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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44배의 면적과 우리나라 인구의 30배를 자랑하는 13억여 명의 인구가 사는 중국은 하나의 나라로 보기에는 너무나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 중국의 서남부에 자리 잡은 구름의 남쪽이란 이름의 윈난성(云南省)은 남한 면적의 2.2배 남짓한 면적에 중국 55개 소수민족중 26개 민족이 살아가는 다양한 민족문화와 최저해발 70m, 최고해발 6740m의 차로 인한 입체기후대가 만들어내는 자연풍경을 만날 수 있게 한다. 거대한 중국에서도 가장 다양한 문화와 자연환경이 존재하는 윈난의 보물! 호도협(虎跳峡)의 깊고 깊은 협곡 길을 걸어본다.

중국 윈난성 호도협
호도협은 위롱설산(玉龙雪山:5596m)과 하바설산(合巴雪山:5396m) 사이로 중국대륙의 젖줄인 장강의 원류 진샤강(金沙江)이 흐르는 17Km 길이에 표고차 3800m의 길고 깊은 협곡이다. 협곡의 가장 좁은 폭이 5m에 불과해 사냥꾼에 쫓기던 호랑이가 단번에 뛰어 넘었다고 해서 호도협(虎跳峽)이라 부른다. 트레킹은 하바설산 자락의 허릿길을 따라 깊은 협곡 건너편의 위롱설산을 바라보며 걷는 총 길이 22.5Km의 윈난성을 대표하는 도보여행길이다.

위롱설산과 호도협 입구
 위롱설산과 호도협 입구
ⓒ 변훈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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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곡속에 저장된 지구의 역사

호도협은 중국인보다 외국인에게 더 사랑받는 윈난의 명소다. 인도판과 유라시아판의 충돌로 시작된 히말라야 조산운동에 의해 융기된 위롱설산(玉龙雪山:5596m)과 하바설산(合巴雪山:5396m) 사이로 17Km 길이에 표고차 3800m의 길고 깊은 협곡이 만들어졌다. 그 깊은 협곡 사이로 토번국(티베트)과 남조국(7세기부터 윈난 일대를 지배하던 불교국가), 중국 연결하는 차마고도가 아슬아슬 이어지며 험난한 협곡을 지나던 마방들의 워낭소리가 아련히 울리던 그 길은 지금 전 세계에서 몰려드는 트레커들의 발걸음으로 채워지고 있다.

위롱설산을 바라보며 걷는 차마고도
 위롱설산을 바라보며 걷는 차마고도
ⓒ 변훈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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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도협 트레킹은 해발 2350m의 고원도시 리장(丽江)에서 출발해 티베트 고원에서 발원된 물줄기가 북쪽으로 방향을 틀며 유유히 흐르는 진샤강(金沙江)을 따라 두 시간여를 달려 챠오토우(桥头)에서 시작된다. 차에서 내리기 무섭게 몰려든 마부들은 몰려오며 28밴드의 고갯길 아래까지 일행의 꽁무니를 내며 끈질기게 따라붙는다. 마치 몰이꾼이 짐승을 모는 듯 힘들어 하는 이들 뒤에 바짝 붙은채 조롱이라도 하는 듯 말에 올라 휘파람까지 불어댄다. 자신의 말을 타고 오르라는 무언의 협박같기도 하지만 마부 일로 생계를 이어가는 그들의 삶은 여행자들의 선택에 맡겨진 도박판속에 있는 것인듯 하다.

호도협 트레킹은 지도가 따로 필요 없다. 길의 모퉁이나 갈림길마다 제주의 올레길처럼 화살표와 주요 객잔(客栈)까지의 거리가 바위위에 표시돼 있다. 또, 뒤를 따르는 마부들이 행여라도 길을 잘못 들어서면 친절히 길을 알려주기 때문에 길 잃을 염려는 없는데다 2~3시간의 거리마다 객잔들이 위치해 있어 목적지를 정하고 걷지 않아도 된다.

여행에서의 걸음은 느림의 미학이라 하지 않았는가? 협곡의 표고차를 따지자면 세계에서 가장 깊은 협곡의 순위를 다툴 만큼의 웅장함속을 시간을 다투어 걷기보단 지구의 유구한 세월을 보여주는 살아있는 화석의 흔적과 바람을 따라 거닐며 그 이야기를 들어보자.

호도협 도보여행은 지도가 따로 필요없다.
 호도협 도보여행은 지도가 따로 필요없다.
ⓒ 변훈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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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아름다운 상처속을 걷다!

건기와 우기가 뚜렷한 윈난의 기후특성상 겨울철은 상당히 건조한 편인데, 올해 겨울엔 비한차례 내리지 않는 따뜻함 탓에 5000m가 넘는 설산자락에 잔설조차 남아있지 않다. 유독 건조한 겨울 탓에 길 위론 먼지가 자욱해 걸음을 뗄 때마다 이는 매캐함이 겨울철 이 곳 트레킹의 단점이랄까? 하지만, 건조한 기후는 고원의 하늘을 더욱 푸르게 하고 자연의 색 그대로의 풍경을 보여주니 감내해야 할 자연의 섭리이겠지!

어느새 발 밑으론 시원스런 진샤강의 줄기가 펼쳐지고, 눈앞으로 위롱설산의 웅장한 봉우리들이 멀리서 온 방문객들을 반겨준다. 석회암 침봉의 날카로운 봉우리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곳이 이전엔 바다 속이였음을 증명이라도 하듯 겹겹이 쌓인 퇴적층들이 융기되면서 수직으로 솟구쳐 오른 수십억 년간 지구가 품고 있는 시간들을 보여준다.

표고차 3800m의 웅장한 협곡 풍경
 표고차 3800m의 웅장한 협곡 풍경
ⓒ 변훈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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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롱설산은 13개의 봉우리가 길이 35Km, 폭 20Km에 걸쳐있는 모습이 마치 한 마리의 용이 구슬을 물고 있는 형상과 같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산은 용의 모양을 닮고, 그 산이 품고 있는 협곡은 호랑이가 뛰어 넘었다고 하니 용과 호랑이가 그럴싸한 궁합으로 한 자리에 있는 듯하다. 나시객잔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능선을 향한 가파른 오름길에 들어선다. 가파른 오르막을 향한 구절양장의 길이 28번 굽이진다고 해서 붙여진 28굽이길은 호도협 트레킹의 가장 힘든 구간이지만, 꾸준한 주말산행으로 다져진 체력이라면 큰 어려움 없이 넘을 수 있는 길이다.

28굽이길의 끝에서면 발치 한참 아래 비취빛 진샤강의 물줄기가 좁은 협곡 속을 가늘게 이어지고, 수면에서부터 시작해 직벽에 가까운 날카로운 경사의 위롱설산 봉우리까지 이어지는 표고차 3800m의 깊은 협곡이 한눈에 조망된다. 지각판이 부딪히고 융기되던 그때의 시간들이 아스라이 협곡 속에서 피어오르며 그런 지구의 아름다운 상처가 이렇듯 훌륭한 경관이 되어준 길 위에서 바람에 실려 들려오는 희미한 워낭소리에 감동이 복받쳐 오른다.

친절함에 삼계탕과 김치까지 준비되어 호도협 트레킹을 하는 한국인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는 차마객잔에 여장을 풀고 고단함과 신발위에 잔뜩 얹힌 먼지를 함께 털어내며 시간을 기다린다. 깊은 협곡의 일조시간은 대략 6시간 정도. 그 마지막은 하바설산 너머로 해가 넘어가며 붉게 영글은 마지막 한줄기 빛을 설산위로 뱉어내며 회색빛 석회암 봉우리들을 붉게 물들이는 일몰의 장관이 곧 펼쳐지고 어느새 협곡의 긴 밤이 찾아든다.

풍경보다 더 아름다운 길
 풍경보다 더 아름다운 길
ⓒ 변훈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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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7시가 넘어서야 여명이 밝아오더니 11시가 다 되어서야 비로소 해가 힘겹게 봉우리를 넘어 협곡을 비치기 시작하며 온기를 불어넣기 시작한다. 마치 세상의 끝인듯 하늘과 닿아있는 거대한 협곡의 벽에 가느다랗게 이어지는 길을 걷고 있자니 그 웅장한 위용속에 나 하나쯤은 간단히 묻혀 버리는 고독을 맛본다. 그 길 위에 묻어 있을 수많은 사연들속에 표시나지 않게 내 이야기도 하나를 살며시 추가하며 서남부 고원에 또 하나의 발자국을 묻어놓는다. 포근한 고향집과도 같이 현지인들이 신성시 하는 무언가의 엄숙함과 간절함이 내게도 똑같이 적용되어짐을 허락한 자연과 그들의 신에게 감사하며 그렇게 새로운 걸음을 내딛는다.

시원한 폭포는 도보길의 멋진 청량제가 되어 준다.
 시원한 폭포는 도보길의 멋진 청량제가 되어 준다.
ⓒ 변훈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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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롱설산의 웅장한 산세가 걸음을 더할수록 전혀 다른 모습으로 시시각각 변하고, 그 아래로는 한줄기 가느다란 옥빛 물줄기가 수놓는다. 진샤강의 물빛은 우기가 시작되는 6월부터 10월까진 적황토빛을 띠며 수량도 급속히 늘어 협곡속에서 아우성을 치는데 100m가 넘는 강폭이 협곡을 통과하며 최소 5m까지 줄어드니 그 성난 물줄기는 마치 폭포를 뉘워놓은 것 같이 세차게 협곡을 두드리며 흘러나간다. 건기인 지금은 수량도 적고 상류의 토사유입도 거의 없어 옥빛의 푸른 물줄기는 도도한 자태로 거친 협곡을 장식한다.

건기(좌)와 우기(우)의 호도협 수량비교
 건기(좌)와 우기(우)의 호도협 수량비교
ⓒ 변훈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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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에 앉아 호도협의 전경을 볼 수 있어 '천하제일칙간'이란 이름으로 더 유명한 하프웨이G/H의 테라스에서 따사로운 햇살을 맞으며 발걸음을 정리해본다. 대개가 그렇듯 멋진 자연을 즐기기 위해 그만큼의 대가가 따라야하지만 이 곳은 얻는 것에 비해 그 대가는 아주 가벼운 편이니 세계적으로 유명한 뉴질랜드의 밀포드 트레킹과도 견줄만한 윈난의 세계적인 자랑거리가 아닐까?


태그:#윈난, #오지여행, #호도협, #트레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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