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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지옥 불신천국> 겉그림
 <신앙지옥 불신천국> 겉그림
ⓒ 렛잇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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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종교 인구는 얼마나 될까? 통계청의 2005년 인구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총인구(4805만 명) 중 종교 인구는 2575만 명(53.6%)으로 비종교인 2230만 명(46.4%)보다도 많다. 종교를 가지고 있거나 믿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대략 300만 명 많다.

참고로, 각각의 종교가 차지하는 비율은 불교 1264만 명(26.3%), 개신교 894만 명(18.6%), 천주교 336만 명(7.0%), 유교 34만 명(0.7%), 원불교 10만 명(0.2%)이다.

사람에 따라 종교를 믿는 이유와 종교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겠지만, 난 행복하게 살고 싶어서 종교를 믿으며, 인간다운 인간이 되고 싶어서, 나아가 바람직한 사회를 위해 종교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죽어서 천국(당)에 가고자 종교를 믿는 사람도 있고, 그 때문에 종교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많아 보이지만 말이다.

어쨌건 종교를 믿으면 종교를 믿지 않을 때보다 좀 더 행복해야 하며, 좀 더 인간다워야 하며, 종교인들이 많은 만큼 행복한 사람도 많아야 하고 행복한 사회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도 많아야 한다. 그래서 행복지수가 높은 사회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정말 종교 덕분에 행복하며, 종교인들이 많아 우리 사회도 그만큼 행복한가?

나는 이 세상에서 볼 수 있는 가장 거룩한 모습과 가장 추한 모습을 종교에서 보았다. (줄임) 우리 속세에 있는 모든 문제가 고스란히 거기에도 있었다. 수도 문화가 완전히 실종된 종교 현장에서 "저러다 벌 받지" 싶을 정도로 양심 없고 반성 능력을 상실한 심각한 병증을 짚어 낼 수 있었다. (줄임) 모두 예수, 부처의 근본 가르침은 뒷전인 채 돈 나오는 구멍을 신으로 모시고 있었다. (줄임) 이 책은 한마디로 교회와 사찰, 목사와 승려를 '부활'·'소생'시키려면 충격적인 극약처방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쓴 고발장이다. - <신앙지옥 불신천국> 머리말 가운데

<신앙지옥 불신천국>(렛잇비 펴냄)은 40년 가까이 우리나라의 종교문제를 연구해온 한 종교전문가가 종교의 기능과 역할은 잃어버린 지 이미 오래, 썩을 대로 썩어버린 우리나라 각 종교현장(교회나 사찰, 전도나 종교행사 등)과 성직자들을 고발하는 책이다.

- 신자가 방에 들어올 때 '저 사람은 얼마짜리다'라는 견적이 대충 나온다고 말하는 승려도 있다. 농담 투로 하는 말이었으나 그가 하는 말은 진담이다. 그는 자그마한 개인 사찰을 갖고 영업 중이기 때문이다.

- 사적인 자리에서 한 신부는 하룻밤에 위스키 한 병은 마셔야 잠을 잔다며 위스키 한 박스만 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알고 보니 그 위스키는 밸런타인이라는 30만 원이 넘는 비싼 술이었다. 많이 마셔도 다음 날 머리가 아프지 않다는 것이 그 술을 원하는 이유였다. - <신앙지옥 불신천국> 가운데

저자는 ▲ 자기 수행이라고는 눈곱만큼도 하지 않는 ▲ 먹고사는 것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종교를 선택한, ▲ 고급 승용차를 몰고 다니며 고급 술집에 드나들거나 ▲ 금욕이 지켜야 할 계율에 있음에도 애인이나 부인을 숨겨두고 욕망을 불태우며 ▲ 돈 나오는 정도나 가능성으로 신도들을 등급 매기거나 ▲ 신도들을 죄인 대하듯 하거나 ▲ 성직자라는 권위나 아상에 충만해 있거나 ▲ 신도들을 상대로 교회 확장 영업 전략을 펼치는 목사의 설교 ▲ 신도(중생)구제는 고사하고 오히려 신도들에게 구원받아야 하는 수준의 성직자들을 고발한다. 

- 교회 몸 부풀리기를 사업으로 하는 '목사' 사장의 영업 속셈을 알 수 있는 사례가 있다. 2011년 4월 19일 <한겨레>에 "'신도 00명, 권리금 0천만 원' 교인들도 놀라는 교회 매매"라는 제목으로 신자 수까지 계산해 '권리금'을 받고 교회를 사고파는 은밀한 장사가 성행한다는 기사가 실렸다. 급매도 나오고 교인이 몇 천 되면 권리금도 붙는 교회가 많다는 것이다.

- 오랜 세월 예장 보수파 개신교는 나에게 종교가 아닌 공포의 대상이었다. 그간 내가 본 보수 개신교는 독선과 배타가 전부였기 때문이다. 내 식구가 아니면 다 사탄으로 낙인 찍는다. 내가 불교를 공부할 때 사탄·마귀·악녀로  몰렸던 적도 있고, 이슬람 칼럼을 내보내니 집으로 찾아오고 불을 지르겠다는 협박편지가 왔다. 독자로서 질문이 있다며 부드럽게 나를 유인해 만나자고 해놓고 예수 영접해 구원받으라고 강요도 했다. 삐뚤어진 기독교 천국에서 갈수록 살기 힘들어하다 결국 개신교 공포증 환자가 된 것이다. - <신앙지옥 불신천국> 가운데

또한 ▲ 온갖 기도와 방생 등과 같은 것들을 만들어 신도들 돈을 갈취하는 불교 ▲ 승려들을 전도 특별대상으로 삼거나 ▲ 전도성과에 따라 아파트 한 채를 상으로 주는 개신교 ▲ 돈이 있는 신도들을 특별 우대하는 교회와 사찰 그 실태 ▲ 하루(부처님 오신 날) 벌어 1년 먹고 사는 사찰과 암자들 ▲ 성직자들을 취업설명회 같은 방법으로 모집하는 교단 ▲ 자기 삶도 제쳐두고 목사와 승려 우상화에 일조하는 신도 아닌 종교 환자들 ▲ 사찰 파괴와 문화재 훼손 및 봉은사 땅 밟기 실태 ▲ 신도들을 봉사라는 이름으로 노예 부리듯 하는 종교 현장 ▲ 마귀가 되어 오히려 지옥을 만드는 '예수천국 불신지옥' 전도 실태 등을 고발한다.

외에도 차라리 만나지나 말 것을, 차라리 믿지 말았더라면 좋았을 것을 우연히 만나 믿게 된 종교 때문에 행복해지기는커녕 도리어 불행해진 사람들 이야기도 다룬다. 종교 문제로 이혼하거나, 종교가 다른 가족들끼리 호적정리까지 하며 철천지원수가 되거나, 성직자 때문에 정신병을 앓거나 등과 같은.

물론 나의 고발에는 한계가 있으며 청빈·독신·순명으로 사는 가톨릭 수도회와 항상 낮은 곳에 임하고 계시는 수녀님, 그리고 목자(牧者) 같은 목회자, 중생제도 중인 스님은 해당되지 않는다. 존경하는 목사님과 스님, 그리고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성직자의 본분을 다하고 계신 분명 누가 되고 욕보이는 일일 수 있다. 지난 세월 동안 보아온 몇 백 명의 성직자 가운데 일부 목사와 승려를 보고 이런 고발 성격을 가진 글을 쓴다는 것은 분명 한 부분으로 전체를 매도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마치 몇 그루의 나무를 보고 "숲이 이렇더라"고 말하는 것처럼 분명 일반화·보편화의 무리가 따른다는 점은 알고 있다.

하지만 썩은 나무를 솎아내는 일은 전체 숲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혼자서 징계위원회라도 열어 물 흐리는 성직자를 솎아내고 싶은 심정에서 글을 써내려갔다. 안으로 이렇게나 곪아 있으니 더 이상 큰 병이 되기 전에 제대로 치료해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말이다. -<신앙지옥 불신천국> 머리말 중에서 

저자 김나미는
종교 현장, 신앙공동체, 성직자 관련 글을 쓰는 종교 전문 칼럼니스트이다. 그동안 종교의 벽을 넘어 구도자, 수도자, 스님, 신부, 수녀, 목사, 교무 등의 성직자를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전해왔다. <해인>지에 '달마를 찾아서', <조선일보>에 '푸른 눈의 성자들', <중앙일보>에 '열린 마음 열린 종교' '한 지붕 두 종교', '우리는 친구'와 같은 칼럼을 연재했다. <불교신문>에 연재한 <김나미가 전하는 미국 불교>는 미국의 백인 불교 신자들을 인터뷰한 것이다.
<이름이 다른 그들의 신을 만나다>, <환속>,<온 가족이 떠나는 종교여행>을 썼다.
치부만을 헤집는 무책임한 책이 아니다. 이 책의 우선 목적은 '바람직한 종교와 바람직한 종교 생활'에 있다. 사실 저자가 파헤치는 우리 종교계의 치부들은 성직자들과 종교인들은 물론 종교를 믿지 않는 사람들도 익히 보고 들어 알고 있는 것들이기도 하다. 생각 있는 사람들이라면 당연히 도려내야 할 필요성을 느낀. 그럼에도 욕하고 말거나, 드러내기를 꺼리거나, 차마 용기가 없어 고발하지 못했던 것들이다. 이런 점들을 미뤄 이 책은 '썩 용기 있는 책'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종교에 비교적 어린 나이에 심취했던 나도 이미 숱하게, 그리고 혹독하고 비참하게 겪은 경험들과 크게 다르지 않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교에 등을 돌리지 못하고 있는지라 이 책을 불편하고 부끄럽게, 그리고 쓰리게 읽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간의 내 종교 생활을 돌아보는 계기의 책이 되고 있다.

이 책은 모두 7장. 마지막장 '내가 만난 예수','내가 만난 부처'는 저자가 평소 존경해오고 있는 두 종교인 김경재 목사와 도법 스님을 인터뷰한 것이다. 글을 통해 우리에게 종교는 무엇이며 무엇이어야 하는가, 어떻게 믿어야 하는가, 21세기 종교와 성직자의 역할과 자세는 어때야 하는가 등을 제시한다. 부디, 당신의 종교를 돌아보시기를!

덧붙이는 글 | <신앙지옥 불신천국>(김나미 씀, 렛잇비 펴냄, 2011년, 12000원)



신앙지옥 불신천국 - 종교를 고발합니다

김나미 지음, 렛잇비(2011)


태그:#종교(신앙), #성직자, #전도, #예수천국 불신지옥, #렛잇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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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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