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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안동지역의 한 차선 도색 업체가 안동시청에 근무하는 공무원과 안동경찰서 경찰관등 수십 명에게 추석선물로 고가의 화장품세트를 택배로  발송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경찰이 본격 수사에 나섰다.

현재 경찰은 추석선물 전달대상 명단 등 관련 자료를 확보한 후 확인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특히 수년간 이 업체의 공사수주와 관련해 뇌물이 오갔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집중 수사할 방침이며 경북지방경찰청 역시 안동경찰서 일부 직원도 이 업체로부터 선물을 비롯해 각종 금전적인 혜택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됨에 따라 정확한 경위를 조사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처럼 안동시는 공무원들의 선물과 뇌물 의혹이 제기되자 시 자체적으로 자정결의대회까지 개최하면서 빠른 시일 내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다지는 등 상당히 어수선한 상황이다.

이번 안동시청 공무원들과 안동경찰서 경찰관들에 대한 고가의 화장품 대량 발송 의혹은 선물을 제공한 업체를 다니던 한 직원의 내부비리 고발에 의해 처음 세상에 알려졌다.

안동시청 공무원들과 안동경찰서 직원들에게 고가의 화장품을 비롯한 물품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는 차선 도색 업체에서 근무했던 박아무개씨(27).

그는 자신이 다니는 회사가 명절 때는 물론이고 수시로 공무원과 경찰관들에게 값비싼 물품들을 선물하는 것을 비롯해 개인의 범칙금을 대리 납부하고, 민간업체 직원에게 브랜드 이름을 알려주면서 커피 심부름까지 시키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올 추석 역시 다르지 않았다. 추석이 다가오자 사장과 친분이 있는 안동시청 공무원이 선물 대상자인 시청직원 전체 주소현황을 담은 USB를 업체사장에게 전달했다. 박씨는 사장이 프린터해준 명단을 토대로 10만 원에서 50만 원에 달하는 고가의 화장품들을 구입한 후 우체국 택배를 통해 시청 직원들에게 발송하였다.

박씨는 다니는 업체 사장이 지시하는 일을 하는 것이었지만 업체로부터 선물을 챙기는 공무원들이 용서가 되지 않았다.

그는 업체로부터 이렇게 선물을 받아 챙기는 공무원들의 부도덕한 행위를 시정해 달라며 안동시청 홈페이지 게시판에 수차례에 걸쳐 글을 올렸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안동시청측에서는 게시판 운영방침에 어긋난다며 박씨의 글을 삭제하기 바빴다.

지난 9월17일 안동시청 공무원들 안동경찰서 경찰관들의 선물 수수 의혹을 보도한 'MBC뉴스데스크'
 지난 9월17일 안동시청 공무원들 안동경찰서 경찰관들의 선물 수수 의혹을 보도한 'MBC뉴스데스크'
ⓒ MBC뉴스데스크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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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박씨는 이러한 내용을 한 방송사에 제보를 하였고 지난 9월 17일 전국에 방송되었다. 방송의 위력은 대단했다. 방송직후 경찰은 안동시청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수사에 착수했고 경북지방경찰청 역시 의혹이 제기된 안동경찰서 직원들의 조사에 들어갔다. 박씨의 정당한 목소리에 미동조차 하지 않았던 안동시청과 안동경찰서를 발칵 뒤집어 놓은 것이다.

하지만, 후폭풍은 박씨의 삶도 뒤집어 놓았다. 방송에서 모자이크 처리를 하고 목소리를 변조시켰지만 업체 사장은 내부고발자로 박씨를 지목했고 좁은 도시의 특성상 모든 시선은 박씨에게로 쏠릴 수밖에 없었다.

공무원들의 부도덕한 비리의혹을 세상에 알린 대가는 박씨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컸다.

경찰이 선물 제공업체 사무실을 전격 압수수색 하고 공무원과 경찰관들이 전면적인 조사를 받는 등 사태는 점점 커지면서 덩달아 박씨에게 관심이 쏠리기 시작했다. 때문에 박씨는 이번 사건을 혼자서 감당하기 어려운 처지에 이르게 되었다.

하지만 누구도 박씨에게 도움을 주지 못했다. 결국 박씨는 잠시 고향을 떠나 있는 것이 좋겠다는 주변의 권유로 급히 고향 안동을 떠나 모처에 은신하며 사태 추이를 지켜보게 되었다.

박씨는 기자와 한 전화 통화에서 "며칠만에 집으로 전화를 했더니 회사 사장이 가족들이 운영하는 가게로 계속 찾아와 아버지를 비롯한 가족들에게 내가 직접 나서서 이 모든 사태를 해결하라며 가족들을 위협하고 있다"며 가족들의 안위를 걱정했다. 이같은 사실을 경북지방경찰청에서 나온 경찰에 알려 업체 사장이 박씨의 가족에게 더 이상의 접근하지 못하도록 가족들을 보호해 주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박씨의 어머니는 박씨에게 "경찰과 시청직원 여러 사람이 이번에 옷을 벗게 되면 우리가 여기 못살아, 우리가 안동에 못 살고 떠야 할 형편이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지금 안동에 남아있는 가족이 처한 어려움을 엿볼 수 있어 박씨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만들고 있다.

박씨는 공직사회의 비리를 세상에 알린 대가로 정들었던 고향을 떠나야 하는 처지까지 된 것이다.

하지만 박씨는 "이번 일을 절대로 후회하지 않으며 나는 엄청난 일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냥 아주 단순한 일 그리고 시민으로써 당연한 일을 했다고 생각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어떻게 공무원들과 경찰관들이 민간업체로부터 돈을 받고 고가의 선물을 수시로 받을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것을 고치기 위해 시청 홈페이지에 문제제기를 했고 만약 시청쪽에서 재발방지와 시정을 약속했다면 그것으로 끝이었을 텐데 이제는 혼자서 감당하기에는 일이 너무 커진 것 같다"는 심경을 토로한다.

또한 박씨는 "공무원들의 비리내용이 세상에 알려진 후 세상은 나를 혼자 남겨둔 것 같다"며 "그 누구로부터 어떠한 보호도 받지 못하고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고 왜 이렇게 서둘러 고향을 떠나야 했는지 지금의 이 현실이 너무 슬프다"고 말했다.

"공직사회의 비리내용을 세상에 알렸을 때 제보자가 세상으로부터 그 어떠한 보호조차도 받지 못한다면 앞으로 누가 공직사회 비리를 세상에 알리려 하겠냐"며 "내부 고발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법률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라고 들었는데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내부 고발자를 위해서라도 하루 빨리 제정되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현재 박씨와 같은 '내부비리 고발자'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동안 시민사회에서는 공익신고자보호법 제정을 지속적으로 촉구해 왔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2008년 12월 국민권익위원회가 '공익신고자보호에관한법률제정(안)'을 입법예고 했지만, 아직까지도 국회에 계류되어 있는 상황이다.


태그:#안동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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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이 좋아 사진이 좋아... 오늘도 내일도 언제든지 달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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