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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법인 고려중앙학원) 2009학년도 입시(수시 2-2 일반전형)에서 탈락했던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추가 소송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소송지원단을 이끌었던 박종훈 경남교육포럼 대표(전 경남도교육위원)는 16일 "어제 1심 판결 이후부터 오늘 아침까지 학부모들로부터 연락이 계속 온다"면서 "고려대가 항소하는 시점에 맞춰 추가 소송인을 모집할 것"이라고 밝혔다.

창원지방법원 제6민사부(재판장 이헌숙 부장판사)는 15일 2009학년도 입시에 응했다가 탈락한 자녀를 둔 학부모 24명이 고려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피고(고려중앙학원)측은 원고한테 위자료 각 700만원씩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고려대가 사용한 전형방식은 고교별 학력의 차이를 점수로 반영한 것으로 시험이나 입학 전형의 목적, 관계법령의 취지에도 불합리하고 부당하다고 보여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한 경우에 해당해 위법하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이같은 전형방식을 적용한 결과 학생들이 탈락했고, 고려대가 이번 소송에서 전형의 모집요강을 제출했을 뿐 영업비밀이라며 구체적인 전형방법을 밝히지 않고 원고들에게 관계된 전형자료를 전혀 제출하지 않아 전형방식과 원고들의 탈락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박종훈 전 경남도교육위원이 2009년 3월 17일 창원지법 접수과 앞에서 고려대를 상대로 한 집단소송 소장을 들어보이고 있다.
 박종훈 전 경남도교육위원이 2009년 3월 17일 창원지법 접수과 앞에서 고려대를 상대로 한 집단소송 소장을 들어보이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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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훈 전 교육위원은 지난해 2월 전국 교육위원 16명과 고등학교 3학년 교사들을 모아 소송지원단을 구성했다. 소송을 낸 지 1년 7개월 만에 1심 판결이 나온 것이다. 다음은 16일 박종훈 전 교육위원과 나눈 대화 내용이다.

- 1심 판결 이후 학부모들한테 연락이 많이 오는지?
"어제도 전화를 받았고, 오늘 아침에도 학부모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고려대에서 1심 판결을 받아들이지 않고 항소하겠다고 밝힌 모양인데, 항소 시점에 맞춰 추가 소송단을 모집하는 기자회견을 열겠다. 앞으로 어떻게 할지에 대해 고3 교사, 변호사와 논의할 것이다."

- 1심 판결의 의미는.
"판결 자체의 의미는 대학입시만큼은 투명하고 공정해야 한다는 국민적 열망을 재판부가 확인한 것이라 본다. 입학사정관제도가 확대되고 있다. 대학이 입시에서 신뢰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입학사정관제와 같은 대학의 재량권이 확대될 때 타락할 수 있다. 이것이 기여입학제로 타락하고 대학들이 횡포를 부릴 수 있다는 점에서 재량권보다 공정성과 투명성이 먼저 확보되어야 한다."



"교육부, 입시 가지고 장난치는 대학 그냥 두면 사기극 공범"

- 탈락했던 학생들은 억울함이 좀 풀렸을 것 같은데.
"단순히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데 한정되어서는 안 된다. 이 문제를 큰 틀에서 봐야 한다. 대학입시라는 것이 정보가 중요하다. 정보전 추세다. 정보력이 높은 쪽은 특수목적고로 보내게 된다. 경제력이 좋고 정보력이 높은 쪽은 특목고에 많다. 이에 반해 지방고나 일반고 학생은 불이익을 받게 될 것이다. 경제적 격차가 교육 격차를 확대하는 작용을 하는 결과가 나올 것이다. 대학 입시가 좀 더 공정해야 하고, 일반고와 지방고가 더 이상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 고려대는 재판 진행 과정에서 '영업비밀'이라며 전형 자료를 내놓지 않았다고 하는데.
"이윤 추구가 목적인 곳엔 영업비밀이 존재한다. 그러나 대학은 영리가 목적이 아니고 교육이 목적이다. 대학이 영업비밀이라고 한다면 장사치나 마찬가지다. 공공성을 우선하는 대학이 할 소리가 아니다."

- 이번 판결 이후 고려대는 항소할 것이라 밝혔다. 대학교육협의회와 교육과학기술부의 태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1심 재판 결과에 대해 고려대는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고 한다. 대교협은 대법원 판결까지 가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교육부는 입도 뻥끗하지 않고 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고려대를 국민이 심판할 것이다. 대교협도 대학은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면죄부를 주고 있는 것 같은데, 일부 유명 대학의 문제에 대해 눈감는 것도 문제다. 교육부가 공정거래위나 소비자보호원 같았으면 가만히 있었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 고려대는 지난 입시에서 내신 90%를 반영하겠다고 했다. 그렇지만 지방고와 일반고 출신 학생은 내신 1등급인데도 떨어지고, 특목고는 5, 6등급인데도 합격했다. 대학이 입시 전형을 두고 장난치는 것에 대해 교육부가 가만히 있다면 대국민 사기극의 공범이다."

박종훈 경남도교육위원과 민태식 변호사는 2009년 2월 16일 오전 경남도교육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려대의 입시부정 의혹과 관련한 집단 소송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박종훈 경남도교육위원과 민태식 변호사는 2009년 2월 16일 오전 경남도교육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려대의 입시부정 의혹과 관련한 집단 소송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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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결 이후 반응은?
"우선 언론에서 크게 관심을 가져주었다. 이 정도 관심을 가질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서울지역 방송 3사와 인터뷰도 했고, 신문도 마찬가지로 크게 다루었다. 대학 입시가 그만큼 국민 관심사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기회에 교육만큼은 시장주의로 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국민 정서를 반영한 것이라 본다. 대학입시만큼은 공공성을 가져야 한다. 대학입시를 대교협에 맡기지 말고 정부가 책임지고 해야 한다. 대교협에 대학입시를 맡긴다면 고양이한테 생선가게 맡기는 꼴이 될 것이다. 그래서는 안 된다."

- 1심 판결에서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했지만, 탈락했던 학생들은 실질적인 구제를 받을 수 없게 됐다.
"이번 소송은 위자료를 요구한 것이었고, 입학의 실익이 없다는 측면이 있다. 그래서 지난해 소송을 낼 때 일부 학부모들은 소송까지 가지 않고 포기하기도 했다. 고려대는 입시전형 과정에서 법으로 금지하는 고교등급제를 실질적으로 시행했다는 점에서 당시 입시는 원인무효라고 본다. 입시 자체가 무효로 되기 위해서는 행정소송으로 가야 하는데, 사립대학이기에 행정소송 대상이 되지 않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법률적으로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 법률 전문가들과 의논하겠다. 실익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런 차원의 소송을 진행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 추가 소송을 한다면 규모는 어느 정도 될 것이라 보는지?
"일부 언론에서는 5000명에서 1만5000명이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하던데, 실제 소송까지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지난해에 고려대 입시의 문제를 제기하며 연락을 해온 학부모가 100여 명에 이르렀다. 그러다가 소송을 내겠다고 하니까 '이길 수 있겠느냐'며 의문을 제기하거나 인지대(5만~10만원) 등으로 인해 실제 소송까지 간 학부모는 많지 않았다. 이번 재판 결과 소송에서 이겼으니까 많이 참여할 것이라 본다. 나중에 참여한다고 해서 기회주의라고 폄하해서는 안 된다. 이것은 잘못된 대학입시를 고쳐야 한다는 운동 차원이어야 한다."

- 재판 진행 과정에서 보여준 고려대의 태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자기들에게 불리하다 싶은 자료는 일체 내놓지 않았다. 영업비밀이라고까지 했다. 처음에 소송을 낸 학부모는 25명이었다. 그러다가 24명으로 줄었다. 1명은 나중에 보니까 학생이 부모를 속이고, 입시원서는 냈지만 면접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고려대 측은 그 학생의 부모에 대해 원고 자격이 있니 없니 하는 시비를 걸었다. 그리고 시간끌기를 했다. 그야말로 고려대 측은 무성의하게 재판에 임했다고 본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사학으로서 취해야 할 태도가 아니다."

- 학부모들은 위자료로 각 1000만~3000만원씩을 요구했는데, 재판부는 700만원을 지급하라고 했다. 금액에 대한 불많은 없는지?
"애초에 요구했던 금액대로 나오지 않아서 언론에서는 '일부 승소'라고 하는 모양이다. 금액은 학부모들이 판단할 몫이다. 재판부에서 고려대가 입시전형을 하면서 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나고 남용했다는 것을 인정했다는 것이 중요하다. 금액은 큰 의미가 없다."


태그:#고려대학교, #박종훈 경남교육포럼 대표, #입시부정, #고교등급제, #창원지방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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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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