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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 아우라지 가는 길

 

우리 산내들내 길찾아 걷기팀은 5월 정기 도보를 강원도 정선 아우라지로 택했다. 이번 걷기에는 걷는 것 외에 레일 바이크 타는 것을 추가해 프로그램을 조금 다양화했다. 그래서 오전에는 레일바이크를 타고 오후에는 걷는 일정을 잡았다. 우선 기차를 타고 정선 아우라지까지 간 다음, 구절리까지 마을버스로 이동해 그곳에서 레일바이크를 탈 것이다. 그리고 오후에는 아우라지에서 나전까지 이어지는 꽃벼루재길을 걷기로 했다.

 

강원도 정선의 아우라지까지 가려면 제천에서 기차를 타야 한다. 기차시간을 보니 오전 7시 10분과 10시 06분 단 두 번밖에 없다. 나전에서 제천까지 오는 기차도 오전 10시 53분과 오후 5시 38분 두 번밖에는 없다.

 

그래서 우리는 14일 오전 7시 10분 기차를 타고 아우라지로 들어간 다음, 오후 5시 38분에 나전에서 나오는 기차를 타기로 했다. 그리고 그 사이 레일 바이크도 타고 걷기도 할 것이다.

 

아침 6시 45분쯤 제천역에 도착하니 회원들이 나와 기다리고 있다. 이번 '정선 레일바이크 체험 및 꽃벼루재길 걷기' 행사운영자인 장구니님의 얘기를 들으니 이번에 함께 할 회원이 44명이라고 한다. 지금까지는 보통 20명 전후였는데, 인원이 두 배로 늘었다. 레일 바이크가 사람들을 끌어들인 모양이다. 7시10분 제천에서 출발한 기차는 영월과 정선을 지나 9시17분 아우라지에 도착한다.

 

아우라지역의 옛 이름은 여량(餘糧)역이었다. 송천과 골지천이 아우러지는 합수머리로, 땅이 넓어 예로부터 식량이 남아돌아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강원도지역 탄광이 번성을 누리던 80년대 초까지만 해도 제천에서 여량까지 사람과 화물이 분주히 오갔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아우라지 옛 얘기를 듣고, 정선아리랑을 배우고, 레일 바이크를 타려는 관광객들만 찾아오고 있다. 우리도 그런 사람 중 하나가 되어 아우라지에 온 것이다. 

 

어름치도 보고 여치도 만나고

 

아우라지역에 내리니 커다란 어름치 조형물이 우릴 반긴다. 어름치는 한강, 임진강, 금강 상류지역에 사는 희귀어종으로 이곳 정선지역에서도 발견된다고 한다. 물이 맑고 자갈이 깔려있는 수심이 깊은 곳에 산다고 하니, 아우라지 지역이 생태적으로 어름치가 살기에 적당한 지역이라 할 수 있다. 우리의 목적지인 구절리까지 가는 버스가 떠나기 전, 시간이 있어 어름치 조형물 안으로 들어가 보니 식당 겸 카페다. 아이디어가 괜찮은 편이다.

 

조금 있다가 우리는 마을버스를 타고 굽이굽이 송천을 따라 구절리로 올라갔다. 구절리역은 과거 정선선의 종점이었으나, 이제는 종점의 자리를 아우라지역에 내주고 레일바이크의 출발점으로 그 역할을 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버스를 타고 구절리역까지 가는 것이다. 구절리역에 도착하니 오전 9시 45분이다. 우리가 탈 레일바이크는 10시 30분에 구절리역을 출발할 예정이다. 구절리에서 아우라지까지는 7.2㎞로 레일바이크로 50분 정도 걸린다고 한다.

 

45분 정도 시간이 남아서 구절리역 안에 있는 여치 카페로 간다. 여치의 꿈이라고 이름 붙여진 이 조형물은 여치 한 쌍이 어우러진 모습이다. 객차 2량을 고쳐 만든 것으로 1층은 음식점, 2층은 카페로 운영되고 있다. 뒤로는 송천이 흐르고 앞으로는 레일바이크 선로가 내려다 보여 분위기가 참 좋다. 또 주인의 안목이 높아선지 창문에 멋진 문구들을 붙여놓았다.

 

'행동하는 사람처럼 생각하고, 생각하는 사람처럼 행동하라.' 행동(action)할 때는 생각(thought)을, 생각할 때는 행동을 염두에 두라는 말로 받아들여진다. 그리고 한쪽에는 책장이 놓여있는데, '책이란 넓고 넓은 시간의 바다를 지나는 배'라고 적혀 있다. 

 

이곳에서 여유 있게 책을 보면서 넓은 세상을 체험해 보라는 뜻으로 들린다. 카페에 들어와 차도 한 잔 안 마시고 미안하다고 하자, 주인여자가 괜찮다고 대답해준다. 고마운 사람이다.

 

나는 이곳을 내려와 정선군 농특산물 홍보관으로 들어간다. 역시 객차를 개조해 만든 것으로 정선에서 생산된 농산물, 공예품 등이 전시되어 있다. 산골 정선이라 그런지 잡곡과 산나물, 장뇌삼 등이 눈에 띈다. 또 옛날에 많이 봤던 짚풀 공예품이 보인다. 짚신, 종다래끼, 연장바구니, 가방 등이 눈에 들어온다. 이곳 홍보관에는 우리 회원들 모두가 들어와 잠시 왁자지껄하다. 홍보관에는 역시 사람들이 많아야 생기가 돈다.

 

이들을 보고 나서도 시간이 조금 남아 나는 송천으로 내려가 본다. 엊그제 비가 와서인지 수량이 많고 물에 약간 탁한 기가 남아있다. 천변에는 민들레, 철쭉 등 꽃이 피어있고 새들이 이리저리 날며 봄을 즐기고 있다. 철로를 따라 풍경열차 '아리아리호'가 들어온다. 풍경열차는 레일바이크를 이용해 아우라지까지 간 사람들을 출발지인 구절리까지 데려다주는 환승열차다. 내려갈 땐 레일바이크로, 올라올 땐 풍경열차로, 정말 괜찮은 아이디어다.

 

레일바이크 타는데 웬 주의사항이 이리도 많아

 

10시 20분쯤 되어 나는 레일바이크 출발점으로 간다. 레일바이크는 4인승과 2인승이 있다. 4인승은 패밀리용이라고 부르고, 2인승은 커플용이라 부른다. 우리는 단체로  4인승을 타기로 되어있다. 나는 비교적 선두에 4인승을 탄다. 4인승은 앞 두 자리는 그냥 앉아가는 것이고, 뒤의 두 자리에 자전거가 있어 페달을 밟도록 되어 있다. 나는 뒷자리에 앉아 페달을 밟기로 한다.

 

그런데 출발하기 전 담당자가 한참동안이나 주의사항을 전달한다. 과속을 하지 맙시다. 다른 레일 바이크와 추돌하지 않도록 안전거리를 유지합시다. 레일 바이크 운행 중 급정거, 무단하차, 자리에서 일어나는 행위를 하지 맙시다.

 

옆 사람과 장난, 사진촬영 등 불필요한 행동은 하지 맙시다. 레일 바이크 안전사고에 주의합시다. 모두 열 가지는 된다.

 

레일 바이크를 처음 타보는 나는, 이게 이렇게 어려운 건가 걱정이 되기도 한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일부 회원들은 재미삼아 일부러 부딪치기도 하고 함께 가기도 했다고 한다.

 

오전 10시 30분이 넘어 레일 바이크는 서서히 출발한다. 우리는 구절리역에서 아우라지역까지 50분 정도 레일 바이크를 탄 다음 그곳에서 점심을 먹고 오후에 다시 꽃벼루재길 답사를 시작할 것이다.

 

7.2㎞에 50분, 만만치 않지만 재미있는...

 

출발하면서 보니 하트모양의 조형물에 열쇠들이 걸려 있다. 커플들이 헤어지지 않기로 약속을 하고 건 것들로 보인다. 그러고 보니 레일 바이크를 타는 연인들이 여럿 보인다. 구절리에서 아우라지로 이어지는 철길은 경사도 2%의 완만한 내리막길이다. 그래서 누구나 쉽게 레일바이크를 탈 수 있다. 터널도 여럿 지나고, 오르막길도 한 군데 있어 재미가 있다. 또 송천을 따라 길이 나 있어 경치도 그만이다.

 

내리막 구간에서 우리는 처음으로 터널을 만난다. 안으로 들어가니 시원한 느낌이 든다. 그리고 앞서가는 팀이 터널을 나가며 만드는 검은 실루엣이 정말 멋지다. 또 철길 가 산에는 여우와 늑대, 호랑이 등 동물 모형을 만들어 놓아 애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게 만들었다.

 

마을도 지나고 논밭도 지나고 건널목도 지난다. 밭에서는 소독하는 모습도 보이고, 논에는 가둔 물이 그득하다. 그러고 보니 모내기철이 다가왔다. 건널목에서는 차량을 통제하는 간수의 모습도 보인다.

 

레일 바이크이지만 도로와 만나는 건널목에서는 승용차와 충돌할 수 있기 때문에 간수가 지키고 있다. 레일 바이크도 기차인지라 승용차보다는 우리에게 우선권이 있다. 앞의 레일 바이크와 거리가 너무 떨어지면 페달을 밟고, 또 너무 가까우면 관성을 이용해 가면서 우리는 바이크를 즐긴다. 그러므로 바이크의 브레이크는 거의 사용할 필요가 없다. 오르막길을 오를 때는 또 페달에 힘을 가해야 한다.

 

레일 바이크, 적당히 운동도 되고, 경치도 즐기고, 즐거움도 가져다주는 괜찮은 관광자원이다. 그래서인지, 요즘 삼척, 문경 등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 레일 바이크를 운영하고 있다. 그들 나름대로 다 특성이 있는 것 같다.

 

다들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을 끼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레일 바이크는 송천을 따라오다 마지막에 골치천에 놓인 다리를 건너 아우라지로 들어선다. 저 멀리 두 물이 아우러지는 모습이 보인다. 목적지인 아우라지역에 도착하니 어름치가 우릴 반긴다. 어름치는 이제 아우라지역의 상징이 되었다.

덧붙이는 글 | 5월14일 강원도 정선땅 아우라지를 다녀왔다. 레일 바이크도 타고 옛길을 걷기도 하기 위해서다. 이번 여행을 통해 걷기와 타기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었다. [윗동네에서는 레일 바이크로, 아랫동네에서는 두 발로]라는 테마로 3회 이어쓰기할 예정이다.


태그:#정선 아우라지, #구절리, #레일 바이크, #어름치와 여치, #꽃벼루재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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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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