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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핵심 부품을 제조하는 '유성기업' 노사가 파업과 직장폐쇄로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가운데 22일 오후 출동한 경찰이 유성기업 아산공장 정문 앞 도로를 막고 있다.
 자동차 핵심 부품을 제조하는 '유성기업' 노사가 파업과 직장폐쇄로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가운데 22일 오후 출동한 경찰이 유성기업 아산공장 정문 앞 도로를 막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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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의 파업에 맞서 직장폐쇄를 단행한 유성기업 사측이 처음부터 노조와의 협상보다는 협의지연과 직장폐쇄로 대응하려 했음을 뒷받침하는 내부문건이 나와 파문이 일고 있다.

노조 측은 이 문건이 '현대자동차 총괄이사' 차량에서 발견했다고 밝히고 있어 현대자동차 측의 유성기업 노사문제에 직접 개입여부를 놓고 또 다른 논란이 예상된다.  

금속노조 유성지회(이하 지회)와 <미디어충청> 보도에 따르면 유성기업 사측(충남 아산시 둔포면)은 이번 임단협의 최대 쟁점인 지난 2009년 합의한 '주간 연속 2교대 도입' 건과 관련해 처음부터 이를 받아들일 생각이 없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노조 측은 최근 유성기업이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대외비 문건을 '현대자동차 총괄이사' 차량에서 발견했다고 밝혔다. 노조 측은 "해당문건에는 '유출될 경우 유출 당사자를 강력 조치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고 설명했다.

문건에 따르면 사측은 처음부터 노조와 합의에 시간을 끌다 '직장폐쇄'를 한다는 방침을 세워놓았다. 이번 쟁의조정의 핵심쟁점은 노사가 지난 2009년 합의한 주간 연속 2교대제 도입에 관한 것이었다. 노사는 2009년 당시 '주간연속 2교대제 도입을 2011년 1월 실행을 목표로 추진하기로 하고 이를 위한 회의를 정례화'하기로 합의했다.

"주간연속 2교대 합의시, 현대기아차 교섭에 변수 우려"

유성기업 상공을 경찰헬기가 선회하며 상황을 살피고 있다.
 유성기업 상공을 경찰헬기가 선회하며 상황을 살피고 있다.
ⓒ 금속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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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사측은 노사합의 내용을 시행하기 위한 방안을 찾기보다는 정반대의 계획을 세워놓은 것으로 문건을 통해 드러났다.

우선 현대자동차 측이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주간연속 2교대 도입관련 문제점 및 추진방향' 제목의 문건에는 "노사 주간연속 2교대 시행 합의시 현대차와 기아차 본 교섭에 일부 변수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어 "(반면) 합의하지 않고 원칙적으로 대응할 경우 '현대차와 기아차 승용디젤엔진 부품공급에 차질을 줄 가능성'이 있다"며 "생산물량 점검 및 대응은 구동부품개발실에서 별도 검토 중"이라고 밝히고 있다.

문건은 이에 대한 '추진방향'으로 "현대차와 기아차가 시행하기 이전에 유성기업이 노사합의를 통해 먼저 주간연속 2교대를 시행하는 것은 방지해야 한다"며 "현대차가 시행한 후 3개월 내 시행추진 등의 형태로 (추진하고) 이를 위한 실무팀을 구성(하는 등 방법으로) 시간을 지연"시키는 것으로 돼 있다. 유성기업이 먼저 지난 2009년 노사합의대로 주간연속 2교대를 시행할 경우 현대차와 기아차 본 교섭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다른 조건을 붙여 시간을 끌겠다는 것. 이는 현대자동차측이 유성기업 노사문제에 직접적으로 개입해 왔음을 시사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유성기업이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별도의 문건에는 대응 시나리오로 ▲ 5월 13일 (본 조정 일정) 직장폐쇄 공고문 준비, 시설물 보호요청 등 실무준비 완료 ▲ 5월 14일 직장폐쇄에 따른 세부종합대책 마련 ▲ 5월 15일 직장폐쇄 공고 및 담화문(경비용역 50여명 미리 선발하여 대기) 등으로 돼 있다. 이는 사측이 처음부터 노조파업 즉시 직장폐쇄를 염두에 두고 있었음을 말해 주고 있다.

문건에는 "조기 결품사태가 발생하면 공권력 요청시기를 선택할 수밖에 없고... 안정적 생산이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공권력 투입시기를 선택한 후, 결품사태를 방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적혀있다. 또 "결품으로 인해 완성차 라인이 끊길 경우 시간당 18억 원을 보상해야 한다"고 밝혀 노조의 파업에 대비한 현대차 등 완성차 업체 측과 별도의 협정서를 작성해 놓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노조 "현대차, 유성기업 노사문제에 직접 개입"

유성기업 회사 부근에서 노조 지지시위를 벌이고 있는 민주노총 조합원들
 유성기업 회사 부근에서 노조 지지시위를 벌이고 있는 민주노총 조합원들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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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도 문건에는 '작업정상화를 위한 대응요령'으로 "...공장장이 간부들을 대동하고 현장을 순회하면서...정상작업을 하는 조합원을 격려하고...태업, 파업조합원에게 설명과 구두경고..."등의 내용이 들어있다. 이에 더해 "평상시에는 관계기관 및 언론과 유대관계를 강화하고 비상상황이 발생할 경우 평소 쌓아 놓은 유대관계에 근거해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 줄 것을 적극 요청한다"는 대응요령까지 담겨 있다.

실제 대부분 언론은 자동차공업협회와 자동차공업협동조합 측의 공권력 투입 주장을 여과 없이 보도하고 있다. 

노조 측은 이 문건을 '노조파괴 시나리오'로 이름 붙인 상태다. 노조 관계자는 "문건 내용으로 볼 때 사측은 처음부터 협상에 임하지 않고 직장폐쇄를 하려 했음이 분명하다"며 "정당한 노조활동을 '불법'으로 낙인찍고 치밀한 각본에 의해 조합원들을 벼랑 끝으로 몰아온 사측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노조 관계자는 또 "이 문건이 '현대자동차 총괄이사' 차량에서 발견된 만큼 현대자동차가 유성기업 노사문제에 직접 개입해 왔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현대차 등 완성차 업체의 부품사에 대한 개입력을 저지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그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유성기업 관계자는 "문건내용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다"며 "현재 비상상황으로 다른 직원과도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유성기업 사측은 지난 18일 노조의 파업에 맞서 직장폐쇄를 단행했고, 노조원들이 공장을 점거, 이 시간 현재까지 공장 정문을 사이에 두고 노사 간 팽팽한 대치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현장 배치 경찰력을 전날 3개 중대에서 5개 중대로 늘리는 등 공장 점거 농성을 주도하고 있는 김성태 노조위원장 등을 검거하기 위한 공권력 투입을 검토 중에 있다.


태그:#유성기업, #자동차부품, #직장폐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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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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