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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이를 물고 빨리 주지않자 입술위에서 부리로 쪼며 날개짓을 하고 있습니다.
 먹이를 물고 빨리 주지않자 입술위에서 부리로 쪼며 날개짓을 하고 있습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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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한동안 쌀쌀했던 날씨가 포근해졌습니다. 집 근처 성주산을 찾았습니다. 성주산은 부천시 소사구 심곡동에 위치해 있는데 시흥의 소래산과 인천시 남동구 장수동 인천대공원, 관모산 등과 연결돼 있어 부천시민들이 많이 찾는 곳입니다. 포근한 날씨 때문인지 많은 사람들이 산을 찾았습니다. 사람들과 부딪히는 것을 피해 조금 한적한 오솔길을 따라 오르고 있는데 어디선가 새들의 합창이 들려옵니다.

가만히 멈춰 나무 사이를 들여다보니 작고 앙증맞은 새들이 무리지어 화음을 맞춰가며 노래를 부릅니다. 노랫소리에 취해 녀석들의 모습을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며칠 전 성주산 자락에서 곤줄박이가 먹이를 물고 날아오르는 모습을 멋지게 포착해 카메라에 담았다는 지인의 말이 생각나 이곳이 녀석들이 무리지어 있는 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기다려보기로 했습니다.

손바닥 위에 있는 땅콩을 먹기 위해 앉아 있는 곤줄박이입니다.
 손바닥 위에 있는 땅콩을 먹기 위해 앉아 있는 곤줄박이입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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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줄박이가 손바닥 위에 있는 땅콩을 물고 포즈를 취해 줍니다. 녀석 기특합니다.
 곤줄박이가 손바닥 위에 있는 땅콩을 물고 포즈를 취해 줍니다. 녀석 기특합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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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줄박이가 큰 땅콩을 물어와 나무가지 위에서 발가락으로 고정시킨 후 잘게 부수어 먹습니다.
 곤줄박이가 큰 땅콩을 물어와 나무가지 위에서 발가락으로 고정시킨 후 잘게 부수어 먹습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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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주위를 맴돌던 곤줄박이가 가까이 다가옵니다. 곤줄박이는 암컷과 수컷 모두 머리꼭대기에서 뒷목까지 검은색이고 뒷머리와 뒷목 사이에는 크림색의 세로선이 있고 등에는 엷은 밤색의 반달 모양 얼룩점이 있으며, 몸 윗면은 푸른색을 띱니다. 낙엽활엽수림, 잡목림에서 서식하는 텃새입니다.

녀석들을 좀 더 가까이 유인하기 위해서는 먹이를 주면 다가온다는 말이 기억나 평소 간식거리로 싸가지고 다니던 땅콩을 배낭에서 꺼내 잘게 부숴 통나무 위에 올려두고 기다려 보았습니다. 한참을 푸드덕거리며 몇 바퀴 돌던 녀석이 순식간에 통나무 위에 올려놓은 땅콩을 물고 날아가 버립니다.

녀석들이 너무 귀여워 자리를 펴고 녀석들을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땅콩을 손바닥에 얹고 기다려봅니다. 한동안 나뭇가지를 옮겨 다니며 멈칫거리더니 어느샌가 날아와 손바닥위에 있는 땅콩을 낚아채 사라집니다.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였습니다. 먹이가 있다는 소문을 들었는지 이웃에 있는 다른 종류의 새들까지 날아와 근처를 맴돕니다. 새들과 시간을 보내다 보니 산행은 잊어 버렸습니다. 지나가던 등산객이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을 보고 반가워합니다.

지박구리는 열매를 따 먹는 새입니다.
 지박구리는 열매를 따 먹는 새입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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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열매를 따 먹고 있는 직박구리입니다. 곁에 사람이 있어도 아랑곳 하지 않습니다.
 붉은 열매를 따 먹고 있는 직박구리입니다. 곁에 사람이 있어도 아랑곳 하지 않습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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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사진 전문가이신가요? 저도 새를 전문으로 사진 찍고 있는 사람인데 반갑습니다. 여기는 곤줄박이와, 쇠박새, 직박구리, 어치 등 다양한 새들이 있는데 이 장소는 새를 찍는 사람이면 한 번쯤은 다녀갈 정도로 알려져 있지요.

예전에는 새들의 종류가 많았어요. 새들은 덤불이나 우거진 숲에서 쉬며 서식하게 되는데 요즈음은 편의 시설을 갖춘다는 명목으로 여러가지 시설들을 설치하고 산을 가꾼다는 이유로 갖가지 조성작업을 하고 있어요. 덕분에 새들이 살 곳을 잃고 수풀이 우거진 산으로 떠나기 때문에 근처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새들이 많이 사라졌죠. "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색다른 한 녀석이 열매를 따먹고 있다.

"아! 저 녀석이 직박구리예요. 저 녀석은 열매를 따먹죠. 빨리 사진 찍으세요."
"그런데 새들에게 땅콩을 주어도 괜찮은가요?" 
"인스턴트 식품을 주면 안 되지만 땅콩은 괜찮습니다. 겨울이면 새들이 먹을 먹이가 부족하기 때문에 저도 산행할 때면 새 먹이를 가져와서 뿌려 주곤 하는데 오늘은 그냥 왔습니다. 땅콩을 입에 물고 있으면 곤줄박이가 날아와 먹이를 물고 갈 겁니다. 한번 해 보세요.

먹이를 빨리 주지 않고 물고 계시면 입술 근처에서'호버링'(헬리콥터가 공중에서 정지하고서 있는 것을 가리키는데, 새가 얼굴 위에서 정지하고 날갯짓하는 모습을 표현한다)을 합니다. 그 모습이 환상적이에요. 그렇다고 새를 만지면 안 됩니다."

중동에서 성주산을 찾아왔다는 새 사진 전문가 장성일(53)씨가 말을 합니다.

아! 짜릿한 입맞춤 해보지 않았으면 말을 하지 마세요

발가락에 힘을 주고 앉아 있는 곤줄박이 때문에 입술이 무척 아프지만 녀석이 귀여워 참고 있습니다.
 발가락에 힘을 주고 앉아 있는 곤줄박이 때문에 입술이 무척 아프지만 녀석이 귀여워 참고 있습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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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그럴까'하는 의구심으로 입에 땅콩을 물고 우~ 하는 요염한 포즈로 눈을 살짝 감고 녀석과의 입맞춤을 기다려봅니다. 한 녀석이 주위를 뱅뱅 돕니다. 녀석이 진짜 먹이를 물고 갈까 하는 염려도 되고 제 입술을 훔칠 것이 두렵기도 하지만 기다려 봅니다. 그런데 순간 녀석이 얼굴 위에 앉더니 먹이를 물고 사라집니다. 놀라 땅콩을 빼앗기고 말았습니다. 머리끝이 쭈뼛 곤두서며 아찔합니다.

두 번째는 땅콩을 힘껏 물고 기다리는데 또 다른 녀석이 다가와 입술 위에 발톱을 세워 정지한 후 계속해서 땅콩을 부리로 쪼며 가져가려 합니다. 겁이 나지만 눈을 질끈 감고 꼭 물고 있자 한참을 승강이 하다 날아갑니다. 그러더니 이내 다시 날아와 얼굴에서 날갯짓을 하며 바람을 일으킵니다. 이번에는 날카로운 발톱 덕분에 입술이 너무 아파 녀석에게 빼앗기고 말았습니다.

구관조나 앵무새처럼 사람의 목소리도 흉내 낼 수 있다는 어치입니다.
 구관조나 앵무새처럼 사람의 목소리도 흉내 낼 수 있다는 어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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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하게 통나무 위에 있는 먹이만 먹는 쇠박새입니다.
 소심하게 통나무 위에 있는 먹이만 먹는 쇠박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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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위에 있는 땅콩도 순식간에 물어가 버립니다.
 카메라 위에 있는 땅콩도 순식간에 물어가 버립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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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에서 마실 나온 덩치 큰 녀석, 구관조나 앵무새처럼 사람의 목소리도 흉내 낼 수 있다는 어치도 다가옵니다. 땅위에 떨어진 땅콩을 주워 먹고 이내 사라집니다. 정수리와 턱은 검은색을 띠고 뺨 밑면은 어두운 백색을 하고 있는 녀석이 부지런히 움직입니다. 쇠박새입니다. 녀석은 겁이 많습니다. 손바닥 위에 놓은 먹이를 먹을 엄두도 못합니다. 근처에 있는 통나무 위에 올려놓자 이내 물고 사라집니다.

카메라 위에도, 나무열매 위에도, 손바닥 위에도, 심지어는 녀석들에게 주기 위해 땅콩을 반쪽으로 나누는 중에도 다가와 손바닥 위에 있는 땅콩을 훔쳐 물고 달아납니다. 어떤 녀석은 잘게 부서진 땅콩은 물었다 놓고 커다란 땅콩을 물고 날아갑니다. 물고 간 큰 땅콩은 나무 위에서 발가락 사이에 끼워 두고 입으로 잘게 부수어 먹습니다. 부서진 작은 조각을 가져가면 좋을 텐데 욕심이 많은 녀석입니다.

손바닥 위에 땅콩을 올려 놓으면 한동안 먹이를 물고 머물다 갑니다. 새들의 귀여운 모습에 빠져 다섯 시간 동안 시간가는 줄 모르며 보내고 왔습니다. 자연은 찌들었던 정신세계를 맑게 해주는 원동력입니다. 한결 말끔해진 기분으로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은 가볍습니다. 종종 녀석들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보기 위해 찾아갈 것 같습니다.


태그:#곤줄박이, #직박구리, #쇠박새, #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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