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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근대역사박물관 전경. 바다와 하늘 등 자연 색상으로 디자인 주제를 삼았다고 한다.
 군산 근대역사박물관 전경. 바다와 하늘 등 자연 색상으로 디자인 주제를 삼았다고 한다.
ⓒ 조종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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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일의 역사와 수탈의 역사를 동시에 간직한 도시 군산에 근대역사박물관(역사박물관)이 문을 열었다. 지난 9월 30일 개관식과 함께 방문객을 맞이하기 시작한 역사박물관은 기증 유물(2250여 점)에서 나타나듯 시민의 적극적인 협조와 공무원들의 땀으로 이루어졌다.

군산 역사박물관은 2004년부터 7년여의 사업을 벌인 끝에 완공을 보았다. 해서 오늘은 역사박물관이 개관하기까지 주위에서 가장 공이 컸다고 칭송받는 김중규(46) 학예연구사를 만났다. 그의 공식 직함은 군산시 문화체육과 박물관 관리계장이다.  

- 오픈 1개월 지났습니다. 하루 평균 방문객이 얼마나 되는지?
"전북에서 열세 번째로 오픈했으니까 늦은 편인데요. 평일에는 800명~900명, 휴일에는 1600명~1800명씩 다녀갑니다. 방문객들은 엄숙하고 무거운 분위기가 흐르는 다른 박물관과 달리 자유롭고 편하다며 호의적으로 평가해주고 있습니다."

- 전시장 유물들은 어떤 방식으로 들여왔나요?
"2009년 6월부터 '시민이 함께 만드는 박물관'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수집을 시작 2250점을 기증받았습니다. 문화재적 가치가 뛰어난 유물이 있는가 하면 선친의 유품인 잠수 도구와 할머니에게 물려받은 장롱 등 모두 삶의 애환과 사연이 녹아든 유물들로 기증해준 분들에게 큰 고마움을 느낍니다."  

- 농촌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농기구 전시장은 어떻게 꾸미게 되었는지?
"군산시의회 박정희 의원(행정복지위원회)이 공식적으로 아이디어를 제시해 주셨습니다. 마침 기증받은 농기구들이 있어서 야외에 공간을 마련하고 선별해서 전시했는데 60~70대 어르신들이 젊었을 때가 생각난다며 무척 좋아하시더군요."

- 침략의 역사라고 해서 박물관 건립에 반대했고, 지금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시민도 있는 것으로 아는데요?
"저는 그분들에게 한 번쯤 방문해주시라고 당부드립니다. 침략의 역사만 전시하는 게 아니거든요. 어린이박물관도 마련되어 있고, 해양물류역사관에는 선사시대부터 현재까지 물류 중심지 군산의 역사와 문화를 시대별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체험학습을 통해 군산의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꼭 방문해주시고 문제점을 지적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7년 만의 박물관 개관, 일생의 기억으로 남을 것"

전시관에 대해 설명하는 김중규 학예연구사.
 전시관에 대해 설명하는 김중규 학예연구사.
ⓒ 조종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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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인류학을 전공한 것으로 아는데 특별한 이유나 계기가 있나요?
"적정에 맞았다고 할까요. 그저 재미있고 좋았습니다. 그래서 전북대학교에서 문화인류학을 전공했고 박사과정도 수료했습니다. 제 공부 방법은 문헌과 함께 생활형태, 구전, 전통풍습 통과의례 등의 문화에 대한 현장 조사와 역사성을 지닌 인물과의 인터뷰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특정 지역의 문화를 이해하는데 큰 장점이기도 하죠."

- 학예연구사가 하는 일은 무엇이며 다른 도시에도 있는지요?
"학예연구사는 본래 박물관과 미술관에서 전시물을 관리하는 전문직입니다. 그러나 지자체에서는 관내 문화유산을 관리하는 전문직 직원을 이르는 명칭이기도 합니다. 현재 도내 시군마다 1명 이상의 학예연구사가 있으며 박물관에는 많은 분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 학예연구사이자 향토사학자로 보람을 느꼈을 때는?
"학예연구사로 처음 일할 때는 우리 고장에 문화재가 14개였으나 10년 동안에 47개로 늘어난 것은 큰 보람입니다. 군산을 널리 알리는 방법을 찾던 중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공모한 '근대산업유산 벨트화 사업'에 응모해서 1등을 차지한 것은 개인적인 영광이죠. 7년 만의 박물관 개관도 일생의 기억으로 남을 것입니다."

전시관에서 아버지 사진 발견한 방문객

두루마기 차림의 군산 시민들. 이 시절에는 서울에도 한복 차림의 노인이 많았다.
 두루마기 차림의 군산 시민들. 이 시절에는 서울에도 한복 차림의 노인이 많았다.
ⓒ 조종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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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병사가 촬영한 1953년 군산시내, 영화 포스터와 판자울타리가 죽성동 가설극장 앞길이라고 말해주는 듯했다.
 미군 병사가 촬영한 1953년 군산시내, 영화 포스터와 판자울타리가 죽성동 가설극장 앞길이라고 말해주는 듯했다.
ⓒ 조종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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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러사진 영상을 흥미 있게 봤는데요. 1950년대 사진들은 어디에서 구했나요? 
"1953년 8월에서 12월까지 군산 비행장 공병대에 근무한 미군 병사 '켈트 이스버그'(Keith V Eisberg)씨가 촬영한 사진입니다. 모두 63장인데요. 옥서면 중제, 하제마을, 우마차가 활보하는 시내, 한복 차림의 노인과 아주머니들, 피난민 유입으로 임시가옥이 즐비했던 구 조선은행 부근입니다. 군산이면서도 모두 낯선 모습들이죠."

- 미군이 직접 기증해주었나요?
"군산 영어체험학습센터 정회상 원장과 김용구님을 통해 전달받았습니다. 기증자 켈트 이스버그씨는 두 분을 통해 전달한 편지에서 한국이 발전한 모습에 경의를 표하며, 이 사진들이 과거에 대한 회상과 함께 한국전쟁과 같은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는 자료로 사용되길 희망한다고 밝혔습니다."

- 휴전협정(1953년)이 맺어지던 해여서 많은 사연을 담고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방문객들 반응은?
"다이나믹한 전시회를 생각하고 있다가 슬라이드 필름을 받아 영상으로 제작했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반응이 좋습니다. 며칠 전에는 사진 속 모델(엿장수 할아버지) 아들이라는 분이 오시더니 눈물을 흘리며 자기 아버지라고 하는 거예요. 집에 아버지 사진이 없다고 해서 출력을 해 드렸습니다. 얼마나 반가웠겠어요."  

지금은 사라진 '똥구루마' 사진도 있고, 엉덩이가 보이는 바지차림의 아이, 거리에 장작을 쌓아놓은 모습, 거리에 생활용품을 펼쳐놓은 상점, 적산가옥이 즐비한 거리, 구시장(공설시장) 남문 입구, 남루한 옷차림의 아이들, 쌀을 가득 싣고 가는 소달구지, 미군과 노는 아이들 등 사료적 가치가 높은 사진이 많았다.

김중규 학예사는 "모든 걸 돈으로 따지는 시대에 타 시군 학예사들이 믿지 않을 정도로 많은 유물을 기증해준 군산 시민과 단체에게 감사드린다"며 "그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기증품 하나하나 더욱 소중히 관리하고 보존해서 후대에까지 계승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근대역사박물관, #김중규, #학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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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8월부터 '후광김대중 마을'(다움카페)을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정치와 언론, 예술에 관심이 많으며 올리는 글이 따뜻한 사회가 조성되는 데 미력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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