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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령 630년이 되었다는 산청군 단속사지 안 매화나무에도 봄을 맞아 꽃 몽우리가 맺혔다
▲ 정당매 수령 630년이 되었다는 산청군 단속사지 안 매화나무에도 봄을 맞아 꽃 몽우리가 맺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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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나무가 얼마나 오랜 세월을 사는지 제대로 알지는 못한다. 그러나 매화나무의 열매인 매실은 술을 담가 먹으면, 소화가 잘되고 피로회복에 좋다는 정도의 상식정도만 알고 있다. 이러한 매화나무는 그림의 소재로도 자주 쓰인다. 매화나무 가지에 새 한 마리가 앉아있는 그림을 보면 절로 흥취가 나는 것도, 아마 그 열매인 매실로 담은 술맛이 기억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매화 넷 등걸에 춘절이 돌아오니
네 피던 가지에 피엄즉 하다마는
춘설이 난분분하니 필똥말똥 하여라

위 시는 매화라는 평양기생이요 여류시인이 지었다는 시이다. 유춘색이라는 사람이 평양감사로 부임해, 처음에는 매화에게 빠져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여색을 좋아하는 남자들이 어디 한 여자에게 오래 머물 것인가? 춘설이라는 기생을 가까이하자, 그를 원망하면서 지었다는 시이다. 이렇듯 매화는 시의 소재로, 그림의 소재로 문인들과 가까이 한다.

정당매를 심은 통정공 강회백 선생은 본관이 진주로, 자는 백부(伯父), 호는 통정(通亭)이라 했다.
▲ 정당매 정당매를 심은 통정공 강회백 선생은 본관이 진주로, 자는 백부(伯父), 호는 통정(通亭)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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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매의 앞에 세운 유래비
▲ 유래비 정당매의 앞에 세운 유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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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매'에도 봄소식이

'정당매', 경남 산청군 단성군 옛 단속사지에 있는 수령 630년의 매화나무이다. 이 나무는 산청의 3대 매화나무 중 한 그루라고 한다. 원정공 하즙 선생이 심었다는 '원정매', 남명 조식선생이 심은 '남명매'와 함께, 통정공 강선생의 '정당매'를 일컬어 '산청삼매(山淸三梅)'라고 부른다는 것이다.   

정당매를 심은 통정공 강회백 선생은 본관이 진주로, 자는 백부(伯父), 호는 통정(通亭)이라 했다. 어려서부터 총명이 뛰어난 선생은 고려 우왕 2년인 1376년 문과에 급제하여, 첨서사사를 역임하고, 1385년 밀직부사, 1388년에는 밀직사로 명나라에 다녀왔다. 공양왕이 즉위하여 조준 등과 함께 세자의 스승을 삼으려 하였으나, 공은 배운 것이 없다고 하여 극구 사양하였다. 그 후 밀직사판사와 이조판서 등을 역임하였다.

선생은 공양왕 때 왕에게 상소하여 한양천도를 중지하도록 하였으며, 정당문학(政堂文學) 겸 대사헌이 되었다. 이 매화나무에 '정당매'라고 이름을 붙인 것도, 후대인들과 단속사의 승려들로부터라고 한다. 선생의 벼슬이름에서 따온 것 같다. 원정매를 심었다는 원정공 하즙 선생은, 조선의 개국공신인 하연의 증조부이다.

강선생의 정당매 식수를 기념하는 비를 보호하고 있는 비각
▲ 정당매각 강선생의 정당매 식수를 기념하는 비를 보호하고 있는 비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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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기의 비에는 비에는 ‘통정강선생수식정당매비’리 쓴 비와 ‘정당문학통정수식매비’라고 적혀있다.
▲ 비 두 기의 비에는 비에는 ‘통정강선생수식정당매비’리 쓴 비와 ‘정당문학통정수식매비’라고 적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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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속사지로 향하다

3월 12일 토요일. 이른 아침 산청군 단성면 운리에 있는 단속사지를 향했다. 단속사지에는 보물 제72호와 제73호로 지정된 삼층석탑과 함께, 당간지주가 제 자리에 남아있어, 통일신라시대의 가람배치를 알 수가 있다. 그러나 걸음을 재촉한 것은 삼층석탑과 당간지주의 답사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수령 630년이 지났다는 정당매를 보기 위해서였다.

단속사지의 당간지주와 석탑을 둘러본 후, 마을 안으로 조금 들어가니 정당매가 자리하고 있다. 지금쯤은 매화가 활짝 피었을 것이라고 해서 걸음을 재촉했는데, 아직은 봄기운을 덜 받았는가 보다. 이제 막 꽃을 피우기 전 몽우리들이 맺혀있다. 나무의 높이는 3m 정도로 그리 크지는 않다. 하지만 여기저기 외과수술을 한 흔적으로 보아 상당히 오랜 나무라는 것은 한 눈에도 알아볼 수가 있다.

며칠만 늦게 찾았아도 만개한 꽃을 볼 수 있었을 것을. 부지런도 병인 듯하다.
▲ 꽃망울 며칠만 늦게 찾았아도 만개한 꽃을 볼 수 있었을 것을. 부지런도 병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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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봄에는 고목에 꽃이 피듯할까?

나무를 둘러보고 한 옆에 있는 비각으로 발길을 옮긴다. '정당매각(政堂梅閣)'이라 쓴 현판이 걸려있고, 안에는 두 기의 비가 보인다. 비에는 '통정강선생수식정당매비'리 쓴 비와 '정당문학통정수식매비'라고 적혀있다. 한 사나흘만 지났어도 만개한 정당매를 볼 수 있었을 터인데. 부지런도 병인가보다.

하지만 이렇게 630년이 지난 매화나무가 꽃을 피우기 위해 몽우리를 가득 달고 있는 것을 보았으니, 올 봄에는 좋은 일이 있지나 않으려는지. 괜한 기대를 마음속으로 해본다.


태그:#정당매, #산청, #단속사지, #수령 630년, #통정공 강회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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