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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부고속도로 청원IC를 빠져나와 17번 국도를 달리다 보면 운전자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작품이 눈에 들어온다.

 

충북 청원군 부용면 외천리 산 중턱에 자리 잡은 (주)우리모두의 냉동창고 벽에 그려진 백두산 천지의 모습이다.

 

멀리에서도 한눈에 들어오는 이 천지그림은 국도를 지나는 차량에서도 큼지막하고 선명하게 보일 만큼 그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산 중턱에 천지를 담아놓은 이는 누구일까? 그 주인공은 바로 (주)우리모두 김경숙(62) 대표이사. 김 대표는 회사를 이곳으로 옮긴 뒤 회색빛 시멘트벽이 보기 싫어 그림을 그리게 됐다고 말한다.

 

이 냉동창고에 그려진 천지 그림은 가로길이가 무려 120미터, 높이는 40미터나 된다. 아파트 13층 높이다.

 

현재 그 건물 옆으로 건물이 신축되고 있는데, 그 건물에도 천지그림과 어우러지는 그림을 그려 넣을 예정이다. 그렇게 되면 이 벽화의 총 가로길이가 무려 220미터나 된다고 한다.

 

제작비용과 과정도 과히 대단하다. 초대형 벽화를 그리기 위해 지역의 수많은 업체에 연락했지만, 규모가 너무 커 모두 거절당하고, 결국 서울에서 겨우 업체를 구해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제작비용은 무려 3억 2천만 원, 그리는 과정도 4개월이나 소요됐다고 한다. 그렇다면 김 대표는 그 많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 왜 천지그림을 그렸을까? 그 대답은 한마디로 명쾌하다.

 

"보기 좋잖아요."

 

산 중턱을 깎아서 공장을 세우고 나니 시멘트벽의 회색빛이 싫었다고 한다. 그래서 노란색을 칠할까? 베이지색을 칠할까? 파란색을 칠할까? 고민하던 중, 이왕이면 누가 봐도 보기 좋은 그림을 그려 넣자고 마음먹었다는 것.

 

그렇다면 하필 천지 그림일까?

 

"천지는 우리 조상 대대로 신령하게 생각해온 곳이잖아요. 조상님들이 영험하게 생각했던 그 천지를 늘 보며 살고 싶었습니다. 또 우리회사는 물류회사인데, 백두산 천지부터 한라산까지 물류를 담당하고 싶은 꿈도 담겨 있다고 할 수 있죠. 그리고 보기만 해도 시원하지 않습니까? 그냥 모두 함께 즐기면 되는 거죠 뭐!"

 

모두 함께 행복하고 즐겁기를 바란다는 김 대표의 말은 사실, 그의 삶의 철학이다. 비록 자신이 피땀을 흘려 번 돈이지만, 모두 즐거울 수 있다면 기꺼이 내어 놓는다. 그래서 이 회사의 이름도 '우리모두'다.

 

처음 회사이름을 '우리모두'라고 지었을 때 사람들은 의아해했다고 한다. 물류회사의 이름으로는 낯설다는 지적이 대부분이었다는 것. 그래도 김 대표는 이를 고집했고, 그 이름대로 모든 이가 함께하는 회사를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 10년 동안 해마다 2~3억 원씩을 기부했다. 사실 정확히 얼마를 기부하고 있는지조차 잘 모를 만큼 어려운 사람이 있으면 마다하지 않고 도와주고 있다.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해 달라고 하자, 옆에 있던 남편 조명구 회장이 거들었다. 이들 부부는 최근에만 해도 가톨릭 사회복지관에 김장김치 1000박스를 보냈고, 지난해 여름에는 6톤 트럭 4대 분량의 아이스크림을 지역 내 사회복지시설과 군부대 등에 나눠주기도 했다.

 

또한 베란다 새시 없이 살고 있는 영구임대아파트 10여 가구의 시설지원금을 내놓기도 했고, 집 앞에 지하수 관정을 개발해 주민들이 마음껏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도 했다. 이 뿐만이 아니라 집안에는 100개가 넘는 장독대를 두고, 장독마다 해마다 각종 장을 담아 이웃과 친지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김 대표는 "돈이라는 것은 죽을 때 가지고 갈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다 내려놓고 가야죠"라면서 "이 세상 사는 동안 이웃과 더불어 즐겁게, 건강하게, 행복하게 살기 바란다"고 말했다.

 

독실한 불교신자인 김 대표는 앞으로 5~6년 내에 은행빚을 다 갚고 나면 불교장학재단을 만들어 장학사업을 할 생각이다.

 

김 대표는 또 평생을 한복만 입고 살아온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 이유를 묻자 "남편이 좋아해서"라고 간단히 답한다. 회사를 혼자서 다 이끌어 가다시피 하는 여장부이면서도 남편을 위해서는 지고지순한 '순정'을 가지고 있는 김 대표.

 

그녀는 끝으로 "열심히 일해 주는 우리회사 직원들과 그리고 우리를 도와주시는 많은 분들이 있어서 이 모든 일을 할 수 있었다"면서 "우리의 작은 노력이 우리 모두 행복하게 사는 사회를 만드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태그:#우리모두, #백두산 천지, #김경숙, #천지 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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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나무는 자기를 찍는 도끼에게 향을 묻혀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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