행나무 뿌리 괴물이 나타난 것이었습니다. 이 은행나무는 씨로 심어서 지금까지 키워온 것입니다. 1999년 1 월 어느 날 교토 시청 부근의 공원에 간적이 있습니다. 그곳에 은행나무가 있고 은행 열매가 떨어져서 썩고 있었습니다. 그것을 주어다 심었는데 벌써 이층을 넘을 정도로 자랐습니다.

주위 사람들이 그동안 여러 가지로 충고를 했습니다. 은행이 열릴 때 쯤 냄새가 심하니 빨리 처분하는 것이 좋겠다. 은행나무가 자라서 뿌리가 집 아래로 뻗치면 집이 무너질 수도 있다 등등 말이 많았습니다.

씨부터 키워온 은행나무를 잘라버리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올 1월에는 가지를 다 잘라서 장대처럼 키웠습니다. 일단 가지가 없으니 볕도 잘 들고 나무가 크게 자라지 않아서 부담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 해를 넘기지 못하고 일이 터지고 만 것입니다. 과연 은행나무를 잘라야하는지 아니면 그대로 두고 미리미리 뿌리를 잘라야 하는지 망설이고 있습니다.
   
 집 앞, 뒤, 그리고 옆에 심은 은행나무입니다. 뒤뜰에 심은 나무가 하수관과 가까워서 뿌리가 하수관 이음새 사이로 뚫고 들어가서 하수관을 막아버린 것입니다.
 집 앞, 뒤, 그리고 옆에 심은 은행나무입니다. 뒤뜰에 심은 나무가 하수관과 가까워서 뿌리가 하수관 이음새 사이로 뚫고 들어가서 하수관을 막아버린 것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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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류코쿠(Ryukoku, 龍谷) 대학에서 주로 한국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태그:#은행나무, #하수관, #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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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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