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의정부 306 보충대대 입소식 장면
 의정부 306 보충대대 입소식 장면
ⓒ 최정애

관련사진보기



외아들을 군대에 보낸 지 열흘째. 요즘 내가 가장 많이 듣는 인사는 "눈물 많이 나지 않느냐"다. 이런 말을 들으니 얼마 전 본 기사가 생각난다. 소설가 신경숙씨의 <엄마를 부탁해>를 펴낸 미국의 한 출판사 부사장은 우리나라 한옥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그는 소박한 한옥의 아름다움에 감탄사를 반복하다 울어 버렸다는 것.

나는 사회활동을 많이 한다. 독서지도사, 주부기자, 희망기자, 아파트 동대표, 주민자치위원 등 한 지역에서 오래 살다보니 피할 수 없이 해야 할 일들이 쏟아진다. 그 일을 감당하려면 만만한 게 가족이다. 남편과 아들이 손을 내밀면 수업하고 나서, 기사 쓰고 나서, 회의 갔다 와서 등의 이유를 대며 차 순으로 밀어버린다.

코앞에 주어진 내 일에 바빠 밥 한번 제대로 챙겨주지 못한 엄마였다. 그런데 아들이 어느덧 성장해 조국의 부름을 받고 입대했다는 시실에 눈물이 났다. 당연히 거쳐야 할 국방의 의무라며 담담히 받아들이며 지원해서 가는 아들의 모습이 아름다워 울어버렸다. 아들은  "군대 가면 제때 밥이 나오고 운동도 하며 규칙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 그런 환경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아들은 입소 며칠 전부터 준비물 목록을 만들어놓고 챙기기 시작했다. 현역병 입영통지서, 신분증, 6·25전사자 유가족 확인을 위한 설문지, 나라사랑카드, 세안제, 크림, 시계, 영양제, 여드름약, 손톱깎이 등 평소 사용하는 소모품들을 가방에 넣었다. 반입이 안 될 경우 집으로 되돌려 보내겠다면서. 세안제 다 떨어졌다고 연락하면 A제품, 2만 원 정도하는 영양제는 B제품, 평소 내가 서툴러 한 컴퓨터 사용법 등을 일일이 적어주며 입대 준비를 했다.

컴퓨터 사용법 적어주고 입대한 아들... 그 모습에 눈물이 났다

전국에서 모인 2200여 명의 입소자여 부디 건강한 군생활이 되기를
 전국에서 모인 2200여 명의 입소자여 부디 건강한 군생활이 되기를
ⓒ 최정애

관련사진보기


지난 10월 18일 의정부에 있는 306보충대대에는 전국에서 모인 2200여 명의 청춘들과 부모, 친지들이 함께 했다. 관람석이 있었지만, 워낙 많은 인원이 모이다보니 운동장 안에 줄을 선 아들의 모습은 확인할 수가 없었다. 스포츠형 짧은 머리를 하고 내 앞에 선 이등병들이 전부 내 아들인양 입소식을 지켜보았다.

입영행사는 국민의례, 격려사, 군가제창, 부모님에 대한 경례 순으로 진행되었다. 오후 1시 30분에 시작한 입소식은 20분여 만에 끝이 났다. 대대장의 격려사, 축전 낭송 시간에는 좀 자세히 듣고 싶었지만 마이크의 울림으로 잘 들리지가 않았다. 꼭 필요한 정보도 있었는데 못 들어 아쉬웠다.

아직도 어리기만 한 아들이 군생활에 잘 적응을 하는지. 뭘 해도 아들 생각이 짠한데 입소 후 4일째인 21일 오후 1시 14분 육군본부에서 문자가 왔다. '김가람 이병은 17사단에서 신병교육 후 17사단으로 전속예정'. 황급히 컴퓨터에 앉아 17사단의 위치를 검색해보았다.

어머나 17사단은 우리집이 있는 부천에서 걸어서도 약 30여 분 거리에 있는 곳이 아닌가. 우리 조카의 경우 입소 후 신병교육을 받으러 트럭을 타고 꼬불꼬불 산길을 따라 가니 최전방이 나와 얼떨떨했다고 했다. 아들은 자주 다니던 길, 내 집을 코앞에 둔 곳에 배치된 것을 알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 많고 많은 사단 중에 컴퓨터 추첨으로 배정된 사단이 고향이라는 사실에 아들이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 궁금해졌다.

입대 5일째 도착한 택배 속에는 옷과  신발 , 편지가 들어 있었다.
 입대 5일째 도착한 택배 속에는 옷과 신발 , 편지가 들어 있었다.
ⓒ 최정애

관련사진보기


21일 오후 우체국에서 온 또 다른 문자는 22일 택배배송 건이었다. 아들이 입고 간 옷이 올 거라는 예상이 맞았다. 박스 안에는 아들이 입소 때 입고 갔던 옷과 신발, 편지가 들어 있었다.

"지금은 19일 오전 6시 55분이야. 일어나자마자 매트하고 이불 네모나게 개서 정리해 놨어. 운동장에서 입소식 행사할 때 엄마, 아빠 계단 맨 위쯤에 있던 거 봤어. 특기병 선발이 있었는데 내 전공인 방송영상 관련 분야는 없더라. 동반 입대자, 컴퓨터 특기자, 외국어 특가자도 많았고, 형제나 쌍둥이가 같이 입대한 사람도 있었어.

물품 검사를 했는데 뾰족한 물건들만 다 회수하고 다른 건 다 반입이 되더라. 가방이랑 폼 클렌징, 선크림 이런 것 다 써도 돼. 군대가 많이 바뀌었나봐. 틈틈이 쓰는 편지라 지금은 19일 오후 6시 54분이야. 쓸 시간이 얼마 없어 오늘은 여기까지 쓴다. 나중엔 더 자세히 쓸게. 여기서 3박 4일 교육 받고 신병교육대로 배치된대.  2011년 10월 19일 가람이가"

입소식 때 인파를 뚫고 부모 모습을 확인했으며 군 환경이 많이 바뀌었다는 아들의 군생활 첫 편지 요약이다. 아들은 현재 인천시 부평구에 있는 17사단에서 5주간 교육을 받은 뒤 제 2신병 교육대에서 3주 교육 후 최종 근무지로 배치된다고 한다. 앞으로 면회, 휴가, 편지 등으로 얻는 아들의 병영생활을 소개하려고 한다. 이등병 엄마가 전하는 병영일기를 시작으로 일등병, 상병, 병장, 제대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담을 것이다.


태그:#이등병, #306보충대, #17사단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