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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둘째 주중에 남도 섬 진도 해안을 따라 여행을 떠났다. 그중에 전남 기념물인 제51호 '운림산방'을 찾았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누런 잔디, 제법 운치있다. 또 이른 동백꽃이 연못을 보며 피어있다. 역시 남도의 따뜻한 기온이 실감이 난다.

연못이 앞에 내려다 보이는 사랑채(화방)이다.
▲ 운림산방 사랑채 연못이 앞에 내려다 보이는 사랑채(화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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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림산방은 조선 후기 남종화의 발상지로써, 추사 김정희 선생으로부터 그림과 글씨를 배운 남종화의 대가이던 소치(小痴) 허유(許維, 1807∼1890)가 말년에 머물면서 그림을 그리던 화실이다. 이를 운림각이라고도 한다. 이곳은 아들 미산, 손자 남농으로 이어지는 한국 예술 문화의 산실이다. 

소치는 시와 서, 화에 뛰어나 삼절일고 칭송되었는데, 주로 산수화를 많이 그렸다. 마르고 갈라진 듯한 필력을 구사한 점이 특징이다. 현종의 총애를 받아 임금의 벼루와 먹을 찍어 그림을 그렸으며, 왕실 소장의 고서화를 평하기도 하였다.

1856년 추사가 세상을 떠나자 소치는 고향으로 돌아와 자연경관이 아름다운 첨찰산 아래 쌍계사 남쪽에 자리를 잡아 집을 짓고 화실을 만들어 여생을 보냈다.

소치가 심었다는 백일홍 한 그루가 있는 연못..
▲ 사랑채가 보이는 연못.. 소치가 심었다는 백일홍 한 그루가 있는 연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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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채 툇마루에 앉아 잔잔한 연못에 반영을 보며 파란 하늘을 담아 본다.

연못 속 백일홍 한그루
▲ 운림산방 연못.. 연못 속 백일홍 한그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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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가 기거했더 살림집이다.
▲ 운림산방 본채 소치가 기거했더 살림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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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관 안에는 소치 허유와 허씨 집안 3대로 이어지는 화가들의 시·서·화가 전시되어 있다. 어려운 필체들로 된 작품들이 즐비해서 처음엔 위축되는데, 여유를 갖고 둘러보면 좋은 글귀들이 눈에 들어온다. 특히 묵으로 그린 그림을 보고 있으면 그 시대의 소치 선생과 공감하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소치선생과 허씨 집안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는 곳이다.
▲ 운림산방 기념관 소치선생과 허씨 집안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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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림산방에서 나와 13번 국도를 따라 40여 분 달리면 남도석성이 나온다. 소박한 남도석성에 올라 시원한 바람과 하늘, 봄같은 햇살과 함께 거닐어 보았다.

그동안 둘러본 해미읍성이나 낙안읍성처럼 웅장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성안에 사람들은 성밖에 농사를 지으러 갈 때 경운기를 끌고 성밖으로 나오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런 풍경이 사람 사는 느낌이 더 난다고 할까?

다른 성들에 비해 성곽 여러 곳에 성 안과 밖을 드나드는 곳이 여러 군데 있으며, 동그랗게 둘러져 있는 게 특징이다.

남도 석성은 고려 원종 때 배중손 장군이 삼별초군을 이끌고 진도로 남하하여 대몽항쟁의 근거지로 삼고 최후까지 격전을 벌인 석성이라고 전한다. 거의 원형적으로 보존되고 있으며 조선시대 수군진영의 진지로써 그 보존 가치가 크다.

사적 제127호인 남도석성
▲ 남도석성 사적 제127호인 남도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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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안에 거주하고 있는 집들..
▲ 남도석성 안의 마을 성안에 거주하고 있는 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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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석성의 남문 밖을 흐르는 개울인 세운천을 건너는 두 개의 무지개 다리가 있다. 쌍운교는 개울의 너비가 넓어 쌍무지개 형식으로 만들었고, 단운교는 옆에서 볼 때 무지개 모양이며 흙을 돋우고 잔디를 심었다. 아치 부분은 다듬지 않은 납작한 돌을 세로로 세워서 불규칙 하게 돌려 쌓았다.

규모는 작지만 단아한 멋이 있고 자연석을 사용하여 투박하지만 오히려 서민적인 정취를 느낀다.

남도석성의 밖을 흐르는 개울인 밖 세운천을 건너는 두개의 무지개 다리이다.
▲ 진도 남동리 쌍운교와 단운교 남도석성의 밖을 흐르는 개울인 밖 세운천을 건너는 두개의 무지개 다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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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암사 가는 길목에 천연기념물 제111호 진도 상만리 비자나무를 만났는데, 나무 아래는 그늘에서 쉴 수 있게 평상이 놓여 있다. 나도 여름에 와서 평상에 한번 누워보고 싶어진다.

나이가 600년 정도 된 비자나무
▲ 진도 상만리 비자나무.. 나이가 600년 정도 된 비자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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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유형문화재 석조물 제10호로 상만 오층 석탑은 상만리 마을 위 산자락에 상만사라 전해진 사지에 위치하고 있으며, 현재는 구암사라는 조그마한 암자에 있다.

소규모의 탑일지라도 우리나라의 최남단인 도서 지방에까지 탑의 조성이 이루어졌음을 볼 수 있는 좋은 예라 한다. 탑의 조성연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1974년 4월경에 새로 절을 지으면서 작업 중 고려자기 2점이 출토된 것으로 보아 고려 후기로 추정된다고 한다.

구암사라는 조그마한 암자에 위치하고 있다.
▲ 상만 오층석탑.. 구암사라는 조그마한 암자에 위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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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에 왔으니 신비의 바닷길은을 보고 가야 하지 않은가.

진도군 고군면 희동리와 의신면 모도 사이의 바다는 해마다 음력 3월 보름 때 모세의 기적처럼 바다가 갈라진다. 비록 때가 아니긴 했지만 역사적인 곳에 발을 딪고 와야겠기에 마을 주민한테 물어서 바다가 갈라지는 지점으로 가보았다. 바닷가에 사당에 모셔진 뽕할머니 영정은 보고 나니 웬지 허무함이 밀려온다.

신비의 바닷길(명승 제9호)
▲ 진도 신비의 바닷길 신비의 바닷길(명승 제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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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가 아닌 계절에 나처럼 이곳을 찾는다면, 뽕할머니상 앞에 포장마차에서 커피를 마시며 잠깐을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문화재'라는 테마를 갖고 해안을 따라 둘러본 진도는 겨울이 무색할 정도로 아늑하고 포근했다. 특히 타지역에서는 겨울에 땅이 얼어서 재배가 불가능하지만, 진도에서는 겨울에도 따뜻한 기후 때문에 생산이 가능하니 진도의 겨울 여행은 초록을 감상하느라 눈이 호강이다.


태그:#진도 문화재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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