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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들과의 저녁 식사 자리에서 성희롱, 성차별적 발언을 해 논란이 되고 있는 강용석 한나라당 의원이 20일 오후 국회에서 "성적비하 발언을 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해명하며 진땀을 흘리고 있다. 강 의원은 이날 "정치생명을 걸고 사실을 끝까지 밝힐 것"이라고 밝혔다.
▲ '진땀' 흘리는 강용석 의원 대학생들과의 저녁 식사 자리에서 성희롱, 성차별적 발언을 해 논란이 되고 있는 강용석 한나라당 의원이 20일 오후 국회에서 "성적비하 발언을 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해명하며 진땀을 흘리고 있다. 강 의원은 이날 "정치생명을 걸고 사실을 끝까지 밝힐 것"이라고 밝혔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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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어제(20일) 한 일간지 보도에서 시작해 도저히 한 나라의 국회의원이 한 말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말들이 쏟아졌다.

"토론할 때 못생긴 애 둘, 예쁜 애 하나로 구성해야 시선이 집중된다"
"다 줄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래도 아나운서 할 수 있겠느냐"
"그때 대통령이 너만 쳐다보더라"
"남자는 다 똑같다. 예쁜 여자만 좋아한다. 옆에 사모님(김윤옥 여사)만 없었으면 네 (휴대전화) 번호도 따갔을 것"

기사가 쏟아지고 트위터 타임라인이 쉴 새 없이 돌아가며 나온 주변의 소위 성폭력 문제, 사건의 전문가라고 불리는 친구들의 반응은 한마디였다. 어이구! 또?

친밀감을 성적으로 표현... 명확한 언어 성희롱

이 사건은 논쟁의 여지가 없는 명확한 언어적 성희롱이다. 하지만 이 발언이 뜨겁게 회자되고 검색어 1위를 차지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아마 거침없는, 적나라한 언어구사 능력 덕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다 줄 생각' '번호를 따다' 등의 은어적 표현과 대통령 부부 내외를 언급한 점 등이 지금까지 성희롱 발언을 한 정치인들의 '집합체'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사실 대통령 부부 내외를 언급한 점이 '감히'라는 느낌을 자아내고 덕분에 '괘씸죄'가 적용돼 제명이 빨리 결정됐다고도 할 수 있다.

20일 오후에는 박근혜 의원에 대해 강용석 의원이 쓴 글이 보도됐다. 그 글을 보면서 이 사람은 '친밀감'을 '성적'으로 표현하는 것에 너무나 익숙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근혜를 섹시하다 치켜세우고, 이명박을 여자 좋아하는 똑같은 남자라며 호명하는 것은 일종의 연대감의 표현이 아니었을까? 자신이 높은 사람들과 친하고 연줄이 닿는다는 것을 은근히 자랑하면서 가까움을 표시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그런 방식을 택한 것이 아니었을까?

강용석 의원이 매력적인 성적 대상으로 박근혜 의원을 칭송한 글은 논란을 빚었지만 사그라 들었다. 박근혜를 비롯한 그 주변의 사람들에게 칭찬 받기 위해 쓴 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 내외를 언급한 말은 그 자리에 있던 여대생에게 지위를 이용해 함부로 말을 내뱉으면서 성적 대상화하고 조롱했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같은 방식의 같은 말일지라도 누구를 향해 무슨 의도로 내뱉는가가 성희롱 사건을 판단하는 데 중요한 지점이다. 그래서 이 두 가지 사건을 동일선상에 놓고 판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 또 권력이 높은 사람도 명예가 높은 사람도 '성적'인 존재로서 여겨지는 것이 불경하고 문제는 아니다.

심하게 불쾌하고 국회의원 앞이라 싫다는 내색하지 못하고 웃어야 했던, 그 자리에 있었던 누군가의 그 슬프고 억울하고 토할 것 같은 마음을 알아주는 것, 그리고 이 나라의 가장 강력한 권력 앞에서 목소리를 낼 용기를 냈다는 것에 박수쳐주는 것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아닐까 한다.

한나라당 제명 조치에도 국회의원 신분은 유지

주성영 한나라당 윤리위위원회 부위원장이 20일 오후 국회에서 '성희롱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강용석 의원을 제명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힌 뒤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주성영 한나라당 윤리위위원회 부위원장이 20일 오후 국회에서 '성희롱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강용석 의원을 제명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힌 뒤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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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윤리위원회는 보도가 나간 몇 시간 후 재빠르게 당 윤리위원회를 열고 강용석 국회의원의 제명을 결정했다. 일각에서는 재보선 악재를 막기 위한 정치적 판단이라고 하지만 한 나라의 집권당이 정확한 사실규명 없이 앞뒤 가리지 않고 혹 떼내 듯 가장 강력한 징계인 제명을 결정하지는 않았을 게다. 어쨌든 한나라당의 결정을 존중한다.

하지만 윤리위원회에서 제명됐다고 해서 사태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2/3 이상의 의결을 통해 확정되어야 한다. 또 한나라당에서 의원 제명되는 것이 곧 국회의원직 박탈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국회의원이 뇌물을 받고 성희롱 발언을 하고 폭행을 해도 선거법을 위반해 100만 원 이상의 벌금이 확정되는 경우나 형사상 유죄가 최종적으로 선고되지 않으면 국회의원직은 유지된다.

이번 사태 같은 경우 가장 부끄럽고 속이 터지는 사람들이 누구인가? 바로 강용석을 국회의원으로 뽑고 국회로 보낸 마포구에 사는 주민일 것이다. 짐작하건대 마포 지역은 하루 종일 이런저런 구설과 창피함으로 몸살을 앓았을 것이다.

왜 국회의원은 소환하지 못하나

'성희롱 발언' 한나라당 강용석 의원을 규탄하고 의원직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21일 오전 마포구 서교동 강용석 의원 후원회 사무실앞에서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마포레인보우유권자연대, 언니네크워크, 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참석자들은 "마포구민의 얼굴에 먹칠하지 말고, 머리숙여 사죄하고 국회의원직을 자진사퇴하라"며 "사퇴를 거부하고 국회의원직을 수행해 나간다면 마포구민들이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 '성희롱 발언' 파문 강용석 의원 후원회 사무실앞 규탄시위 '성희롱 발언' 한나라당 강용석 의원을 규탄하고 의원직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21일 오전 마포구 서교동 강용석 의원 후원회 사무실앞에서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마포레인보우유권자연대, 언니네크워크, 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참석자들은 "마포구민의 얼굴에 먹칠하지 말고, 머리숙여 사죄하고 국회의원직을 자진사퇴하라"며 "사퇴를 거부하고 국회의원직을 수행해 나간다면 마포구민들이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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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현재 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뽑은 국회의원을 우리가 단죄하지 못하고 단지 사퇴를 촉구하는 것뿐이다. 민주주의의 기본은 단순히 선거를 통해 대표자를 선출하는 데 있는 게 아니다. 지속적인 감시와 견제를 통해 민주주의는 성숙한다.

하지만 현행법상 지역에서 당선 시킨 국회의원을 지역주민들이 소환해 평가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틀은 없다. 때문에 마포구민들의 참담함과 답답함을 풀 수 있는 길도 없다. 중이 제 머리 못 깍는다고 애써 이해하려 해도 역부족이다. 이 나라 국회의원들은 자신을 뽑아준 지역주민들에게 평가 받는 것이 그렇게 두려울까? 할 수 없다. 마포구 주민들이 직접 나서는 수 밖에.

이제 우리는 단체장뿐만 아니라 국회의원을 지역 주민이 소환할 수 있는 주민소환법을 만들어 내야 한다. 이번 기회에 뜻있는 국회의원과 시민사회단체, 주민들이 모여 주민의 힘, 국민의 힘이 무엇인지 보여줄 수 있는 주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내는 것, 그것이 한나라당이 던진 공을 잘 받아 크게 홈런 한 방을 날릴 수 있는 길이 아닐까?

덧붙이는 글 | 오현주님은 진보신당 마포구 당원협의회 사무국장입니다.



태그:#강용석, #성희롱, #주민소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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