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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매미, 여름 내내 무슨 일이 있었을까(사계절 출판사)'를 출간하고 나서부터 4년 동안 아이들에게 여름만 돌아오면 매미 이야기를 전하느라 즐거운 시간들을 보냈었다. 출간되고 나서 세월이 흐르면서 강의 요청이 점점 줄고 있고, 했던 이야기 또 하고 또 하다보니 좀 지겨워진 면도 있지만 그래도 아이들에게 매미 이야기를 들려 줄 때는 언제나 즐겁다. 학교에서도 혹은 책에서도, 웹에서도 찾을 수 없는 이야기들을 나는 들려 주었고, 나의 이야기가 아이들에게 하나의 꿈이 되고 미래가 되기를 바라기 때문에 그 즐거움은 바로 보람이기도 했다.

소년과 말매미 한 마리가 등장하는 책의 표지(그림 김동성)
▲ 논픽션 생태 동화 [매미, 여름 내내 무슨 일이 있었을까?] 소년과 말매미 한 마리가 등장하는 책의 표지(그림 김동성)
ⓒ 사계절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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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별 노하우 없이 그냥 내가 알고 있던 이야기, 책에 있는 내용을 재미있게 전해주면 된다는 마음으로 임했다. 실제 책은 매미에 대한 도시 생태 다큐를 제작하면서 관찰하게 된 매미의 생태에 대한 이야기였기에 전해줄 이야기는 무궁무진했다. 심지어 안타깝게도 러닝타임이나 페이지수 제한 때문에 다큐에서도 책에서도 담지 못한 내용까지 전해줄 수 있어서 나의 아쉬움까지 달랠 수 있었다.

강의를 위해 어렵게 구한 매미 표본들은 아이들의 손을 타 부서지기 일쑤
▲ 매미 표본 강의를 위해 어렵게 구한 매미 표본들은 아이들의 손을 타 부서지기 일쑤
ⓒ 박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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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강의는 그 이상이 필요하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 그래서 '매미 표본'같은 강의를 위한 교보재도 만들게 되었다. 교보재의 인기는 대단했다. 흔히 보는 매미뿐만 아니라 유지매미처럼 흔하지 않은 매미까지 볼 수 있으니 항상 아이들의 손을 탈 수 밖에 없었다. 어렵게 구한 매미표본이 부서지는 것이 다반사였다. 하지만 그 만큼 인기를 증명하는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매미 이야기 이외에 생태계에 대한 일반적인 이야기, 곤충이라는 종에 대한 일반적인 지식도 필요했다. 결국 다큐를 찍으면서도 공부하지 않은 분야들을 조금씩 공부해야 했고, 그런 이야기들 바탕에서 전달하는 매미 이야기는 아이들의 이해도를 높이는 데 많이 도움이 됐다. 

강의를 하면서 크게 느낀 점은 우리 나라의 경우 순수과학이나 기초과학의 필요성에 대해 인정하면서도 진학과 같은 문제에 봉착해서는 학교 교육이 제대로 아이들을 설득하지 못하고 있으며 아이를 기르는 부모님들의 생각도 내 아이가 순수과학을 공부하는 사람이 되기를 원치 않는다는 점이다.

현재의 학교 교육은 많이 달라졌다. 체험학습이나 현장학습을 강조하고 있으며, 주입식 교육보다는 아이들의 다양한 추리력이나 사고력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진학이라는 대목표 앞에서 교육의 주체도 교육의 수혜자도 갈팡질팡하고 있는 것이다. 단적인 예로 '매미 강의'를 하면서 우리의 아이들이 세계적인 곤충학자 '파브르'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강조하지만 많은 아이들과 부모들은 그런 거에 관심있으면 어느 대학의 어떤 과를 갈 수 있느냐라는 질문을 되돌려 주었다.

그때마다 적절한 대답을 할 수가 없었던 것이 현실이다. 간혹 생물학 정도를 이야기해 주고 실제 이런 학문은 생물학보다는 농생물학과와 같은 실용적인 학문에서 더 많이 다룬다고 알려주면 아이들은 모르겠지만 부모들 반응은 늘 싸늘했던 기억이 난다. 

매미를 바로 잡아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모습
▲ 매미를 자세히 보세요 매미를 바로 잡아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모습
ⓒ 박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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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느낀 점이라면 생태강의나 자연에 대한 체험과 강의를 하기 위해서 산과 들로 나가야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매미 강의는 사실 산과 들 그리고 야생동식물과 기본으로 하는 생태강의는 아니다. 오히려 도시의 야생동물에 대한 생태강의이다. 도시에 큰 야생동물이 있을 리 만무하니 결국 도시 생태강의는 조류와 곤충 정도의 강의가 가능하다. 하지만 도시에서 발견할 수 있는 곤충 하나만 가지고도 아이들에게는 엄청난 경험을 제공하고 관찰력이나 추론 능력 등을 길러 줄 수 있다.

이 뿐만 아니라 강의 횟수가 늘어나면서, 아이들을 만나면 만날수록 나도 아이들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다. 매미에 대한 지식적인 측면이야 아이들보다 내가 낫겠지만 사물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는 것은 아이들이 훨씬 나았다. 나는 관찰을 하면서도 당연하게 느꼈던 것들에 대해서 아이들은 '왜'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러면 그 자리에서 답변을 하지 못하는 나는 당황스러웠지만 솔직히 아이들에게 선생님도 잘 모른다고 하고, 그 답을 알아보고 게시판 같은데 올려주겠다고 하곤 했다.

배를 움직여 소리를 내고 있는 참매미
▲ 참매미의 울음 배를 움직여 소리를 내고 있는 참매미
ⓒ 박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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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례로 매미 촬영 2년째 쯤에 나는 매미가 어떻게 울음 소리를 내는지를 조사하고 카메라에 담고 있었다. 결론은 매미는 발음근을 움직여 작은 소리를 만들고 그 소리가 텅빈 배 속에서 공명되어 커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런 과정을 아이들에게 설명했을 때 아이들이 던진 질문은 '그러면 왜 매미 종류마다 우는 리듬이 다르냐'는 것이었다.

결국 나는 다시 여러 종류의 매미들이 우는 모습을 근접 촬영하게 되었고, 그래서 내린 결론은 발음근에서 발생된 작은 소리를 공명시키는 녀석들의 배가 매미 종류마다 다르게 움직인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매미 종류마다 배에 있는 배마디의 유연성이 다르고 공명실의 크기를 좌우하는 배의 크기가 다름에 따라 소리의 리듬이나 음색도 달라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이의 호기심에서 출발한 것이 결국 다큐멘터리에 담기게 되었고 다음에 두번째 매미책에 담을 수 있는 중요한 내용으로 발전하기도 했다.

매미의 한살이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필자
▲ 매미의 한살이는 이렇죠 매미의 한살이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필자
ⓒ 박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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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 강의는 통상적으로 두개의 큰 내용으로 구성된다. 1,2강 모두 합쳐서 2시간 정도 진행되는데 1강에서는 본인이 2001년 만들었던 RT30분 정도의 다큐멘터리를 상영한 후 매미의 한살이에 대해 강의를 하고 아이들에게 다양한 질문을 받아 답변을 해주는데, 일본 쪽에서 들어온 도감류의 생태 도서에서는 알기 힘든 한국 매미에 대한 이야기, 특히 도시 매미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들려준다.

강의의 초점은 공식화되어 있는 매미의 일생이 아니라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우리 매미의 행태다. 그래서 때로는 파브르 곤충기 매미 편에 나오는 내용이나 도감류에 나오는 매미 생태와 다른 이야기가 되기도 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다른 생물도 마찬가지겠지만 생물의 생태는 우리가 관찰을 통해서 일반적인 속성을 밝혀 내더라도 항상 그 일반화된 속성만을 보여주는게 아니라 각 개체의 당시 컨디션이나 주변 환경요인 등에 영향을 받아서 다른 행태를 보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항상 이 점을 강조한다. 그래서 내가 관찰한 것만, 그것도 내가 관찰한 개체에만 해당되는 속성이고 이런 작업들이 엄청나게 축적이 되어서 정말로 일정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는 결론이 나올 때 정도만 일반화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래서 곤충학자 파브르가 아주 섬세하고 자세한 관찰기를 쓰더라도 어린이들이 할 수 있는 혹은 후대의 학자들이 해야 할 일들이 남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강의가 하는 역할은 아주 크다. 먼저 요즘처럼 실내 학습 혹은 책이나 멀티미디어를 통한 학습에 익숙해져있고 발달되어 있는 사회에서, 혹은 학교-학원-집으로 이어지는 초등학생들의 생활 속에서 야외활동을 통해서 새로운 것과 기존 학습에서 얻기 힘든 것들을 얻을 수 있다는 마인드와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이다.

실제로 강의를 하면서 발견한 것은 부모들의 태도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매미는 어른들에게 가장 보편적인 추억으로 자리잡고 있는 곤충일 것이다. 그런 만큼 강의에 동행한 어머니들이 어떤 경우 아이들보다 질문을 더 많이 하기도 했다. 그리고 아파트나 집 주변에서라도 애들이랑 매미도 잡고 관찰도 한번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다. 아이가 야외에서 곤충채집을 한다든지 하는 일의 소중함을 최소한 알고 집으로 돌아가게 되는게 강의가 주는 값진 결실이었다고 생각된다.

강의는 지금도 계속 진행 중이다. 그래봐야 여름 7,8월 가끔 늦을 경우 9월에만 하는 강의기 때문에 많은 아이들에게 기회가 주어지기는 힘들지만 우리나라에 파브르 같은 곤충학자가 나와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언제나 혼신을 다한다. 그래서 올해도 이미 2회 정도의 강의를 계획 중이다. 하나는 본인이 살고 있는 아파트의 입주자대표로 새로 선출되신 분의 요청으로 아파트 단지 내 어런이 도서실 개관을 기념 강의로 준비 중이고 다른 하나는 모 교회에서 유년부나 초등부들 아이들을 대상으로 계획 중이다.

그리고 책제목과 동명의 100분짜리 다큐멘터리 '매미, 여름 내내 무슨 일이 있었을까?'의 제작물이 완성되어 극장개봉 혹은 다양한 배급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 있을 매미 강의에서는 30분짜리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이 작품을 아이들에게 보여줄 작정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드가의 다큐멘터리 이야기 www.degadocu.com'에서 제공합니다. (트위터 @memikorea)



태그:#매미, #생태강의, #매미, 여름 내내 무슨 일이 있었을까?, #사계절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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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방송 채널에서 교양다큐멘터리를 주로 연출했, 1998년부터 다큐멘터리 웹진 '드가의 다큐멘터리 이야기'를 운영. 자연다큐멘터리 도시 매미에 대한 9년간의 관찰일기 '매미, 여름 내내 무슨 일이 있었을까' 2016년 공개, 동명의 논픽션 생태동화(2004,사계절출판사)도 출간. 현재 모 방송사에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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