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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토요일 날 같은 반 OO랑 교회에 놀러 가도 되지?"

"안돼, 교회는 놀러 가는 곳이 아니야."

 

절대 반대하는 아빠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딸은 입이 한주먹 나온 채로 학교에 갔다. 3학년이 된 딸은 요즘 새로운 친구를 사귀느라 바쁘다? 세상이 흉흉하다고 해도 행선지만 밝히면 어지간해서는 아이들과 어울려 놀게 하지만, 교회로 놀러 가는 것을 절대로 들어줄 수가 없는 것은 종교가 달라서가 아니다. 교회에 아이들을 데리고 오게 만드는 어른들을 믿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나는 무교(無敎)이며 종교는 그 자체로 인정할 뿐, 나 자신이 믿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때의 일이다. 어느 날 교문 앞에 있어야 할 아들이 보이지 않았다. 아내와 장인까지 나서서 아들을 찾아 헤매다 누군가의 말을 듣고는 학교 근처의 교회에 가보니 아들이 있었다. 교회에서는 솜사탕을 준다는 말로 아이들을 데려다가 설교를 하고 있었다. 달콤한 솜사탕만 생각하고 따라간 순진한 아들은 혼자 빠져나오지도 못하고 꼼짝없이 설교를 듣고 있었다. 어느 날은 같은 반 아이의 집에서 초대했다고 해서 보냈는데, 집에 돌아와서는 하는 말이 어이가 없었다.

 

"나를 낳아준 것은 아빠 엄마가 아니라 하나님이 나를 낳은 거라고 친구 엄마가 그러는데."

 

과학과 상식도 무시한 이런 해괴망측한 말로 아이들에게 혼란을 줘서 얻으려고 하는 것이 뭔가. 얼마 전 전철 안에서는 점잖은 노년의 신사가 경로석의 할머니에게 하는 말은 또 얼마나 어이가 없던지,

 

"이 세상 모든 것은 다 하나님 것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동안만 빌려 쓰고 있는 것입니다. 가지고 있는 재산 죽은 후에는 소용없습니다. 살아 있을 때 교회에 기부하십시오. 그러면 천국에 갈 수 있습니다."

 

옆에서 조용히 듣고 있던 할머니가 그저 말없이 고개만 끄덕이자, 교회 전단에 핸드폰 번호까지 적어주며 어디에 사는지 가족사항은 어떻게 되는지 인적사항을 묻는 실례까지 하더니, 뒤이어 또다시 천국 타령을 하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길을 걷다가 "도를 아십니까?" 묻는 사람들이 많았다면 요즘은 교회에서 나온 사람들로 거리가 넘쳐난다. 인도나 횡단보도 앞에 간이 천막을 쳐놓고 부침개나 커피로 사람을 붙잡는 것은 유행이 되다시피 했다. 잠깐 커피 한 잔 마실 시간에 전도에 열을 올리느라 여념이 없는 사람들을 보면 그 열정이 참 대단하다 싶으면서도 뒷맛이 개운치 못한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종교선택의 자유는 순전히 개인의 판단과 결정에 의해서 되어야 할 것이다. 억지로 붙잡는다고 해서 될 일도 아니고, 집으로 무작정 찾아와서 교회에 나오라고 하는 무례함은 얼마나 불쾌한 일인지 정말 몰라서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작년까지 1년간 가게를 했던 2층집에는 대형교회에 다니는 할머니가 계셨다. 일하고 있는 내게 수고한다며 음료수도 종종 건네고 교회달력도 주는 것이 고마우면서도 저러다가 교회에 나오라고 하겠지 하는 속 좁은 생각도 했었는데, 한 번도 교회에 나오라는 말을 하지 않아서 오히려 내가 교회에 가시냐며 인사를 건네도 그저 넉넉한 웃음으로 인사할 뿐, 단 한 번도 강요한 적이 없었다.

 

작년에는 동네에서 도너츠를 나눠주며 전도활동을 하는 교회에서 나온 남자가 딸을 앞세우고 집으로 온 적이 있었다. 도넛을 한 봉지 내밀며 딸을 교회에 보내달라고 하기에 처음에는 최대한 예의를 갖추고 상대를 해줬지만 막무가내로 말이 통하지 않아서 "나는 이슬람을 믿습니다"라고 한마디 했더니, 도넛 봉지를 획 잡아채고는 가버렸다. 새학기만 되면 초등학교 교문 앞에는 각종 학원뿐만 아니라 교회에서 나온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사탕,껌, 커피믹스, 수세미까지 나눠주며 전도를 하는 것도 봐줄 만하다. 다만, 그 정도를 넘어서는 행동들은 하지 말았으면 한다.


태그:#교회, #천국, #전도, #하나님, #솜사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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