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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엔 설악산만 있는 것이 아니다. 설악산과 동해바다가 서로 마주하고 있고 호수가 있다. 산과 호수와 바다를 동시에 볼 수 있는 천혜의 관광지, 왜 사람들이 이곳을 많이 찾아오는지 이제 조금 알 듯하다. 속초 앞바다의 일출, 그 바다를 보러 간다.


해맞이공원은 동해바다의 일출과 웅장한 설악산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조각공원이다. 이른 아침 갓 태어나는 일출을 볼 수 있고 저녁이면 밤바다와 어우러진 멋진 야경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조각고원과 관광안내소, 야외공연장, 밀레니엄 광장 등이 들어서 있고 바다 쪽으로 방파제가 설치되어 해안 산책과 함께 바다낚시도 즐길 수 있다.


새벽 5시에(셋째 날) 깨어 일어나 설악중앙 교회에서 새벽예배를 드리고 곧바로 내물치항 해맞이공원으로 향했다. 시간을 잘 맞춰야지 싶어 서둘렀다. 수평선 끝을 붉게 물들이기 시작하는 아침노을빛 보며 걸음을 재촉한다. 해맞이공원에 차를 세우고 방파제로 향했다.

 

동해바다의 해돋이를 보기 위해 먼저 온 사람들이 방파제 끝 난간에 기대어 바다를 향해 일제히 시선을 두고 있다. 이 방파제 난간은 '등대불이 비치는 이른 새벽, 어선이 출항하여 속초시 특산품인 오징어를 잡아 만선으로 돌아오는 모습을 형상화한 디자인', '만선'이라 한다.

 

이른 새벽이라 몸이 오싹하도록 추웠지만 모두들 예상이라도 한 듯 모두들 두꺼운 옷을 껴입고 나왔다. 그들 중 젊은 한 쌍은 두꺼운 담요로 두 사람 몸을 감싸서 바람을 막고 동해바다에서 떠오르는 붉은 해를 바라보고 서 있다. 카메라로 사진을 찍기도 하고 핸드폰으로 전송하는 사람, 그저 할 말을 잃은 듯 짐짓 엄숙한 표정으로 해바라기를 하고 있는 사람도 있다.

 

떠오르는 해를 향해 두 손을 높이 들어 합장하고 머리 숙여 기원하고 서 있는 중년부인은 무엇을 빌고 있을까. 그 모습이 짐짓 엄숙하기까지 하다. 해가 떠오르는 그 몇 분 사이에 사람들은 제각각 다양한 포즈를 취하고 서 있다.

 

새벽 6시 15분쯤, 바다에서 하늘 한 귀퉁이를 붉게 물들이며 해가 솟아올랐다. 수평선 끝 하늘가를 붉게 물들이면서 점점 붉은 빛이 번져갔다. 불덩어리 같은 둥근 해가 조금씩 그 모습을 드러내는가 싶더니 금방 쑥 솟아오른다. 타는 듯 붉게 바다 저 끝에서 솟아오르는 아침 해는 숨 막히도록 그 빛이 붉고 찬란하다.


수줍은 듯 조심스레 내밀던 붉은 해는 공처럼 쑥 올라와 구름을 물들이고 하늘을 붉게 물들인다. 시시각각 그 빛깔과 모양이 바뀐다. 떠오르는 해가 구름 밖과 구름 속에서 그 모양과 색깔을 달리하는 것을 찬 바람이 불어대는 바다를 마주하고 서 있다.

 

산이 좋아 산을 찾는 남편 따라 산으로만 다녔더니 고향 같은 바다는 조금 멀리 있었나보다. 이 아침에 고향을 만난 듯, 옛 친구를 만난 듯 감회가 새롭다. 찬란하게 떠오르는 일출광경을 보니 내 마음도 붉게 물드는 듯하다. 바다에서 보는 일출은 지리산 천왕봉 일출광경과는 사뭇 다르다. 끝없이 펼쳐진 동해바다의 깊은 자궁에서 태어나는 해는 더 리얼하다.

 

아침 해가 떠오르는 풍경, 바다의 그 찬란한 풍경 뒤로 설악산 공룡능선 위에는 밤새 어둠을 밝히고 있던 창백한 달이 그 빛이 다하도록 마지막 가는 길에서 서성이고 있었나보다. 붉은 해가 점점 높이 떠오르자 이제 막 떠오르는 해를 일별하고서 공룡능선 뒤로 꼴깍 넘어가버린다. 달이 해 떠오르는 동쪽 바다에서 솟아오른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닫는다.

 

떠오르는 붉은 해와 어둠이 스러지며 넘어가는 달을 만날 수 있는 이곳 해맞이 공원. 해와 달은 서로의 길이 달라 일평생 생성과 소멸을 달리한다. 짧은 찰나일지언정, 마지막 길에서 그것들이 만날 수 있는 곳, 떠오르는 해와 지는 달, 혹은 지는 해와 떠오르는 달이 서로 잠시 일별하는 곳에서 그 찰나의 일별을 본다. 하나는 태어나고 하나는 가물가물 꺼져가는 그 안타까운 일별의 순간을.

 

떠오르는 해를 보고 있다가 방파제를 벗어나 해안산책로를 걸었다. '사랑이 이루어지는 인어상'을 배경으로 마주보는 붉게 물든 동해바다는 파도로 뒤척이며 깨어나고 있었다.


태그:#해맞이공원, #방파제, #동해바다, #일출, #설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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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데살전5: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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