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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8월 15일, 우리에게는 국권침탈 100주년 및 광복 65주년인 이 날 중국 상하이에서는 한중일의 미래에 있어 유의미한 역사적 행사가 치러졌다.

 

한중일 3개국의 대학생들로 이뤄진 <한중일 역사탐험대>가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에서 아픈 과거를 회고하며 그러한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다짐하는 엄숙한 의식을 개최한 것이다. 

 

<한중일 역사탐험대>는 국권찬탈 100주년을 맞이하며 바람직한 한중일의 미래를 도모하기 위해 KBS가 기획하였다. 이를 위해 한중일 대학생들이 각각 3명씩 총 9명이 단원으로 선발되어 8박9일간의 여정으로 한중일 3개국에서 3국이 연관된 과거 속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서로 하나가 되어 남경대학살 기념관이나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 윤봉길 의사의 얼이 서린 홍구공원 방문과 같은 일정을 소화해 나가는 그들에게는 '국적'이라는 인위적 요소가 개입될 여지가 없었다.

 

"중국인·일본인과 함께 지내다 보니, 그동안의 편견이 허탈하게 느껴졌다", "반일감정 때문에 한국인·중국인들과는 친하기 힘들 것 같았는데 지나친 우려였던 것 같다", "한국인·일본인들과는 동일한 동양인의 외모처럼, 외국인이라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가까워 질 수 있음을 깨달았다"며 소감을 들려주는 이들로부터는 역사의 진보가 꿈틀거리기 시작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과거의 멍에로 인해 정체되어 있던 '한중일號'가 이제 겨우 밝은 빛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을 듯한 벅찬 감동을 받기에 충분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스스럼 없이 한데 어울리던 이들에게 하나의 예기치 못한 해프닝이 발생하고 말았다.

 

"한중일의 미래세대가 과거를 딛고 협력하는 가운데 희망찬 공동의 미래를 건설하고자 한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일반 중국인들에게 보이며, 이에 대해 지지하는 사람들의 서명을 받는 행사 중에 한 일본 국적의 단원이 '봉변'을 당하게 된 것.

 

일단의 중국인들이 "왜 일본은 남경대학살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하지 않느냐?!"고 험하게 다그치는 아찔한 순간이 벌어졌던 것이다. 이후, 그 일본인 단원에 대한 위로와 탐험대의 이상과 현실, 그 속에서의 한중일 '공동의' 미래 등에 대한 토론이 밤 늦게까지 이어졌다.

 

이번 <한중일 역사탐험대>는 한중일의 아픈 과거가 서린 곳을 한중일의 미래세대가 함께 돌아보는 가운데 현재를 성찰하고 미래를 기약했다는 점에서 작으나마 한중일 역사의 진보라고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어렵사리 지핀 그 희망의 불씨 또한 그 전도가 불투명하기만 하다. "골치 아픈 일은 생각하고 싶지도 않고 역사에 대해서도 무관심"하기만 했던 이들 '평범한' 청년들조차 한중일의 밝은 미래는, 결국 일본 정부에 좌우된다는 점을 이번 기회를 통해 체감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의 무작위는 이런 식으로 해외의 일본인들에게도 직접적으로 파급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에 대한 국가의 기본 의무조차조차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일본 정부임을 고려할 때, "과거를 딛고 일어서 밝은 미래를 열어 달라!"는 한중일 미래세대에 대한 요청은, 어쩌면 처음부터 실현되기 힘든 너무 가혹한 것이 아닐는지….

덧붙이는 글 | 우수근 기자는 중국 상하이 동화대학교 교수입니다. 


태그:#한중일, #아시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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