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은은한 다대포 낙조 풍경.
▲ 다대포 낙조 은은한 다대포 낙조 풍경.
ⓒ 김준영

관련사진보기


"영~ 날씨 좋다. 우리 걷지 않을래?"

우리의 여행은 항상 이렇게 시작된다.

"지금? 나 씻어야 하고 카메라 배터리도 없고 나가기까지 준비할 게 많은데…."
"괜찮아. 그냥 대충 씻고 나오면 되지. 1시간 시간 줄게. 그때까지 버스터미널로 와."

늘 이렇다. 갑작스러운, 그리고 일방적인 통보. 투덜거림도 잠시, 몸은 이미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여행 필수품이 되어버린 카메라를 가방에 넣고 약속장소로 가는
버스에 오른다. 저 멀리 터미널 앞에 서 있는 친구가 보인다.

"야, 미리 말하지 갑자기 부르냐? 어디 가려고 그래?"
"운동이나 할까 하고 집에서 나왔는데 너무 날씨가 좋잖아. 이런 날 집에 있을 수 없지. 영광으로 알라고, 영~. 우리 다대포 가자. 겨울이 가기 전에 겨울바다를 보며 그저 한없이 걷고 싶어."
"다대포? 우린 차 없잖아. 대중교통으로는 가기엔 먼 곳인데, 거긴 부산 사람들도 멀다고
가기 싫어하더라. 해운대, 광안리 다른 바다도 많은데, 한번 더 생각해봐."
"아니, 다대포여야만 해. 오늘은 그곳이 생각났고, 걷고 싶으니까."

이런 말들을 오간 뒤 지난 2월 23일 갑작스럽게 다대포로 떠났다.

걷기 좋은 길, 산책하기 좋은 길
▲ 몰운대 걷기 좋은 길, 산책하기 좋은 길
ⓒ 김준영

관련사진보기


부산으로 가는 시외버스에 몸을 싣는다. 다대포까지 가려면 앞으로 두 번 더 버스를 갈아타야한다는 생각에 벌써 머리가 지끈 아파온다. 친구는 그저 자기가 생각한 장소로 간다는 것이 마냥 좋은지,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지지 않는다.

늘 그렇듯 장소를 정한 뒤 일정은 내가 정해야 하기에 다대포에 대한 기억을 머릿속에서
더듬어본다.

'다대포… 다대포 낙조분수, 몰운대, 다대포 낙조 풍경, 바지락칼국수.'

겨울의 끝 무렵이지만 아직 낙조분수가 운영되는 기간이 아니기에 낙조분수를 제외시킨 후 대략적인 동선을 그려본다.

'몰운대를 걷다가 다대포 낙조를 보며 모래사장을 걷고 바지락칼국수를 먹을까? 온종일 걷겠네. 뭐, 여행 동기가 걷고 싶다는 거였으니.'

코스를 구상한 뒤 슬적 옆을 본다. 새근새근 자고 있는 친구. 나도 덩달아 단잠에 빠진다.

세 번째 갈아탄 버스에서 둘 다 기진맥진해져 내린다.

"아, 드디어 도착이다. 버스 타는 것도 피곤해. 맞지?"
"응. 아, 그래도 도착해서 좋다. 이제 어떤 식으로 둘러볼지 생각했어?"
"당연하지. 몰운대 갔다가 일몰 시간에 맞춰서 다대포 바닷가 걷고, 여기 바지락칼국수가 유명하거든 그러니 그걸로 저녁 먹는 게 어때?"
"응, 응, 그러자. 그럼 몰운대로 출발!!"

몰운대
▲ 몰운대 몰운대
ⓒ 김준영

관련사진보기


몰운대로 향하는 오르막길 오른쪽의 다대포를 슬쩍 보니 공사가 한참 진행 중이다. 환경
정비 공사라나? 조용한 다대포가 포클레인 소리로 시끌시끌하다.' 공원 등 산책로를
만들어 관광객이 오도록 만든다는데, 예전의 다대포가 사라지지 않을까?'라는 걱정부터
앞선다. 공사현장을 바라보는 친구의 시선도 썩 좋지 않다.

"우리 오늘 다대포 모래사장을 걸을 수 있을까? 왜 공사를 하는 거지."
"여름에 다른 해수욕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인파가 오니까.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공원 등 환경정비를 하나봐. 수질개선 등의 정비도 하는 것 같고."
"음, 그래? 난 예전 그대로의 다대포가 더 좋은데."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저기 공사하지 않는 모래사장을 걸으면 되겠다. 일단 몰운대부터
걷자."

날씨가 조금 따스해져서 그런지 몰운대를 걷는 사람들이 종종 눈에 띈다. 바다를 바라보며 숲길을 걷는다는 것이 몰운대만의 매력인 것 같다. 자그마한 섬을 빙그르 도는 듯한 기분, 다른 여행지와 다른 유별난 풍경은 없지만 바다를 보며 걷는다는 것만으로 많은 사람들이 찾는 게 아닐까?

"아, 좋아. 숲길을 걸으면서 바다를 본다니, 이게 몰운대만의 매력인거 같아. 더구나 사람들이 붐비지도 않고,"

함께하는 여행에서의 같은 생각, '친구라서 그런걸까?'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나도 이렇게 숲과 바다를 보며 걷는다는 것에서 즐거움과 마음의 평화로움을 느끼니까. 어느새 하늘이 금빛으로 바뀌기 시작한다.

"은, 우리 조금 빨리 걸어야겠어. 아님 도착 전에 해질 것 같아."

몰운대
▲ 몰운대 몰운대
ⓒ 김준영

관련사진보기


몰운대를 지나 공사 중인 다대포 해변을 돌아 낙조분수 앞을 지난다.

"여기가 참 예쁜데, 겨울이라서 아쉽다. 밤에 하는 낙조분수 공연은 정말 예뻐. 다음에
기회 되면 꼭 봐."
"어? 저건 뭐야?"
"나도 처음 보는 건데, 새로 생겼나봐. 사진 찍으면서 추억 남기기에 좋겠다."

새로생긴 기계, 추억을 남기는 데 좋다
▲ 다대포 낙조분수 앞 새로생긴 기계, 추억을 남기는 데 좋다
ⓒ 김준영

관련사진보기


다대포, 지는 석양이 아름다워 종종 사람들이 찾는 바닷가. 우연히 방문한 날 원하는 모든 풍경을 볼려고 했던건 욕심이었을까? 밋밋한 석양 아래서 걷는 게 마냥 아쉽다.

"낙조 풍경이 아쉽지만 예쁘네. 이렇게 아쉬운 게 있어야 다음번에 다대포를 올 이유가
있지.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긍정의 힘일까? 듣고보니 맞는 말 같다. 이렇게 아쉬운 게 있어야 다음에 또 올 것이 아닌가? 약간 아쉬운 석양을 뒤로 한 채 다대로 바닷가를 벗어난다.

"이제 슬슬 배고프다. 바지락칼국수 먹으러 가자."
"응, 그러자."

한가득 나오는 바지락칼국수의 담백한 맛이 허기진 배를 채워준다. 이게 여행인 것인가? 즉흥적으로 무작정 떠난 여행이지만 일단 여행은 떠나면 즐거운 것 같다. 슬슬 날이 풀리니 꽃과 나를 반기는 곳으로의 여행, 앞으로도 기대된다.

여행스케치

대중교통편 사상터미널-횡단보도 건너 위쪽의 버스 타는 곳에서 138-1번 승차-신평지
하철 역 하차-2,11,338번 승차 후 다대포 해수욕장 하차

낙조분수 운영시간

낙조분수 운영시간
▲ 낙조분수 운영시간 낙조분수 운영시간
ⓒ 김준영

관련사진보기

덧붙이는 글 | 블로그에 올린 내용입니다.



태그:#다대포, #몰운대, #걷기여행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