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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구제역으로 약 190만 마리의 소·돼지가 살처분 된 가운데, 이렇게 된 원인과 대책을 살펴보며 반생명적 축산정책 종식을 기원하는 범종교인 긴급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는 기독교환경운동연대, 한국민중신학회, 향린교회 사회부를 비롯해 가톨릭 환경연대, 불교 환경연대, 원불교 환경연대, 천도교 한울 연대 등 20여 종교시민단체 주최로 17일 오후 서울 장충동 만해 NGO교육센터에서 약 3시간 동안 진행됐다.

 

토론회에 앞서 '살처분 당한 190만 생명의 죽음을 애도하는 종교의식'이 천도교, 불교, 개신교, 원불교, 천주교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이 의식 참석자 중 어떤 이들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김경호 들꽃향린교회 목사는 "세상을 조화롭게 이끌어야 할 책임이 있는 인간들이 욕심과 이기심으로 모든 피조물들 위에 군림하며 ,마치 창조주라도 된 듯 천지만물을 제 욕심 채우는 도구로 사용하는 죄악을 용서하여 달라"고 기도했다.

 

김 목사는 이어 "하나님, 저희들을 용서해 주십시오. 저희들이 아버지의 가슴을 도려내고 어머니인 강을 파헤쳤으며 자매인 물고기 몸에 콘크리트를 드리 붓고, 집에서 함께 마음 의지하며 살아가야 할 형제인 가축들을 산채로 땅에 묻어버렸습니다. 강산은 수려한데 골골을 원망의 곡소리로 채워 버렸습니다"고 슬퍼했다.

 

이어 김 목사는 "서로 공존하고 함께 평화를 누리는 관계, 오직 인간 중심의 일방적인 관계가 아닌 서로 돕고 존중하는 성숙한 관계로 바뀌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했다.

    

2부 토론회에서 사회를 맡은 양재성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사무총장은 "이번 구제역 사태는 인간탐욕에 대한 하늘의 경고이자 지구 환경이 심각한 상태로 가고 있다는 신호"라며 "가축들이 죽는 현장을 보면서도 침묵하는 것은 직무유기다, 세상은 그물코처럼 연결되서 홀로 살아가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수덕 참여불교재가연대 공동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구제역은 인간이 만들어낸 재앙 중에 일부분이라고 생각한다"며 "가축이 자라는 현장을 보고 환경을 개선하는 데 좀 더 앞장섰으면 한다는 바람들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환경을 개선했다면 과연 이런 구제역이 발생했을까, 우리가 해야 할 역할을 못했기 때문에 구제역이 발생했다고 생각 한다"며 "다시는 이러한 재앙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고 우리 스스로 살처분 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특히 불교신자로서 나는 참회해야 한다, 불교에서는 살생하지 말고 육식을 적게 하라고 했는데 가르쳤는데 그것을 못 지켰다"면서 "그것을 못 지켰는데도 말 한마디 하지 못했던 내 자신을 참회한다"고 고백했다.

 

현장의 목소리를 전하는 시간도 있었다. 안동에서 축산일을 하는 최재호 안동가톨릭농민회 쌍호분회장은 "난 심장에 철판을 깔았다고 생각할 정도로 무뚝한 편인데 이번에 아끼던 소를 모두 살처분하면서 눈물 많이 흘렸다"며 "동물들을 그냥 우리 먹을거리로만 생각하지 말고 그들도 살아있는 동안 즐겁고 행복하게 살다가 죽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원복 한국동물보호연합 대표는 "살처분된 190여 만 마리의 소와 돼지는 전라남도 국민 전체와 맞먹는 대량학살"이라고 지적하며 "어떤 기자는 이 광경을 보고 홀로코스트나 킬링필드가 생각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법규에 따라 안락사를 시키지도 않고 단지 근육이완제만 주사한 뒤에 산 채로 생매장하는 비인도적 처분을 비판하고, 트럭에서 직접 쏟아져 내리는 동물들이 내장파열 등으로 죽어가며 지르는 소리는 그야말로 지옥을 연상케 한다"고 말했다.

 

그는 "청정국 지위확보를 위해 멀쩡한 소, 돼지를 예방 차원에서 살처분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예방백신 접종과 육식문화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동물복지형 축산제도도 도입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발제자로 나선 우희종 서울대 수의과대학 교수는 '동물 생명권의 관점에서 본 축산업의 현실'을 주제로 "지금의 생태계는 긴 시간의 역사성 위에 서 있다"고 전제 한 후 "그런데 오직 인간만이 마치 모든 생태계의 생사여탈을 할 수 있는 존재인양 군림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이번 구제역 상황은 우리 인간들이 지닌 오만함이 만들어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 교수는 "요즘 우리는 육식을 지나칠 정도로 많이 한다"며 "우리가 어릴 적엔 고기 없어도 잘 살았는데 이제는 고기 없으면 못 산다는 말이 들릴 정도"라고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 교수는 "이번 구제역 사태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으로 만들어진 토론회가 단순한 행사가 아니라 하나의 사회 운동으로써 나아가기를 바란다"며 "우리 인간들이 마음속으로 지녀야 할 것은 '동물과 생태계 속에서 형제다'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발제자 홍하일 국민건강을위한수의사연대 위원장은 '적게 먹고 적게 기르고 적게 죽이자'라는 주제에서 현 축산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국민들에게는 올바른 식문화의 개선을 요구했다.

 

홍 위원장은 "가축들이 사육되는 환경을 현장에서 보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최소한의 본능도 누리지 못하는 비좁은 공간에서 인공시술과 항생제 등 여러 약물을 투여해 기르는 것을 소위 공장식 축산이라 부른다"며 "이 같은 축산 환경에서 소와 돼지 등의 가축들이 식용으로 사육되고 있다"고 면역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축산 환경의 문제를 지적했다. 

 

이어 그는 "구제역 사태로 전국적으로 예방주사를 놓겠다고 하는데 예방접종을 하더라도 소는 85%, 돼지는 40%정도만 질병을 예방할 뿐 근본대책은 될 수 없다"며 정부에 근본적인 축산정책의 개선을 요구했다.

 

아울러 박병상 인천 도시생태·환경연구소장도 '부메랑이 된 음식-바람직한 식생활과 육식'이라는 발표를 통해 육식 중심의 식생활 문화를 되돌아보고 대안을 모색했다.

 

박 소장은 "우리의 식탁에 오른 음식은 공급자를 위한 것이고, 자본의 이익에 충성하는 식품이며, 수많은 식품첨가물이 함유되어 있다"며 "가축마저도 공장제 사육환경 안에서는 '개성을 가진 생명이라기보다 그저 상품'이다"고 안타까워 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연스러운 식단으로 채식을 권하며 "암호 같은 표시가 붙어있는 '제품'이 아니라 유기 농산물 같은 '음식'을 먹자"고 제안했다.

 

 

다음은 김경호 들꽃향린교회 목사의 '살처분, 생매장 당한 190만 생명을 위한 기도' 전문이다.

 

천지를 지으신 하나님!

당신께서 우리를 지으셨다는 것은

높은 지능을 가진 피조물이나

낮은 지능을 가진 피조물이 똑같이 중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생명의 근원이신 하나님!

당신께서 우리를 지으셨다는 것은

천년을 사는 학이나 하루를 사는 하루살이가

모두 형제요 자매라는 의미입니다.

 

세상을 조화롭게 이끌어야할 책임을 주신 인간이

자신의 욕심과 이기심으로 모든 피조물들 위에 군림하며

마치 자신이 창조주라도 된 듯이

천지만물을 제 자신의 욕심을 채우는 도구로

사용하는 죄악을 용서하여 주옵소서.

 

창조의 하나님,

당신께서 세상을 창조하시고 마지막에 안식하셨습니다.

이는 단지 일을 마치고 쉬신 것이 아니라

우주 만물이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지

어떤 관계를 맺고 살아가야 하는지를 보여 주신 것입니다.

하나님의 안식은 우주 만물의 안식이고

세상이 조화와 평화를 누려야 함을 가르쳐주신 것입니다.

 

하나님, 저희들을 용서해 주십시오.

저희들이 아버지의 가슴을 도려내고

어머니인 강을 파헤쳤으며

자매인 물고기에 몸에 콘크리트를 드리붓고,

집에서 함께 마음 의지하며 살아가야 할

형제인 가축들을 산채로 땅에 묻어버렸습니다.

강산은 수려한데 골골을 원망의 곡소리로 채워 버렸습니다.

 

눈 마주치고 정을 나누던 생명들인데

단지 감염의 위험이 있다하여 그리했습니다.

심장을 멈추게 하는 주사마저도 번거러워

칼이 달린 기계로 사지를 잘라내고

아직 숨이 벌떡이는 모가지를 썰어 버렸습니다.

자식같은 생명이라 말했지만

마지막 여물한번 챙겨주지도 못한채

다시는 올라오지 못할 웅덩이로 밀어 넣었습니다.

 

마지막 발버둥......

그 마저도 보이지 않도록,

작별 인사를 대신한

한스런 비명마저도 들리지 않도록,

아니 차마 들을 수가 없어서

서둘러 덮어버렸습니다.

 

말 못하는 벗님들,

우리만 바라보고 살던

190만의 생명들과의 관계를

그렇게 끊어 버렸습니다.

단지 보다 우월한 무역의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

단지 구제역 청정지역이라는 상품의 딱지가 그리워서

 

오 하나님

그들의 넋 앞에 머리숙여 참회합니다.

다하지 못한 발버둥을

외치지 못한 울음들을

여기 이 기도로 대신합니다.

영들이여 편히 가소서.

 

오 하나님 이들의 생명을 당신의 품에 맞아주시고

다시는 이러한 배신과 왜곡이 없는 세상으로 불러주옵소서.

 

그들이 빼앗긴 것이 어디 죽음뿐이겠습니까?

초원을 뛰어 놀며 꼴을 먹고

만나고 사랑하고 새 생명을 이어가야할 삶조차도

나면서부터 거세되고 인공수정으로 앗아갔습니다.

 

축산물 공장에서 마치 공산품처럼 대량 사육되며

단지 인간의 먹이감으로 제조되는

반 생명의 비정함을

오 하나님, 용서해 주옵소서.

 

속성사육을 위해

네 번 되새김할 뱃속에

식도만 넘어가면 바로 흡수되는

사료로 성장촉진제로 채워넣어

창조질서를 거역한 죄를

오 하나님, 용서해 주옵소서.

 

마아블링 일등육 품질을 위해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밀집사육을 하며

움직이는 동물에게 도저히 못할 죄를 행한 것을

오 하나님, 용서해 주옵소서.

 

하마 스트레스 받아 병들까봐 항생제 범벅이 된 먹이로

아프고 죽을 권리도 빼앗겨 버린 반 생명의 사육을

이 비정한 탐욕의 폭력을

오 하나님, 용서해 주옵소서.

 

이렇게 동물의 권리, 생명의 권리를 무참히 짖밟은 사육인데

한꺼번에 살처분 되든, 하나씩 도살되든

언젠가는 그렇게 가야할 운명이라면 다를 것이 무엇입니까?

 

새와 짐승을 손수 빚어 만드셨다는 것은

그들도 하나님께서 당신의 이미지,

당신의 형상대로 빚으셨다는 것이지만

막내로 세상에 온 인간이

먼저 있던 형님이며 언니인 생명들에게 행한

반 인륜의 죄악들을 오 하나님, 용서하여 주옵소서.

 

하나님께서 몸을 입고 오셨다고 하는데

그 몸은 사람의 몸 뿐만이 아니라

또한 씨앗의 몸, 짐승의 몸, 새의 몸, 물고기의 몸으로 오심을 믿습니다.

 

오 하나님,

그 몸들이 썩을 것으로 심는데 썩지 않을 것으로 살아나고

비천한 것으로 심는데 영광스러운 것으로 살아나며

약한 것으로 심는데 강한 것으로 살아나고

자연적인 몸으로 심는데 신령한 몸으로 살아나는

우주 만물의 부활을 믿습니다(고전 15장).

 

오 하나님,

우리들의 무한한 욕심에 토대한 이기심이

서로 공존하고 함께 평화를 누리는 관계로

오직 인간 중심의 일방적인 관계가

서로 돕고 존중하는 성숙한 관계로 변화되게 하시고

우리들의 불균형적인 관계가

서로 사랑 안에서 완성하는 관계가 되게 하여 주옵소서.

주님의 사랑을 의지하여 기도드립니다. 아멘.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터넷 기독교 진보신문 ecumenian.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구제역, #범종교인긴급토론회, #우희종, #에큐메니안, #만해NGO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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