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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병원 문제가 다시 불붙고 있다. 보건의료단체연합과 '의료민영화저지 및 건강보험보장성강화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이하 범국본)'는 18일 오전 성명서를 발표하고 새로운 영리병원 추진법안을 발의한 손숙미 한나라당 의원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손 의원은 지난 16일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의료기관 설립과 운영 관련 세부조항을 담은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앞서 같은 당의 이명규 의원이 대표 발의했다가 철회를 신청한 지 나흘 만이었다.

"철회했다가 더 개악된 내용으로 발의해? 시정잡배 같은 행동"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손 의원의 행동을 "공당으로서 있을 수 없는 졸렬한 행동"이라고 질타했다. 이들은 "말로는 안 한다면서 뒤통수를 치는 시정잡배들의 행위와 무엇이 다른가"라며 "우리는 이러한 '사기 행위'까지 벌이면서 끝까지 영리병원을 추진하려는 한나라당에 분노한다"고 밝혔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이어 "손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외국인 환자가 아닌, 사실상 내국인을 주 대상으로 하는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법안"이라고 꼬집었다. "영리병원의 내국인 진료를 허용하고 내국인 환자를 전체 허가 병상의 50% 이하로 두자"는 해당 법안이 "외국인 환자 비율을 70% 이상으로 해야 한다"는 보건복지위원회의 견해를 일부 반영했지만 현실을 모르는 유명무실한 규정이란 지적이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많은 병원들이 보유 병상 중 일부 병상이나 병동 전체를 사용하지 않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고 허가병상 대로 병상을 다 짓지 않을 수도 있다"며 "손 의원의 법안을 따른다 하더라도 허가 병상의 반을 내국인 진료에 쓰고 나머지 병상은 비워두거나 증설 계획만 남겨둘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르면 병원은 허가병상의 50%만 실제로 가동하면서 내국인 진료를 100% 할 수 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이와 관련, "해당 법안은 영리병원 내국인 진료 전면 허용시, 국민들의 저항이 무서워 생각해낸 꼼수"라며 "의료기기 규제완화 등을 삭제한 것으로 포장했지만 실질적으로는 내국인 진료 규제를 완화하여 실질적인 내국인 대상 영리병원을 만들겠다는 개악안"이라고 주장했다.

"송영길 시장, 영리병원 추진 계속하면 민주당 누가 믿겠나"

보건의료단체연합은 또 송영길 인천시장에게도 같은 경고를 보냈다. 인천송도경제자유구역청은 지난 8일 손 의원을 연사로 초청해 영리병원 관련 공청회를 연 바 있다.

이들은 이 점을 언급하며 "영리병원 반대와 '실질적 무상의료' 추진입장을 당론으로 밝힌 민주당의 유일한 수도권 광역단체장이 한나라당의 영리병원 허용 입법에 찬성한다면 누가 민주당의 진정성을 믿겠나"라고 반문했다. 또 "민주당은 송 시장의 위험천만한 영리병원 도입 시도를 막고 이번 개악안의 상정을 진지하게 저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90여 개 시민사회·노동·정당들로 구성된 범국본 역시 같은 날 성명서를 발표하고 "겉으로는 영리병원 추진 법안을 철회하는 척하면서 더욱 개악된 법안을 발의하는 한나라당의 졸렬한 행태에 분노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영리병원 도입론자들의 주장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들은 "영리병원 도입으로 의료서비스를 고급화하면, 외국 환자 유치를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며 "동남아 국가들의 의료 관광에 성공한 이유는 병원 원가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인건비가 매우 저렴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또 "주식회사와 마찬가지로 '이윤의 극대화'를 목적으로 하는 영리병원은 진료비용이 비싸 의료비 상승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며 "보건산업진흥원은 2009년 말 투자개방형 관련 용역에서 국민 의료비 부담이 최대 4조3천억 원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고 밝혔다.

범국본은 이어 "공공의료와 보장성 수준이 일천한 우리나라에 영리병원을 도입하게 되면 그나마 좋게 평가되고 있는 건강보험제도마저 붕괴시킬 것"이라며 "한나라당은 더 이상 영리병원 입법을 중단해야 하며 이명박 정부는 한나라당을 통한 영리병원 추진행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손숙미 "영리병원 반대론자들이 사실을 왜곡 또는 확대 해석하고 있다"

한편, 손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최근 경제자유구역과 제주특별자치도의 투자개방형병원(이하 영리병원) 설립문제로 논란이 있으나 투자병원 설립을 반대하는 측에서 사실을 왜곡 또는 확대 해석하여 국민들에게 혼돈을 주고 있다"고 반박했다.

손 의원 측은 "영리병원은 경제자유구역에 한정해서 설립하는 것이므로 전국으로 확산되려면 의료법·국민건강보험법 등 관련 법이 모두 개정돼야 한다"며 "영리병원 하나 만드는데 10년이 걸린 점을 감안할 때 '영리병원이 전국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반대론자들의 주장은 억측"이라고 주장했다.

또 "OECD, G20 국가 중 유일하게 한국만 영리병원이 없다"며 "외국의 영리병원은 공공병원이 책임지지 못하는 틈새시장에서 활성화돼 있다, 즉 영리병원은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보편화돼 있고 이미 검증받은 제도"라고 주장했다.

태국 등 동남아 국가들이 '의료 관광'을 성공시킨 배경에 '저렴한 인건비' 덕분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송도에서 추진하려는 영리병원은 의료관광과 더불어 중증고액환자 위주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며 "단순히 인건비만을 비교하여 사업의 타당성을 예측하는 것은 억측"이라고 반박했다.


태그:#영리병원, #무상의료, #손숙미, #송영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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