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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이 의심되는 교통사고 환자가 의식을 잃어 경찰이 가족의 동의를 얻어 혈액을 채취해 음주사실이 드러나 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됐으나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법원은 기본적으로 본인이 아닌 가족의 동의는 동의로 볼 수 없고, 특히 수사기관은 채혈 전이나 채혈 후에라도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아야 하는데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는 형사소송법상 영장주의의 적법절차를 위반한 것으로 채혈(혈액 채취)에 관한 감정결과 등은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써 증거능력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A(60)씨는 2008년 6월 25일 나주시 세지면의 한 시골마을 도로에서 자동차운전면허 없이 혈중알코올농도 0.255%의 술에 취한 상태에서 화물차를 운전하다가 가드레일을 들이받은 후 차량이 논으로 빠지는 사고로 크게 다쳤다.

 

이로 인해 A씨는 무면허운전과 음주운전(도로교통법위반) 혐의로 기소됐고, 1심인 광주지법 형사10단독 양형권 판사는 2008년 11월 A씨에게 징역 4월을 선고했다.

 

양 판사는 "피고인이 음주운전으로 2회 벌금형을 선고받은 전과가 있는데다가 2007년 12월 무면허운전과 음주측정거부로 징역 7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집행유예 기간 중에 또 동종범행을 저지른 점, 당시 혈중알코올농도가 0.255%에 이를 정도로 음주수치가 높은 점, 그로 인해 교통사고까지 야기한 점 등을 참작하면 실형 선고를 피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자 A씨는 "채혈이 적법한 절차에 의해 이뤄지지 않아 혈중알코올농도 수치에 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감정결과 및 이에 기초한 경찰의 주취운전자적발보고서는 위법수집증거로 증거능력이 없음에도 음주운전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한 것은 위법하다"며 항소했다.

 

당시 A씨는 크게 다쳐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는데, 신고를 받고 응급실로 출동한 경찰은 A씨가 술을 마신 것 같아 음주측정을 하려 했으나, A씨가 의식을 잃어 할 수 없었다. 이에 경찰은 A씨의 동서로부터 채혈동의를 얻어 채혈했고,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감정결과 A씨는 혈중알코올농도 0.255%가 나왔다.

 

A씨는 경찰이 채혈과정에서 본인의 동의를 받지 않았고, 특히 법원으로부터 채혈에 관한 영장이나 감정처분허가장을 발부받지 않은 것을 문제 삼은 것.

 

항소심인 광주지법 제3형사부(재판장 배형원 부장판사)는 2009년 2월 공소사실 모두를 유죄로 판단한 1심 판결을 깨고, 음주운전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하고 무면허운전 혐의에 대해서만 유죄로 인정해 A씨에게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음주운전 혐의에 대해 "이 사건 채혈은 법관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졌고, 사후에도 영장을 받은 바도 없어, 피고인의 혈중알코올농도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감정결과 및 경찰의 주취운전자적발보고서는 위법수집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고, 채혈이 피고인의 가족의 동의를 얻어서 이루어졌다는 사정만으로는 달리 볼 수 없다"고 무죄 이유를 밝혔다.

 

사건은 검사의 상고를 대법원으로 올라갔으나, 대법원 제2부(주심 전수안 대법관)는 면허 없이 혈중알코올농도 0.255% 상태에서 운전한 혐의(도로교통법 위반)로 기소된 A(60)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음주운전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5일 밝혔다.

 

재판부는 먼저 "사법경찰관이 범죄수사에 필요한 때에는 검사에게 신청해 검사의 청구로 판사가 발부한 영장에 의해 압수·수색 또는 검증할 수 있고, 범행 중 또는 범행 직후의 범죄 장소에서 긴급을 요해 판사의 영장을 받을 수 없는 때에는 압수·수색·검증을 할 수 있으나, 사후에 지체 없이 영장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위와 같은 형사소송법 규정에 위반해 수사기관이 법원으로부터 영장 또는 감정처분허가장을 발부받지 않은 채 피의자의 동의 없이 혈액을 채취하고 더구나 사후적으로도 영장을 발부받지 않고 강제로 채혈한 피의자의 혈중알코올농도에 관한 감정이 이뤄졌다면, 이런 감정결과는 영장주의 원칙을 위반해 수집된 것으로 이런 증거는 피고인이나 변호인의 증거동의가 있더라도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 사건 채혈은 법관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졌고 사후에 영장을 발부받지도 않았으므로 피고인의 혈중알코올농도에 대한 국과수의 감정결과보고서 및 이에 기초한 주취운전자적발보고서는 위법수집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로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또 "음주운전 중 교통사고를 야기하고 의식불명 상태에 빠져 병원에 후송된 자에 대해 수사기관이 수사 목적으로 의료진에게 요청해 혈액을 채취한 사정이 있더라도, 이런 증거의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것이 형사사법 정의를 실현하려고 한 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채혈, #음주운전, #영장주의, #혈중알코올농도, #도로교통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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