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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둘째 날(20일) 함안에 있는 친지 집에서 봉하마을로 향했다.

 

함안에서 봉하마을까지는 약 30분이 소요되었다. 하늘이 도왔는지 어제까지 추웠던 날씨가 많이 포근해졌다. 여행하기 딱 좋은 봄날이다. 언제부터였을까? 이곳 봉하마을에 가자고 한지도 어느덧 2년의 세월이 흘렀다.

 

"운명이다 … 원망하지 말라. 너무 슬퍼하지도 말라"며 바람처럼, 아니 이슬처럼 떠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는 많은 국민들에게 충격과 슬픔을 안겨 주었다. 살아 생전 파란만장했던 그의 삶의 중심에는 항상 서민들이 함께했다. 죽었지만 결코 죽지 않는 바보 노무현, 그가 떠난 후 봉하마을은 마치 민주화의 성지로 변해가고 있었다. 해를 거듭할수록 노짱을 찾는 발길이 줄을 잇고 있다. 이날도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았다.

 

멀리서 바라보니 산 위에 커다란 바위가 보인다. 저곳이 부엉이바위려니 생각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사자바위였다. 부엉이바위는 그가 마지막 생을 마감한 곳이다. 마을로 들어서는데 왠지 숙연함이 느껴진다. 그런데 그것도 잠시 봉하마을로 들어서자 첫인상을 구겼다. 비좁은 도로는 둘째치고 마을 입구에 울퉁불퉁 패인 도로 때문이었다. 마을의 얼굴인 도로가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의 첫 인상을 찌푸리게 한 것이다.

 

나와 같은 맘을 확인하는 데에는 얼마의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복원된 노 대통령의 생가에는 '봉하마을 관광활성화를 위한 방문객 설문조사'를 하고 있었다. 누구나 자유롭게 응할 수 있도록 마루에 펼쳐놓은 설문지에는 먼저 이곳을 다녀간 분들이 방문 때 불편사항에 대해 이렇게 적어 놓았다.

 

"도로엉망"(순천 41세)

"마을이 발전하고자 한다면 도로정비는 전 대통령에 대한 예의라는 생각이 듭니다"(서울 44세)

 

노 대통령의 생가는 아주 서민적인 모습이다. 그곳에는 노 대통령이 보낸 군대시절과 결혼사진 등이 걸려있다. 평범한 일반인들의 어릴 적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는 모습이다. 마치 이곳에서 살아있는 그를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마저 들게 했다.

 

"사랑합니다. 편안하세요"(아들)

"앞으로 우리나라 잘 되도록 꼭 지켜주세요"(딸)

 

생가를 둘러본 아이들은 방명록에 글을 남겼다.

 

길가에는 바람개비를 접는 아저씨의 손길이 분주하다. '사람 사는 세상'이란 노 전 대통령의 친필이 적힌 노란 바람개비.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단연 인기짱이다. 아저씨는 자비를 털어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데 하루 500개 이상을 접는데도 턱없이 부족하다고 한다.

 

묘역을 가는 길목에 상인들이 국화를 팔고 있다. 아이들은 천원을 주고 국화 한 송이를 샀다. 이어 추모관에 들렀다. 이곳은 노무현재단/봉화재단에서 운영 중이다.

 

"시대는 나를 한번도 비켜가지 않았다"

 

추모관 입구에 적힌 문구가 심상치 않다. 노 전 대통령이 남긴 유명한 말이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맘을 압도한다. 이내 스르르 안으로 빨려 들었다. 그곳에는 그를 애도하는 촛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전시장에는 인간 노무현의 살아온 삶을 고스란히 볼 수 있다. 발길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그를 애도하는 노란 리본들이 하나하나 모여 활짝 웃는 노무현이 탄생했다. 누군가가 쓴 심금을 울리는 애도의 글귀가 잠시 맘을 숙연케 한다.

 

묘역 앞은 사색의 길이다. 길 위엔 박석이 깔려 있다. 박석에 새겨진 추모의 글들을 읽노라니 한걸음 한걸음 의미가 새롭다. 어쩌면 우리가 걷는 한걸음 한걸음이 이렇게 의미 있는 발걸음이 아닐까?

 

묘역이 이제까지 보아왔던 것 하고는 아주 다른 느낌이다. 이건 묘역이 아니라 공원이라 해야 더 어울릴 것 같다. 이곳에 잠든 노 대통령은 죽어서도 죽지 않은 듯하다. 그를 찾는 사람들의 영원한 사랑을 받을 테니까…. 국화꽃을 놓고 우리 가족은 잠시 묵상을 마쳤다.

 

부엉이바위에 오르다

 

봉하마을에는 노 전 대통령의 묘역도 있지만 여러 가지 볼거리가 많다.

 

특히 이곳에 오면 봉화산, 마애불, 부엉이바위, 사자바위에 올라야 후회가 없다. 김수로왕의 다섯째 아들이 지었다는 봉화산 산꼭대기에 오르자 아름다운 풍광이 한눈에 들어온다. 노 전 대통령이 평소 산책을 했다는 대통령의 길을 따라 오르면 먼저 마애불을 만난다.

 

진영 봉화산 마애불은 자연 암벽에 조각된 앉아 있는 석불이다. 전설에 의하면 당나라 황후의 꿈에 한 청년이 나타나 자꾸만 자기를 괴롭히므로 신승(神僧)의 힘을 빌려 그 청년을 바위틈에 넣어 김해땅 봉화산의 석불이 되게 함으로써 생긴 것이라고 전한다.

 

이곳을 지나 부엉이 바위에 올랐다. 예전부터 수리부엉이가 많이 살았다고 해서 부엉이 바위라고 불리데 높이가 거즘 60여m쯤 되어 보였다. 지금도 가끔 부엉이 소리가 들리는데 이럴 때마다 그를 사랑했던 사람들의 가슴을 울린다고 한다. 얼마 전 이곳 부엉이바위에서 노 전 대통을 따르겠다며 유서를 남기고 또 투신자살이 발생했다. 그래서 지금은 일반인들이 부엉이바위까지는 들어갈 수 없게 팬스를 설치했다. 경호원들이 항상 이곳을 지키고 있다.

 

봉화산 정토원에 오르면 무료로 차를 마실 수 있다. 정토원 식구들이 참 친절하다. 도량을 하기 위해 암자가 잘 꾸며져 있다. 봉화마을이 유명해져서 인지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고 있다.

 

또한 해발 140m에 불과한 사자바위는 대통령이 "이곳 봉화산이 낮지만 높은 산이다"라고 했던 곳이다. 이곳에 오르면 24만 평의 봉하들판과 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산에서 바라보는 봉하마을은 또 다른 모습이다. 한눈에 펼쳐진 노 대통령의 묘역과 봉하마을은 분명 명당자리 임이 틀림없어 보였다.

 

사람 사는 세상을 꿈 꾸던 노무현. 그의 못다 이룬 꿈은 이루어질까? 그를 배우기 위해 이곳 봉하마을에는 오늘도 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는다.

덧붙이는 글 | 전라도뉴스에도 송고합니다.


태그:#봉화마을 , #노무현, #가족여행, #부엉이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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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하고 싶은 일을 남에게 말해도 좋다. 단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라!" 어릴적 몰래 본 형님의 일기장, 늘 그맘 변치않고 살렵니다. <3월 뉴스게릴라상> <아버지 우수상> <2012 총선.대선 특별취재팀> <찜!e시민기자> <2월 22일상> <세월호 보도 - 6.4지방선거 보도 특별상> 거북선 보도 <특종상> 명예의 전당 으뜸상 ☞「납북어부의 아들」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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