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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5월 18일 그날의 작전명 <화려한 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켜주고 싶었지만 끝내 지켜주지 못했고, 모든 것이 꿈이기를 바랐던 그날의 광주. 시간은 흘렀고 80년 5월은 어느덧 우리 가슴속에서도 점점 잊히고 있다.

 

1990년대 최고의 드라마로 기억되는 <모래시계>. 정치적 상황을 극으로 묘사한 <제5공화국>은 드라마 초반에 80년 5월의 광주를 배경으로 해 시대적인 상황을 반영했다. 하지만 드라마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80년 5월에 대한 형상화만했을 뿐 더는 큰 의미를 전달하지는 못했다.

 

특히, <모래시계>에서 조직폭력배 두목인 친구에게 사형선고를 해야 했던 검사조차도 80년 5월은 군생활 중 일부였다는 것에만 머물렀고, 그 어떠한 내면적인 상황이나 의미는 찾아볼 수 없었다. 어쩌면 이렇게라도 80년 5월이 드라마를 통해서 묘사되었다는 것에 만족해야 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1996년 4월 최윤의 소설 <저기 소리없이 한 점 꽃잎이 지고?를 원작으로 '당신에게 자석처럼 다가오는 소녀!'라는 테마로 장선우 감독에 의해 <꽃잎>이라는 영화가 탄생되었다. 총성이 난무하던 1980년 5월의 광주에서 죽어가는 엄마를 버리고 달아난 소녀의 방황을 그린 이 영화는 5월의 희생자들이 겪어야 하는 가슴 아픈 삶을 묘사했다.

 

이후 80년 5월 진압군으로 참여한 청년의 변화된 삶을 영화로 한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이 2000년 1월 1일 개봉되었다. 이 영화는 전방부대로 입대한 청년이 광주에 진압군으로 내려간 뒤 광주역 주변 어둠속에서 귀가하던 여고생을 여자친구인듯 마주하던 청년이 급박한 상황에서 방아쇠를 당기며 되돌아 올 수 없는 길을 가고 말았다. 그리고 19년이 흐른 뒤 야유회 장소에 느닷없이 나타나 기찻길 철로 위에서 두 손을 들며 "나 다시 돌아갈래!"를 외치며 힘들었던 삶을 버리고자 했던 청년의 모습을 그렸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80년 5월을 소재로 한 영화와 드라마는 여러 가지 의미를 담기위해 노력은 했지만 당시의 정치적 상황과 시대적 배경 탓에 더 큰 의미를 전달하지는 못했고 인간의 내면적인 아픔을 담는 것에만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2007년 80년 5월 그날의 작전명 '화려한 휴가'를 영화로 만들었던 이 영화는 당시의 시대적 배경에 맞게 진압군에 맞서야 했던 그날의 광주시민의 모습을 그리며 이전의 영화와는 다르게 많은 시사점을 남겨주었다.

 

특히, 영화의 주인공들이 아픔을 치유하거나 단지 추억을 회상하는 것에서 벗어나 택시노동자, 병원노동자, 탄광노동자 등 우리 주변의 인물들이 주인공이 되었고 서로 다른 삶속에서 군사독재 정권 타도를 위한 투쟁을 전개하며 이들의 투쟁 속에서 신부, 교사, 예비역 장교 등 정의로운 지식인들이 등장하면서 도청 최후의 항전을 끝으로 영화를 마무리 한다.

 

다만, 이 영화는 진압군에 의해 무참히 학살되는 모습은 잔인하리 만큼 만족스럽게 표현되었지만 미국의 항공모함 등장으로 80년 그날에 미국이 관여했다는 것을 확인시킨 것과 영화 초기에 진압군이 탄 비행기가 북이 아닌 남으로 간다는 것을 암시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무차별 학살을 진행해야 했던 진압군에 대한 불안한 심리적 묘사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과 권력자들이 광주를 희생하는 부분만 묘사 되었다는 것이 진한 아쉬움을 남겼다.

 

영화나 드라마가 당시의 정치적인 상황과 시대적 배경을 묘사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리고 그 주제가 80년 5월의 광주라면 더욱 그럴 수 밖에 없다. 무엇을 위해 싸워야 했고 무참히 학살을 해야만 했던 그날의 인물들. 어쩌면 이것은 우리가 역사를 바로 알리기 위해서도 묘사할 수 있는 방법을 또 찾아야 할 것이다.

 

80년 그날 광주에서 피비린내 나는 전투를 감행해야 했던 그들은 무엇을 위해 투쟁을 하였고 우리는 왜 아직도 그날의 기억을 잊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이것은 역사가 해결해 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역사를 바로 잡아야 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태그:#화려한 휴가, #꽃잎, #박하사탕, #80년 5월, #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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