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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벽에 새겨진 돌부처가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다
▲ 백제인의 미소 암벽에 새겨진 돌부처가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다
ⓒ 임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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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중의 돌부처가 가파른 벼랑에 버티고 서서 천년을 한 결 같이 미소짓고 있다. 마치 어머니가 자식을 바라보듯 따스하고 평화로운 표정이다. 보통 사람들의 웃음과는 달리 눈을 크게 뜨고 살며시 웃고 있다. 그 표정은 너무 따스하여 어머니 품안처럼 마음이 편안하다. 그 누구도 그 앞에 서면 삶의 잡다한 번뇌가 그 온화한 미소에 묻혀 버릴것 같다. 아마 이곳을 찾았던 많은 사람들에게 마음에 큰 위안과 삶에 희망을 주었으리라!

도대체 어느 누가 이 산중에 저렇게 아름다운 미소를 새겨 놓았을까 ? 분명 누군가가 당시 사람들의 고단한 마음을 어루만져 주기 위해 땀을 흘렸으리라! 거친 서해바다를 넘어 중국으로 장사를 떠나는 장돌뱅이의 불안한 심사를 달래주거나 전쟁이 잦은 당시 사람들의 무사안일을 기원하는 마음에서 어느 도공이 새겨 놓았을지 모른다.

가야산자락의 산등성이 위로 해가 솟는다. 숲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아침 햇살은 부처의 얼굴에 미소처럼 환하게 번지며, 백제인의 아름다운 미소를 드러낸다. 그 표정은 이동하는 빛의 방향에 따라 시시각각으로 달라지는데, 가만히 그 표정을 바라보노라면 어느새 그 신비한 미소에 동화되어 같은 표정을 짓고 서있다. 머릿속에 채워져 있던 삶의 고뇌가 모두 사라지고 부처가 된 것처럼 마음이 고요할 뿐이다. 중생들에게 웃음으로 부처의 자비를 베풀고자 했던 도공의 고뇌와 땀이 가히 짐작이 간다.

암벽위에 소나무가 드리운 서산마애삼존불의 모습
▲ 서산마애삼존불의 전경 암벽위에 소나무가 드리운 서산마애삼존불의 모습
ⓒ 임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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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서산마애삼존불을 보러갔다 왔다.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서산 IC를 빠져 나오면 서산시 운산면에서 덕산으로 가는 길에 고풍저수지가 있다. 고풍저수지 끝자락에 여름 피서지로 유명한 용현계곡이 있고, 그 계곡을 따라 올라가면 첫 번째 버스정류장 부근에 계곡을 건너는 조그만 다리가 있다. 그 다리를 건너 돌계단을 따라 조금 올라가면 암자같이 보이는 관리사무소가 보인다. 관리사무소 앞에는 마애삼존불로 들어가는 불이문이 있다.

불이문은 진리는 둘이 아니라는 뜻에서 중생과 부처가 하나가 된다는 의미다. 불이문을 지나면 하늘로 높이 솟은 거대한 암벽이 나타나고. 그 암벽의 한 켠에 서서 천년동안 미소를 짓고 있는 삼존불이 있다. 바로 국보 84호인 서산마애삼존불이다.

삼존불 중, 가운데 서 있는 석가여래불은 마음 좋은 아저씨처럼 둥근 얼굴을 하고 있으며, 눈을 크게 뜨고 두툼한 입술로 살며시 웃고 있다. 왼쪽의 보살입상은 키가 작고 볼이 도톰한데, 작은 눈에도 환한 미소를 짓고 있어서 천진난만한 표정이다. 오른쪽 반가사유보살은 고개를 약간 위로 틀어 귀엽고 청순하게 웃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반가부좌를 하고 한 손은 팔꿈치를 구부려 뺨을 괴고 있는 모습이 마치 개구쟁이 같다.

입술을 드러내면서 눈을 크게 뜨고 뺨을 한껏 부풀린 모습의 여래입상은 백제인의 전형적인 미소를 보여 준다. 그것은 신라의 속 깊은 미소와는 분명하게 다르다. 그 미소 속에는 침묵이 있고, 침묵속에 사랑과 자비가 깃들어있다는 느낌마저 준다. 그래서 불자들 사이에선 자신과 똑같은 심정으로 얘기해주는 불상으로 통한다.

암벽에 새겨진 서산마애삼존불
▲ 서산마애삼존불이 모습 암벽에 새겨진 서산마애삼존불
ⓒ 임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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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사의 설명에 따르면 삼존불의 눈은 태양의 동선을 따라 움직인다고 한다. 삼존불의 미소를 신비한 미소라고 하는 것은 표정이 빛에 따라 천차만별로 달라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마애삼존불을 바라다보면 신비스러우리만치 부드럽고 아름다운 미소가 어머니의 따스한 손길처럼 마음을 어루만진다.

그의 부드러운 미소를 닮고 싶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서산마애삼존불처럼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살아갈 수 있다면 성공한 삶이라 자신있게 말할 수 있으리라. 그의 미소를 바라보며 감사하는 마음과 행복에 대해 생각해 본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저 아름다운 미소를 마음에 담으며 환한 미소를 지어본다


태그:#백제의 미소, #서산마애삼존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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