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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꺼풀 재수술을 받은 후 눈이 떠지지 않거나 완전히 감기지 않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났다 하더라도, 최초 수술의 후유증인지 아니면 누적된 수술로 인한 것인지 불분명한 경우 재수술을 한 의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의사의 과실로 인한 결과라고 추정할 수 있을 정도의 개연성이 담보되지 않았다면 단지 부작용을 이유로 막연하게 의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것으로, 앞으로 재수술로 부작용이 나타날 경우 환자가 의사의 과실을 입증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L(60, 여)씨는 1980년 쌍꺼풀 수술과 2000년 두 눈에 진피이식수술을 받은 적이 있는데, 그 후 눈꺼풀 처짐을 교정하고 자연스러운 쌍꺼풀 선을 만들기 위해 2003년 3월 서울 명동에서 성형외과를 운영하는 K씨에게 쌍꺼풀 재수술을 받았다.

 

그런데 K씨는 수술 후 "오른쪽 눈이 붓고 떠지지 않으며 통증이 있다"는 L씨의 항의를 받고 2ㆍ3차 수술을 시행했다. 하지만 수술경과를 확인한 결과 오른쪽 눈이 완전히 감기지 않고 일정 정도 벌어지는 토안(눈을 완전히 감을 수 없는 상태) 증세가 발견됐다.

 

그러다 며칠 후 L씨가 "눈알이 빠질 것 같다"고 다급하게 전화했고, K씨는 진찰 결과 오른쪽 눈에 각막결막염 증세가 있음을 발견하고 다른 병원으로 전원조치해 치료를 받게 했다.

 

◈ 1ㆍ2심 "의사 과실 책임 인정"

 

L씨는 다른 병원에서 오른쪽 눈 노출각막염 및 눈을 감았을 때 4mm 정도 벌어지는 토안증상 등을 보이자 K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고, 1심인 서울중앙지법 제30민사부(재판장 이헌섭 부장판사)는 2006년 8월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피고에게서 수술을 받기 전에는 안과치료를 받은 사실이 전혀 없었는데 수술 후 토안 및 노출각막염 증세가 나타난 점, 달리 토안을 유발할 만한 다른 사정이 보이지 않는 점 등을 볼 때 원고에게 발생한 토안은 피고의 수술에 있어서의 의료상 과실로 초래된 것으로 추정돼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원고의 후유장애는 피고의 수술뿐만 아니라 과거 2회의 쌍꺼풀 수술로 인해 안검조직의 유착이 심각한 상태였고, 이런 수술경력도 후유장애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의 책임범위를 일부 제한했다.

 

항소심인 서울고법 제17민사부(재판장 곽종훈 부장판사)도 2007년 5월 의사 K씨의 과실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원고에게 토안 증상을 유발할 만한 다른 사정이 개입된 것으로 보이는 않는 점 등을 종합할 때, 피고가 수술을 하면서 원고의 눈둘레근육을 지나치게 올려 동여맸거나 수차례에 걸친 수술로 눈둘레근육이 섬유조직화 돼 토안증세가 생겼다"고 판단했다.

 

이어 "따라서 피고가 원고의 증상이 자신의 과실이 아닌 전혀 다른 원인으로 발생했음을 입증하지 못하는 이상, 피고는 의료과실로 인해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덧붙였다.

 

◈ 대법원 "막연하게 의사 과실 추정은 잘못"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제2부(주심 김지형 대법관)는 L씨가 자신의 쌍꺼풀 재수술을 집도한 성형외과 의사 K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9일 밝혔다.

 

재판부는 먼저 "의사의 과실로 인한 결과발생을 추정할 수 있을 정도의 개연성이 담보되지 않는 사정들을 가지고 막연하게 중한 결과에서 의사의 과실과 인과관계를 추정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의사에게 무과실의 증명책임을 지우는 것까지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원심이 추정한 피고의 과실 중 수차례에 걸친 수술로 눈둘레근육이 섬유조직화 됐다는 점을 살려보면 이는 수차례에 걸친 수술의 결과일 뿐이지, 피고가 1차 수술한 이후 원고의 오른쪽 눈이 붓고 떠지지 않는데다가 통증까지 호소하자 그 이상 유무를 확인하기 위해 추가로 두 차례의 수술을 한 것 자체로 피고에게 어떠한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피고의 수술과 토안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할 수는 있어도, 피고의 과실에 의한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을 정도의 개연성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고, 원고의 경우 과거 두 차례의 윗눈꺼풀 수술과 피고의 수술 등 수차례의 수술로 인한 흉터조직의 발생 및 수축, 눈둘레근육의 기능 약화 등으로 토안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으므로 피고에게 과실을 추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그럼에도 원심은 개연성이 담보되지 않은 사정들을 가지고 막연하게 피고의 과실을 추정해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고 말았으니, 이런 원심 판결에는 의료사고에 있어서 과실의 추정에 관한 법리오해 등으로 인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며 "따라서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케 하기 위해 원심법원으로 환송한다"고 판시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의료과실, #쌍꺼풀, #손해배상, #토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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