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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사관생도 견장에 사용되는 '닻 도형'을 상표로 사용했더라도 전체적인 외관이 유사하지 않다면 상표 등록을 인정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J(65)씨는 1985년 해군 사관생도의 견장에 표시된 닻 도형과 유사한 문양을 상표로 등록했는데, 이 상표는 닻줄을 휘감은 닻 모양의 형상이 독특하게 도안했다. J씨는 이 상표를 스웨터, 원피스, 브라우스, 청바지 등에 사용했다.

 

이에 의류업체 이랜드 등은 "해군 견장의 닻 도형은 상표 등록이 불가능한 '기장'에 해당한다"며 특허심판원에 무효심판을 청구했다가 기각 당하자 특허법원에 등록무효 소송을 냈다.

 

옛 상표법 제9조 1항은 국기·국장·군기·훈장·포장·기장·외국의 국기 및 국장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상표의 등록을 금지하고 있으며, 공적을 기념하거나 신분과 직위를 표상하는 휘장이나 표장을 '기장'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특허법원 제5부(재판장 김명수 부장판사)는 2008년 10월 이랜드 등이 J씨를 상대로 낸 상표등록무효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닻 도형이 해군 창군 이래 지금까지 각종 해군의 계급장, 군기, 견장, 수장에 사용돼 온 점을 고려하면, 해군사관생도의 견장에 표시된 닻 도형은 해군사관생도라는 특정집단을 표상하는 대한민국의 기장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데 이 사건 등록상표는 닻 도형에 동아줄을 휘감은 형상으로서 닻 도형의 길이와 너비의 비율, 화살표처럼 생긴 부분의 각도, 동아줄의 유무 등에서 위 해군사관생도의 견장에 표시된 닻 도형과 다소 차이가 있으나, 위 견장에 표시된 닻 도형의 특징적인 형상과 모양을 그대로 가지고 있으므로, 위와 같은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양 표장은 전체적으로 서로 유사하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 사건 등록상표가 지정상품에 사용될 경우 일반 수요자나 거래자가 해군과 특수한 관계에 있는 자가 생산·판매하는 것으로 오인·혼동할 염려가 있을 뿐만 아니라, 해군의 계급장 등의 닻 도형과 유사한 표장을 특정인에게 독점적으로 사용하게 하는 것은 공익상 바람직하지도 않아 이 사건 등록상표는 무효"라고 판시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제2부(주심 양승태 대법관)는 의류업체 이랜드 등이 '닻 도형'을 상표로 등록한 J씨를 상대로 "상표 등록을 취소하라"며 낸 등록무효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특허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10일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건 등록상표는 닻줄을 휘감은 검은색의 닻 모양의 도형만으로 구성돼 있는 반면 해군사관생도 견장은 오각형 도형의 중앙 바로 윗부분에 닻줄이 없는 닻 모양의 도형과 오각형 도형의 아랫부분에 학년을 표시하는 띠 형상의 선 등을 포함하고 있는 차이가 있어, 전체적으로 볼 때 등록상표와 견장은 외관이 유사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또 "닻 도형은 항구를 표시하는 일반적 지도기호로 사용되는 등 바다와 관련이 있다는 암시를 주는 표장으로 알려졌을 뿐 해군의 각종 계급장, 군기 등으로 널리 알려졌다거나 닻 도형이 해군과의 특수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일반적으로 인식됐다고 보기 어려워 이 사건 등록상표를 특정인이 독점적으로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 적당하지 않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그럼에도 닻 도형이 해군의 각종 계급장 등으로 사용돼 널리 알려진 것을 전제로 이와 유사한 이 사건 등록상표를 특정인에게 독점적으로 사용하게 하는 것은 공익상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유로 이 사건 등록상표가 옛 상표법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원심은 잘못"이라고 판시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태그:#해군사관생도, #견장, #기장, #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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