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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2011년 예산안 발표와 함께 국가재정 문제가 다시 한 번 부각되고 있다. 2008년 309조원(GDP 대비 30.1%)에 달한 국가채무는 지난해에만 50조6000억원이 늘어 359조6000억원(33.8%)으로 크게 늘어난 상황이다. 올해와 내년에도 국가채무가 각각 47조5000억원, 39조6000억원이 늘어날 전망이다.

10월 4일~5일 열린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도 국가재정 문제는 화두가 되었다. 이한구 의원(한나라당)은 한국의 재정수지가 2008년~2010년 사이 6.1% 악화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크게 악화되었고, 국가직접채무, 보증채무, 공기업 부채 등 광의의 국가부채는 2009년 말 1637조4000억원으로 사상최대를 기록했다고 주장했다. 전병헌(민주당)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이 후보 당시 '예산 20조원 절약, 국가채무 300조원 수준 유지' 등을 약속했으나 예산, 재정에 대한 공약은 껍데기도 남지 않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공기업 부채는 국제기준상 국가채무가 아니라는 정부의 주장도 궁색해지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2011년도 예산안에서 118조원 규모의 빚더미에 앉아있는 LH공사(한국토지주택공사)에 3년간 3조300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LH공사의 빚더미를 해결하기 위해 국민들의 혈세, 국가재정이 동원되기 시작한 것이다. 공기업 부채가 국가재정 악화로 연결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국가부채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봐야하느냐는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정확한 국가채무의 규모가 얼마냐의 논란을 떠나 현 시기 국가재정 문제에 대한 관리가 필요한 시점임은 명확해 보인다.

장밋빛 전망에 근거한 재정계획

정부도 국가재정 악화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는 것은 아니다. 9월 28일 정부는 2011년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2010~2014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함께 발표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사회보장성 기금을 제외한 관리대상수지는 2010년 30조1000억원 적자에서 2014년 2조7000억원 흑자로 돌아설 전망이다.

정부는 '균형재정' 달성을 위해 연평균 재정수입 증가율 7.7%에 비해 재정지출 증가율(연평균 4.8%)을 평균적으로 2.9%p 낮게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재정수입 증가율 7.7%는 정부가 2011년부터 실질성장률이 5%내외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서 나온 수치다. 

<재정수입‧지출 전망>
재정지출 증가율이 재정수입 증가율보다 낮게 유지
▲ 재정수입, 지출 전망 재정지출 증가율이 재정수입 증가율보다 낮게 유지
ⓒ 기획재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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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이러한 계획을 내놓자 현실성 여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우선 정부가 가정한 5%성장이 가능하냐는 것이다. 최근 삼성경제연구소는 2011년 경제성장률이 3.8%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한 바 있고, 아시아개발은행(ADB)은 한국이 2011년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3.9%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대체적으로 국내외 경제연구기관들이 2011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3.8~4.5%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전망이 너무 낙관적이란 것이다.

실제 최근 미국의 '더블 딥(이중침체)' 우려 등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고, 국내적으로도 경기선행지수가 8개월째 하락 중인데다 8월 경기동행지수마저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경기둔화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정부가 예측한 연평균 성장률 5%는 너무도 안이하고 낙관적으로 보여진다. 

또한 재정지출 증가율은 과도하게 낮춰 잡았다는 평가다. 고령화로 인해 지속적으로 복지지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더해 4대강(22조4천억원), 세종시(12조원), 새만금개발(21조원) 등 대규모 국책사업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재정지출 증가율을 4.8%로 관리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결국 '균형재정'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정부가 숫자를 짜 맞춘 것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현실성 논란보다 더욱 주목해 볼 문제는 균형재정 달성을 위한 정부의 정책방향이다. 정부는 재정건전성 문제가 발생하는 근본적 원인에 대한 정책 평가와 재정수입에 대한 특별한 대책 없이 정부지출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균형재정을 달성하려 하고 있다. 이는 연평균 재정수입 증가율(7.7%)에 비해 연평균 재정지출 증가율(4.8%)을 낮게 유지하겠다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이러한 재정지출 억제 정책은 현 한국경제의 상황에 적합하지 않다.

MB식 '균형재정'의 피해는 서민에게 

한국의 정부총지출 규모는 다른 국가들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아래의 그림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2006~2008년(평균) 국내총생산(GDP)대비 정부지출 비중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이 평균 40.4%인데 비해 한국은 28.8%로 11.6%p나 차이가 난다. 칠레를 제외하고는 최하위다.

시기에 따라 적절한 재정관리가 필요하겠지만 한국의 재정지출 규모는 경제규모에 비해 여전히 작다. 전체적인 한국경제를 놓고 봤을 때 아직은 복지부문 등에 지출을 더 많이 늘려야할 시기다. 단순히 재정건전성이 걱정되니 지출을 줄이자는 식의 대응은 적절치 못하다.

<GDP대비 일반정부 지출 비중(%)>
자료: OECD FACTBOOK  2010 
/ 2006~2008년 평균치
▲ GDP대비 일반정부 지출 비중(%) 자료: OECD FACTBOOK 2010 / 2006~2008년 평균치
ⓒ OEC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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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국가재정 규모를 확충해야 한다는 것이 무분별하게 지출을 늘려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전반적으로 국가재정 규모를 늘려가되 4대강 공사와 같이 전 국민적 반대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사용되는 정부재정은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정부는 재정건전성 강화를 위해 2011년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축소했지만 4대강 사업 예산만 늘려 잡고 있다(수자원공사에 떠넘긴 사업비까지 합치면 올해보다 16.8% 증가할 전망). 

재정건전성에 빨간불이 들어온 데에는 정부 수입 부문에 더 큰 책임이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2007년 기준으로 한국 국민의 조세부담률은 21.0%로 OECD 30개 회원국의 평균적인 조세부담률 26.7%보다 5%p 이상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OECD 회원국 가운데 6번째로 낮은 순위다(연합뉴스, 2010.7.23). 재정지출 축소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재정수입에 대한 특별한 계획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특히 2008년 이명박 정부가 강행한 '부자감세'는 재정건전성 악화에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 자료에 따르면 2011년 줄어드는 세수 규모는 24조5000억원이다. 정부는 '2010~2014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2011년 관리대상수지 적자규모를 25조3000억원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부자감세'만 원상회복 시켜도 내년 예상되는 적자를 대부분 상쇄할 수 있다는 결론이 된다. 

<정부의 감세정책으로 인한 감세규모>
자료 : 국회예산정책처(감세의 지방재정 영향 분석, 2009.10), 단위 억원
▲ 정부의 감세정책으로 인한 감세규모 자료 : 국회예산정책처(감세의 지방재정 영향 분석, 2009.10), 단위 억원
ⓒ 국회예산정책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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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정부는 재정건전성훼손 원인에 대한 근본적 검토와 재정수입과 관련한 별다른 계획 없이 단순히 지출을 줄이는 방향으로 대처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서민들에게 고통을 전가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공공성이 강한 정부지출이 줄어들수록 서민들에게 돌아갈 재정이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무리한 4대강 공사, 소수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부자감세' 정책으로 재정건전성을 훼손시켜왔다. 그러다 재정건전성에 빨간불이 들어오자 정부는 '부자감세' 등의 정책을 바로잡기 보다는 지출을 줄여나가는 방법을 택함으로써 그 피해가 서민들에게 돌아가게 만들었다. 

4대강 중단·'부자감세' 철회가 먼저

정부는 이번 2011년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두 가지 지점을 강조하고 있다. '서민'과 '균형재정'이 그것이다. 정부가 진정으로 서민을 위하고 재정건전성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다면 단순히 지출을 억제하는 방향이 아니라 무리한 4대강 사업을 중단하고 '부자감세'를 원상태로 되돌려 놓는 일부터 먼저 해야 할 것이다. 4대강 사업을 중단하고 '부자감세'만 철회해도 재정건전성을 회복하면서 서민들을 위한 복지지출을 상당히 늘릴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적극적으로 재정수입 부분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이는 담배세 등 간접세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릴 것이 아니라 직접세 비중을 높이는 방향이 되어야 할 것이다. 9월 24일 기획재정부·국세청에 따르면 국세 세목을 기준으로 집계한 간접세 비중은 2007년 47.3%, 2008년 48.3%, 2009년 51.1% 등으로 나타났다(연합뉴스, 2010.9.24).

이명박 정부 들어와 조세 형평성이 크게 악화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고소득층일수록 세금을 많이 내는 형태가 아니라 서민이든 재벌총수든 똑같이 내는 세금의 비중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경제위기 극복과정에서의 혜택이 서민들에게 까지 내려가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은 재정 건전성 강화를 위해 소득세, 법인세의 최고구간을 신설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 경우 8조3000억원의 세수 확보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재정적자 해소, 고령화 사회 준비를 위해 적극 검토해 볼 만한 사안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감자리에서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세율을 올리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전반적인 감세기조에는 변함이 없을 것으로 보여진다. 그렇다면 정부는 '서민'을 위하면서도 '균형재정'도 달성할 수 있는 어떤 방안을 가지고 있는지 밝혀야 한다. 지금과 같이 지출을 억제하는 방법으로는 결국 서민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한국민권연구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2011년 예산, #국가재정운용계획, #감세 , #균형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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