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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무극의 한 장면이에요. 뱃사람들의 소리와 춤이죠.
 창무극의 한 장면이에요. 뱃사람들의 소리와 춤이죠.
ⓒ 이슬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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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내 또래 아이들은 아이돌 가수들을 좋아한다. 우리반 아이들도 모두 마찬가지다. 나도 아이돌을 좋아한다. 우리에게 제일 멋있고 또 보고 싶은 무대도 아이돌이 나오는 곳이다.

그런데 며칠 전, 아빠께서 나에게 국악공연을 보러 가자고 하셨다. 재밌는 공연이라면서... 하지만 나는 내키지 않았다. 국악에 크게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니고, 옛날에 몇 번 봤지만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예슬이와 나는 국악 공연시간이 장장 두 시간이나 된다는 것을 알고 더 꿍했다. 하지만 아빠가 너무나 적극적으로 권하셔서 거절할 수가 없었다.

고기잡을 때 부르던 뱃노래의 한 장면이에요.
 고기잡을 때 부르던 뱃노래의 한 장면이에요.
ⓒ 이슬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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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춤이에요. 목포 삼학도의 전설을 춤으로 만든 작품이라고 해요^&^
 사랑춤이에요. 목포 삼학도의 전설을 춤으로 만든 작품이라고 해요^&^
ⓒ 이슬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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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못해 따라 간 공연은 '삼학도 연가'였다. 지난 4일 오후 목포시민문화체육센터 대공연장에서 있었는데, 전남도립국악단의 올 정기공연이었다.

공연 시간이 가까워오자 관객들이 몰려들었다. 어른들이나 부모님을 따라온 우리 또래의 아이들도 많이 있었다. 벌써 1층 관람석이 꽉 차 있었다. 우리는 2층 관람석까지 올라가야 했다.

공연이 시작되면서 사람들은 2층에도 많이 들어찼다. 그래도 예슬이와 나는 별로 재미없고 지루할 거란 편견을 버리지 못했다. 공연이 시작됐는데, 역시나 지루했다. 재미도 없었다. 괜히 따라 왔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웬걸? 생소하기만 하던 창무극이 조금씩 재미있어졌다. 뱃노래도 내가 아는 것과 같았다. 어렸을 때 보던 것과 달랐다. 나의 눈이 달라진 것 같았다. 내용도 이해가 되는 것 같았다. 학교에서 배운 장단도 나왔다. 어느새 내가 동생한테 설명을 해주고 있었다.

중간에 어린이국악단이 나와 사물도 쳤다. 꽹과리가 스타트를 끊더니 북과 장구, 징이 어우러져 신명나게 했다. 시원시원하게 울리는 소리가 기분까지 맑게 해주었다. 네 악기가 내는 화음이 정말 멋있었다.

나보다 어린 애들인데... 정말 잘도 놀았다. '나도 학교 다니면서 사물 좀 배워 놓을 걸'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 아이들이 부러웠다.

악극단의 공연 홍보 모습이에요. 신파국악극 '목포의 눈물'의 한 장면이에요^&^
 악극단의 공연 홍보 모습이에요. 신파국악극 '목포의 눈물'의 한 장면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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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파국악극 '목포의 눈물'의 한 장면입니다.
 신파국악극 '목포의 눈물'의 한 장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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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국악단의 공연에 이어 신파국악극이 이어졌다. 제목은 '목포의 눈물'이었다. 공연장에 울려 퍼지는 노래를 어른들이 같이 흥얼거렸다. 나는 물론 우리 또래의 아이들은 모르는 것 같았다. 처음 들어보는 노래였다.

극을 보면서 '목포의 눈물'에 얽힌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알게 됐다. 극은 일제강점기 때 남도사람들의 애환과 삶을 국악극으로 만든 것이었다.

내용은 대충 이랬다. 가수를 꿈꾸는 아이가 있었는데, 공연장에서 노래와 춤 솜씨로 관객들을 기쁘게 했다. 이 아이가 나중에 더 커서 '목포의 눈물'을 부른 '이난영'이었다. 그 이난영의 삶과 사랑 이야기였다.

극에서는 이난영을 불세출의 가수라고 했다. 하지만 난 공감하지 못했다. 극을 보니 대단한 사람인 것 같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불세출의 가수라고 하기엔 조금 그랬다.

하지만 당시 시대상이나 역사적 아픔은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의 악랄함도 엿볼 수 있었다. 한 마디로 재미가 있었다. 감동도 있었다. 확실히 어렸을 때 보았던 국악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갯마을 여성들의 꿈과 낭만을 춤으로 표현한 부분이에요^&^
 갯마을 여성들의 꿈과 낭만을 춤으로 표현한 부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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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악극단의 공연모습이에요. 공연이 화려했어요^&&^
 조선악극단의 공연모습이에요. 공연이 화려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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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이 끝나고 아빠께서 "재미가 있었냐?"고 물으셨다. "재밌었다"고 했더니, "정말 재미있었냐?"고 또 물으셨다. 아빠께서 우리들 눈치를 보신 것 같았다. 재미없었다고 하면 어쩌나... 하시는 마음으로.

그런데 정말 재미있었다. 예슬이도 "괜찮았다"고 했다. 나는 아빠께 "다음에 이런 공연이 있으면 또 보여 주세요"라고 말했다.

엄마께서도 "수준 높은 작품이었다"고 극찬을 하셨다. 정말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가족끼리 국악공연을 보러 다니고 싶었다. 공연을 보고 나오는데, 그 사이 국악이 나와 친해진 것만 같았다.

공연을 보고 나오면서 인증샷^&&^
 공연을 보고 나오면서 인증샷^&&^
ⓒ 이슬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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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 이슬비 기자는 광주동신여자중학교 3학년입니다.



태그:#삼학도 연가, #전남도립국악단, #창무극, #목포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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