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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철성

지난 4월 29일(금) 오후 7시경 서울에서 지하철을 타고 홍대입구 8번 출구를 나와 10여 분 정도 헤매다 찾아간 '따루주막'. 그곳에서 한글이 줄줄이 새겨진 앞치마를 입은 채 찾아오는 손님들을 맞이하고 주문받고 술상 나르느라 정신없이 분주한 따루씨를 만났다.

핀란드에서 한국으로 유학 왔다가 한국이 좋아 서울대학교에서 학업(한국어과)을 마치고도 고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그냥 15년째 주저앉아 살아가고 있는 1977년생 핀란드인 뱀띠처녀 따루 살미넨(35).

그녀는 어느새 막걸리 예찬가이자 막걸리 전문가로 변모해 있었다. 이러한 따루씨는 지금은 종방된 KBS의 인기 프로그램 <미녀들의 수다>에 출연해 한국인도 잘 모르는 토속적인 한국말과 격언, 속담, 생활언어 등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면서 관심과 인기를 한 몸에 받았다. 특히 방송 중에 나이에 대한 물음에 '계란 한 판'이라고 재치있게 답한 덕분에 한 때 '계란 한 판'으로 불릴 정도였다.

더구나 따루씨는 방송에 패널로 나와서는 한국인도 가보지 못한 한국의 곳곳을 소개하면서 한국의 미를 새삼 다시 느끼게 만들었다. 게다가 방송 때마다 감탄하면서 말하는 막걸리의 참맛에 대한 설명은 거의 '막걸리 찬가'에 '막걸리 숭배' 수준이다. 

"막걸리는 누룩을 직접 빚어서 띄워 만든 막걸리가 진짜 막걸리에요. 시중에 대량으로 유통되는 막걸리는 사실 일본에서 누룩균주를 사다가 일본의 대량생산 주조방식으로 만드는 것이라 전통 한국의 막걸리라고 할 수가 없어요."

인사보다 먼저 막걸리에 대한 이야기로 입을 연 따루씨는 특유의 빠른 속도의 말로 막걸리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이어갔다.

"현재 한국에는 막걸리를 만드는 누룩을 직접 빚어서 만드는 곳이 전국적으로 딱 세군데 밖에 없어요. 진주곡자, 상주곡자하고 광주에 있는 곡자입니다."

"저, 미안하지만 '곡자'가 무엇이지요?"

평소 막걸리를 마실 줄만 알았지 어떻게 만드는지 양조 쪽엔 전혀 무지한 기자가 자존심을 접고 막걸리연구의 대가 따루씨에게 묻자 이내 친절한 선생님처럼 일러줬다.

"아, 네 '곡자'라는 것은 누룩을 만드는 공장을 '곡자'라고 불러요. 막걸리양조장 쪽에서 사용하는 용어라 일반인들은 잘 모르는 단어입니다."

핀란드에 돌아가 '막걸리' 만들어 팔아보고 싶어

그리고 이내 나머지 이야기를 시작한다.

"아쉽게도 제가 여기서 전통 방식으로 빚은 막걸리를 판매하고 싶지만 생산량이 워낙 적어 판매를 할 수가 없어요. 부산의 금정산성 막걸리와 약간 시큼한 맛이 도는 경남 하동악양 막걸리, 그리고 대구에 두 개의 막걸리와 충북담양의 검은콩 막걸리가 전통방식으로 빚은 누룩을 가지고 막걸리를 띄우고 있어요. 하지만 여기까지 가져다 판매할 정도의 물량이 없어요. 그래서 아쉬운대로 전국에서 그래도 전통막걸리 맛을 유지하면서 특별한 막걸리만을 선정해 판매하고 있습니다.

지금 여기서 생막걸리로 상주탁배기, 진도의 울금막걸리와 구기자 막걸리 그리고 좀 비싸지만 인기가 좋은 울산의 복순도가 손막걸리를 팔고 있어요. 살균 막걸리로는 배혜정 누룩도가와 자색고구마 막걸리, 부자막걸리를 팔아요."

따루씨는 막걸리에 대해 좀 더 체계적이며 전문적인 지식을 얻고자 대학로에 있는 인문학습원에서 처음 개설한 10주과정의 막걸리학교에 입학해 작년 8월 막걸리학교 5기생으로 졸업했다. 수강료가 36만 원 정도 하는 막걸리학교는 인기가 워낙 좋아서 개설하고 5분 정도 지나면 수강신청이 마감된다.

한편 따루씨는 자신이 워낙 막걸리를 좋아하기 때문에 만약 기회가 온다면 고국 핀란드에 돌아가 '막걸리'를 만들어 팔아보고 싶다고 한다.

"지금 제가 인왕산 앞에서 살고 있는데요, 인왕산자락에 올라가다 보면 '홍삼약수터'가 있어요. 막걸리를 만들려면 물도 상당히 중요해요. 그런데 '홍삼약수터' 물맛이 상당히 좋아요. 그래서 나중에 만약 제가 막걸리양조장을 세운다면 이곳 '홍삼약수터'의 물을 가지고 막걸리를 빚을까하고도 생각하고 있어요."

그러면서 "굳이 쌀막걸리만 주장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옛날처럼 밀로 만든 막걸리도 나름대로 운치가 있고 시큼한 맛도 좋았던 걸로 기억해요"라며 나름대로 막걸리제조에 사용되는 곡물에 대한 견해도 밝혔다. 이렇게 한국의 막걸리에 푹 빠져 지내는 서울에 사는 핀란드 주모 따루씨에게 한국에 살고 있는 외국인으로서 또 자칭 핀란드와 한국을 잇는 가교역할을 맡은 민간외교관으로써 한국의 '다문화가정'에 대한 생각을 한 번 물어보았다.

"핀란드에서도 90년도 초까지만 해도 한국처럼 외국인을 찾아보기가 힘들었어요. 그리고 핀란드인의 국민정서도 한국처럼 비슷하게 단일민족이란 자긍심이 강해서 외국인에 대해 그렇게 우호적이지 않았어요. 핀란드도 70년대까진 잘살지 못해서 잘사는 나라로 이민들을 많이 떠났어요. 그러다가 90년도 들어 핀란드의 국민소득이 높아지자 '베트남' 난민과 아프리카의 '소말리아'에서 난민이 들어왔어요. 게다가 '노키아' 회사에서도 외국인 근로자들을 본격적으로 채용하자 드디어 핀란드도 본격적으로 '다문화 민족국가'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현재 핀란드에선 '외국인 노동자들은 일하기를 싫어하고 돈만 훔친다'며 외국인을 혐오하는 극보수 정당이 세 번째 정당으로 올라섰어요. 게다가 아직까지 부모세대들은 외국인들을 받아들이지를 않아요. 더구나 흑인들은 더욱 싫어해요. 인종차별이 심하다고 볼 수가 있어요. 그리고 제가 알고 있기로는 아마 핀란드도 다문화가정과 외국인의 비율이 한국과 비슷하다고 알고 있어요. 그래서 핀란드정부는 다민족, 다문화에 어떻게 대처하여 나갈 것인가가 아주 중대한 정치쟁점이 되고 있어요.

참, 저도 한국에선 외국인이고 나중에 한국인이랑 결혼하면 다문화가정이 될 텐데 저의 아이들이 한국에서 자랄 때 혼혈이라고 차별받거나 따돌림을 받을까봐 솔직히 아직까진 걱정이 됩니다. 하지만 제가 아이를 낳고 기를 때쯤이면 한국도 다문화가정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많이 없어졌으리라 믿어요.

결국 핀란드도 한국처럼 과거엔 외국인과 다문화가정을 거부하였지만 지금은 그들의 존재를 인정했어요. 그래서 그들과 함께 더불어 발전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잡고 법적으로까지 제정하여 실행하고 있어요. 또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이 원래 고국의 풍습과 전통을 잊지 않게 역사시간에 그들 나라에 대해 모두께 배우고 익히도록 가르칩니다."

이에 기자가 "그러니깐, 핀란드에선 글로벌화 된 교육을 한다는 말이네요"하며 말을 받자 따루씨는 "예, 그렇다고 봐도 됩니다"고 하였다.

'핀란드인'과만 결혼하겠다는 마음 없어

핀란드는 유럽에서는 특이하게도 어느 종족이나 민족하고도 섞이거나 같지가 않다. 유럽내 유일한 '핀'족이라는 단일 민족이다. 언어 또한 '핀노우그릭(Fennougric)이라는 단일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 오늘날의 핀란드를 구성한 '핀'족은 먼 옛날 우랄산맥을 넘어 핀란드에 정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왜, 하고 많은 지역에서 하필이면 이렇게 추운지역에 까지 뭘 먹을 것이 많다고 찾아왔을까?' 하는 의구심도 든다는 따루씨는 마치 중국에 살고있는 같은 한국인 핏줄인 '조선족'이 있는 것처럼 핀란드도 헝가리와 에스토니아에 같은 핏줄인 '핀'족이 살고 있다고 했다.

"오늘날 핀란드나 한국이나 다문화 다민족 국가가 되는 것을 피하거나 거부할 수 있는 단계가 지났어요. 그러니깐 이제는 '우리 모두 행복해지자'는 관념으로 나가야 합니다. 그리고 다문화가정을 이루면서 발생하는 문제점들은 숨기지 말고 드러내어 해결하여야 해요. 그래야만 건전하고 튼튼한 다문화가정을 정착시킬 수가 있어요. 한국의 나이 많은 남편에게 시집온 동남아 여성들이 집안이 가난해서 좀 더 잘 살아보기 위해서 먼 한국으로 결혼하여 왔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해요. 그리고 그러한 여성들을 안타깝게 여기고 사랑으로 보듬고 안아주고 이해해 주어야 해요. 그리고 정부는 어려운 집안사정의 다문화가정 자녀들은 특별히 무료교육을 실시하는 등의 관심과 정책이 따라줘야 해요. 그런다면 다문화가정의 슬럼화 등 여러 문제들이 서서히 해결 될 거라고 믿어요."

일부 은행융자의 도움을 받긴 했지만 100% 단독투자로 '따루 막걸리'집을 차린 따루씨는 한국으로 귀화해도 핀란드 국적을 포기하지는 않겠다고 한다. 한국인이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사정상 그곳의 국적을 얻어도 정신과 마음은 항상 '한국인'이듯 따루씨도 자랑스런 '핀란드인'이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지금 사귀고 있는 사람이 '한국인'인 것처럼 반드시 '핀란드사람'과만 결혼하겠다는 마음은 없다고 한다.

언젠가 따루씨랑 함께 조그만 원탁에 둘러앉아 따끈따끈한 부추지짐에 '따루표 막걸리' 한 잔을 기울이며 회포를 풀 날이 오기를 바라면서 '따루주막' 을 나섰다.

덧붙이는 글 | 한다문화신문, 경향매일신문



태그:#따루 살미넨, #핀란드, #막걸리주막, #다문화가정, #미녀들의 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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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특집부 편집부장을 비롯하여 지방일간신문사와 주간신문사 그리고 전문신문사(서울일보, 의정부신문, 에서 편집국장을 했었고 기자로도 활동 하였으나 지방지와 전문지라는 한계가 있어 정말 좋은 소식인데도 전국에 있는 구독자분들에게 알리지 못하는 것에 대하여 항상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기회에 전국적으로 이름난 오마이 뉴스의 시민기자가 되어 활발히 활동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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