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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촉사 입구
 관촉사 입구
ⓒ 곽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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푹푹 찌는 한 여름의 더위로 정신없었던 지난 3일. 저는 외삼촌, 그리고 사촌동생들과 함께 논산에 위치한 관촉사를 찾았습니다. 관촉사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명소입니다. 기이한 은진미륵(보물 제218호)과 고풍스런 석등(보물 제232호)등, 우리나라의 값진 '보물'이 무려 2점이나 있기 때문이지요.

과거 보물의 매력에 반해 관촉사를 자주 찾곤 했습니다. 그때마다 관촉사는 다른 매력을 머금고 뜨거운 감동을 전해주었지요. 은진미륵의 맑고도 온화한 미소는 시간이 지날수록 깊어지는 듯보였고, 석등은 때에 따라 다른 빛깔을 띠며 아름다웠습니다. 갈 때마다 새롭다는 것은 바로 이곳. 관촉사를 두고 하는 말인 것 같았습니다.

관촉사 석탑 둘레에 작은 불상이 눈길을 끈다
 관촉사 석탑 둘레에 작은 불상이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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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 제232호인 관촉사 석등(石燈)
 보물 제232호인 관촉사 석등(石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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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곳을 2010년 푸른 여름, 다시 찾았습니다. 하지만 여행목적의 다른 때와는 달랐습니다. 과거가 그저 저만의 여행을 위해서였다면, 이번에는 어린 사촌동생들에게 관촉사의 매력을 설명해 주기 위해서였으니까요.

한마디로 어린 동생들에게 안내원 역할을 한 것입니다. 태양이 쨍쨍 내리쬐는 날, 남들은 물이 있는 계곡이나 바다로 떠나는데 숲 속의 사찰을 찾아간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였지요.
 
이제 고등학생인 동수와 중학생인 용수에게 관촉사는 흥미로운 사찰일 것입니다. 과거, 제가 관촉사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었던 때처럼 말입니다. 한창 호기심이 많을 나이인 두 개구쟁이는 어찌나 궁금한 것이 많은지 이것저것을 묻습니다.

"형, 저기 탑은 뭐야?"
"우와, 저 불상은 되게 크다."

무엇부터 설명해줘야 할지 고민을 하고 있는데, 삼촌이 용수, 동수에게 관촉사의 유래에 대해 들려줍니다. 광종과 혜명대사,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낸 신화 같은 이야기는 듣는 두 동생의 흥미를 자극합니다.

고려 광종 시대, 논산 관촉사 터에서는 큰 바위가 땅 속에서 솟아 아기의 울음소리를 내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꽤 기이한 사건이라 고려 조정에서는 논의 끝에 석불을 조성하기로 명을 내리게 되지요. 하지만 그 명을 받든 혜명대사는 공사 도중 어려움에 봉착하게 됩니다. 주변 지방에서 어렵사리 운반한 돌을 바로 세울 도리가 없었던 것이지요. 

관촉사 창건 설화가 담긴 벽화
 관촉사 창건 설화가 담긴 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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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혜명대사는 동자들의 부처 세우기 놀이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획기적인 방법을 생각해 냅니다. 결국 흙을 쌓은 후, 돌을 올리고 후에 흙을 빼내는 방법을 고안해 은진미륵을 완성시킬 수 있었습니다. 관촉사의 건물 바깥에는 이런 유래를 알 수 있는 그림이 있어 눈길을 끌었습니다.

18m나 되는 거대 석상의 완성에서 우리 조상들의 혜안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고려시대 최대 크기의 불상이 눈앞이 있는 사실이 놀라운지 동수, 용수는 연신 '와~'하며 감탄사를 내뱉습니다. 은진미륵의 온화한 미소를 보며 '까르르' 웃는 동생들을 보니 괜히 제 마음도 훈훈해 집니다.

관촉사 석등에서 보이는 은진미륵
 관촉사 석등에서 보이는 은진미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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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진미륵의 매력에 한참 빠져있다가 옆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눈 앞에 보인 것은 관촉사 석등이었는데, 석등도 관촉사의 빼놓을 수 없는 자랑거리입니다. 삼국시대의 석탑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단아한 멋이 있는 석등에 시선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그 단단한 화강함을 다듬어 석등을 만들어낸 우리 조상들의 열과 성에 다시 한번 고개가 숙여졌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석등과 석등의 공간 사이로 보이는 은진미륵의 모습은 무엇인가 깊은 생각을 담고 있는 것 같아 신기했습니다. 두개의 보물로 본 광경은 마음을 이상하게 쿵쿵 뛰게 했습니다.

"우와, 형. 연꽃 무늬 돌이야. 저게 뭐야?"
"아, 저건 배례석이야. 과거에 불자들이 올라서서 합장 배례하며 불심을 키우는 데 사용되었던 거야."

충청남도 유형문화재 제53호인 관촉사 배례석(拜禮石)
 충청남도 유형문화재 제53호인 관촉사 배례석(拜禮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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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촉사 화분에 핀 연꽃
 관촉사 화분에 핀 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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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촌동생들은 석등의 매력에 빠질 틈도 없이, 그 옆에 배례석으로 관심이 옮겨갔습니다. 관촉사하면 배례석(충남 유형문화재 53호)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배례석은 석탑 아래 자리잡은 연꽃무늬의 장방형의 대석입니다.

고려시대 초기에 화강암으로 조성된 이 배례석은 길이가 204cm, 폭이 103cm, 높이가 40cm의 장방형 대석으로 바닥에서 2단의 직각 괴임을 하고 그 위의 면석에는 안상을 조각하였으며 이 안상은 앞부분에 3개, 측면에 2개가 새겨져 있다. (논산시 관광안내)

석등과 마찬가지로 화강암으로 빚었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그 딱딱한 암석으로 이처럼 정교한 연꽃 무늬를 만들어냈다는 사실에 그저 감탄사만 나옵니다. 관촉사 한쪽에 있는 실제 연꽃과 너무나 잘 어울려 보였습니다.

관촉사 해탈문에서, 왼쪽부터 용수, 삼촌, 동수
 관촉사 해탈문에서, 왼쪽부터 용수, 삼촌, 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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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무더위를 이기고 들른 관촉사, 사촌동생들과 함께한 시간은 마음을 들뜨게 만들었습니다. 짧은 여행을 끝마치고 머리를 숙여야만 들어갈 수 있다는 해탈문에 서서, 기념 사진을 찍으며 즐거운 여행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즐거웠던 저만큼, 사촌 동생들에게도 관촉사가 특별한 기억으로 남길 바라봅니다.


태그:#관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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