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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경 스님이 지난 7일 '다시 길을 떠납니다'라는 짧은 글을 남긴 채 홀연히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그 전까지 수경 스님은 생명의 강인 4대강을 살리기 위한 기도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수경 스님의 빈 자리를 함께 채워나가자는 취지에서 '4대강에 띄우는 편지'를 연재합니다. 이 연재는 모든 시민기자에게 열려있습니다. 기사로 쓰시거나, UCC를 올려주시거나, 포토에세이도 좋습니다. 좋은 댓글도 이 연재에 반영하도록 하겠습니다. [편집자말]
 사람·생명·평화의 길을 찾아가는 '오체투지 순례단' 문규현 신부, 수경 스님, 전종훈 신부가 20일 오후 서울 남대문시장 부근 도로에서 오체투지를 하고 있다.
 사람·생명·평화의 길을 찾아가는 '오체투지 순례단' 문규현 신부, 수경 스님, 전종훈 신부가 지난해 5월 20일 오후 서울 남대문시장 부근 도로에서 오체투지를 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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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경스님이 이젠 홀로 떠났습니다. 찾지 말라며 누구도 모르게 길을 떠나, 오직 홀로 그분의 길에 있습니다. 그 오랜 시간 오랜 세월, 삼보일배와 오체투지 도반으로 파괴되고 죽어가는 금수강산 온 나라를 함께 더듬었습니다. 무엇이 우리들이 가야 할 길인지 함께 묻고, 함께 길 위에 있었건만 지금 그분은 모든 것 비우고 말없이 훌쩍 가버렸습니다. 야속하기도 하고 허허롭습니다. 솔직히 부럽기도 합니다.

허나 그조차도 길입니다. 스님은 길을 찾지 못해 그 길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그게 길이어서 그 길을 갔을 겁니다. 사람들은 '잠적'이라고도 하고 '사라졌다'고도 합니다. 그러나 단언컨대 그 무슨 단어로 표현하든, 4대강 사업과 문수스님 소신공양을 빼놓고선 스님의 행보를 이해할 수도 말할 수도 없습니다. 스님은 지금 이 순간조차도 문수스님의 뜻을 받들고 4대강을 살리기 위한 자신의 길을 가고 있는 겁니다.

문수 스님 소신공양과 수경 스님 화두 '진짜 중노릇'

'진짜 중노릇'이란 무엇인가. 이에 대한 근원적인 성찰이 끊임없는 수경스님 화두였습니다. 스님은 종단에서든 시민사회에서든 큰 어른의 위치에 있음에도 4대강 사업을 막아 세우지 못하고 있다는 자괴감, 사실은 제대로 하지도 못하면서 행세만 번듯한 것 같다는 괴로움에 자책했습니다. 그런 터에 세속사에 대한 관심이든 환경운동이든 조금만치도 관여하지 않았던 문수스님의 소신공양은 수경스님에게 결정타를 날린 것 같았습니다. 문수스님께서 남긴 마지막 유언입니다. "이명박 정권은 4대강 사업을 즉각 중지 폐기하라. 이명박 정권은 부정부패를 척결하라. 이명박 정권은 재벌과 부자가 아닌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을 위해 최선을 다하라."

 4대강 생명살림 불교연대는 25일 오후 조계종 총본산인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서울한강선원'을 설치하고 개원법회를 열었다. 조계사 경내 천막에 마련된 '서울한강선원'에서 '4대강 생명살림을 위한 24시간 참회정진 기도' 입재식에서 수경스님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4대강 생명살림 불교연대가 지난 5월 25일 서울 조계사에 설치한 '서울한강선원' 개원법회 도중 '4대강 생명살림을 위한 24시간 참회정진 기도' 입재식에서 수경스님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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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경스님은 엄청난 충격 속에 '뭘 하고 있다는 자신은 아무 것도 하는 게 없는 것 같고, 아무 것도 안하는 듯했던 문수스님은 소신으로 뭇 생명에게 자신을 공양했다'고 독백하듯 되뇌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나는 무엇이고 내 행보는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이 더 깊고 깊은 번뇌에 들어서게 한 듯했습니다.

문수스님 소신공양. 공교롭게도 지난 5월 31일, '오만독선 이명박 정권의 회개를 촉구하는 정의구현사제단 미사'가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있던 날이었습니다. 정의구현전국사제단 신부들이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며 2주일 동안 진행해온 노숙 단식기도를 마치던 날이었습니다.

이 미사에 함께 할 예정이던 수경스님이 오지를 않아 미사가 끝난 뒤 조계사로 향했습니다. 여주 신륵사에 여강선원을 개원한 뒤 그 아름다운 한강 수계 여강이 밤낮없이 4대강 사업으로 난도질당하는 현장에 몸서리치며 아파하던 스님이었습니다.

"형님, 나 괴로워 죽겄어. 아주 힘들어"라며 한밤중에 전화를 걸어 애끓는 고통을 토해내곤 했기에 그날은 꼭 만나야 했습니다. 그리고 조계사에서 문수스님 소식을 수경스님으로부터 전해 들었습니다. 사제단 미사가 진행되기 직전의 시간, 문수스님은 낙동강변에서 자신을 생명의 강들과 가난한 이들을 위한 희생 제물로 봉헌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그러셨듯이 말입니다.

스님이 떠난 큰 자리

그 때 수경스님으로부터 전해들은 또 하나의 소식은 사제단 미사가 진행되던 시간 동안 조계사 건너편 고층빌딩에 한 중년남자가 올라가 이명박 정권의 4대강 사업을 비판하며 투신하겠다 하여 소란스러웠다는 것입니다. 자신이 천주교 신자라고 주장했다는 이분은 경찰과 스님들의 설득으로 내려오긴 했다지만 참으로 위험천만한 시간이었다 합니다. 그렇게 그 하루 동안만 해도 스님들과 사제들과 신도들이 온몸과 온 목소리를 바쳐 "4대강 사업을 중단하라!"고 피토해냈습니다. 짐작하기도 어렵고 받아들이기도 쉽지 않은 한 스님의 '소신공양'까지 있으면서 말입니다. 

며칠 뒤, 조계사에 차려진 문수스님 분향소에서 다시 만난 수경스님 얼굴은 더 짙은 고뇌와 아픔으로 덮여 있었습니다. 말수는 더더욱 적어졌고 침묵은 길었습니다. 어쩌다 하는 말에는 문수스님의 소신공양이 조계종 종단 차원에서 모셔지고 있지 못한 것에 대한 큰 실망과 격한 감정이 실려 있었습니다. 전무후무한 한 스님의 죽음을 통한 질타에도 눈 하나 까딱하지 않고, 말 한마디 위로도 없이 4대강 사업을 세차게 강행하는 이 정권의 패륜 행태에 절망하고 있었습니다.

수경스님 떠난 자리가 너무 크고 휑합니다. 그렇기에 그분이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오시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들이 많습니다. 당연합니다. 그러나 스님의 번뇌와 떠남의 핵심은 그분이 짊어져야 했던 책임의 무게나 소위 대접받는 권력을 내려놓음 따위에 있지 않습니다. 주변에서 벌어지는 수선스런 상황들을 피하고자 했음도 아닙니다. 틀린 말들은 아니지만 본질을 벗어난 곁가지들에 불과합니다. 그런 억측들은 여전히 수경스님에게만 짐 지우며 자신들의 나태함을 가리고자 하는 사람들의 구실일 뿐입니다. 자신 아닌 남에게 책임을 묻고 싶은 사람들의 구구한 해석일 뿐입니다.

승적, 주지직, 온갖 세상의 직위들을 다 내려놓고 홀연히 사라진 수경스님. 여전히 많은 이들이 여기 현장에서 맨 앞자리를 든든하게 지켜주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그러나 그분은 자신이 대접받고 누릴 수 있는 모든 것을 내려놓았습니다. '소적燒蹟'이요 '소연燒緣'입니다. 그 결단이 어찌 쉬운 일이었겠습니까. 4대강 사업 중단 싸움의 중심에 있던 분이 홀연히 떠나셨다 해서 그게 허물이 될 순 없습니다. 도리어 그로 인해 백일하에 드러나는 것은 고뇌 없고 무책임한 종교인들의 벌거벗은 모습이고, 여전히 누군가가 나대신 싸워주기를 바라는 이들의 나태함과 이기심입니다.

 수경스님과 문규현 신부가 4일 오후 지리산 노고단에서 열린 '사람의 길, 생명의 길, 평화의 길'을 찾아 나서는 오체투지 순례 출발행사에 앞서 노고단 정상에서 제를 올린 뒤 손을 잡고 행사장으로 내려오고 있다.
 수경스님과 문규현 신부가 2008년 9월 4일 오후 지리산 노고단에서 열린 '사람의 길, 생명의 길, 평화의 길'을 찾아 나서는 오체투지 순례 출발행사에 앞서 노고단 정상에서 제를 올린 뒤 손을 잡고 행사장으로 내려오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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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경 스님을 돌아오게 할 길은?

문수스님을 소생시킬 길이 없습니다. 수경스님을 돌아오게 할 길이 없습니다. 스님들의 빈자리를 나서서 채우며, 남기고 간 화두를 정성껏 책임지는 것만이 그분들에게 숱하게 신세진 우리의 업을 갚을 길입니다. 수경스님 어디 계시냐고 물을 시간에, 그분을 그리며 돌아오시길 염원하는 그 시간에 스님들이 그토록 애타게 살리고 싶어 하는 저 강들의 죽음을 막아야 합니다. 그 길에서만이 수경스님을 찾을 수 있고 만날 수 있습니다. 문수스님의 뭇생명을 향한 절정의 자비심에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습니다.

이명박 정권은 어제도 오늘도 변함없이 뻔뻔하고 궤변과 패악질에 여념 없습니다. 문수스님을 모욕하고 수경스님을 비웃습니다. 단식하고 기도하고 일인 시위를 이어가는 신부들과 신도들을 조롱합니다. 6.2 지방선거에서 4대강 사업을 멈추라고 투표로 항거한 국민들 마음을 여지없이 짓밟고 있습니다. 4대강 사업은 이제 빼도 박도 못하게 진행되었으니 너희들이 마음 돌리랍니다.

온 국민이 먹는 물이고, 농토에는 물을 대주며, 숱한 생명들이 더불어 살아가는 생명의 강들입니다. 이 나라 역사와 혼과 문화를 만들어온 민족의 강들입니다. 앞으로도 우리 자식들과 함께 수만 수십 년 흘러야 할 희망의 강들입니다. 그 고고한 생명의 강, 민족의 강, 희망의 강을 고작 5년 임기 대통령이 그 모든 다양한 의견과 법절차도 무시하며 제멋대로 손대고 파헤치면서 하는 말이 '빼도 박도 못한다. 배 째라'입니다. 이게 정상적인 정부, 상식적인 사람의 모습입니까. 이미 엄청난 재원을 투입하여 공사가 많이 진행되었던 세종시 사업을 그토록 무자비하고 손쉽게 멈춰 세운 정권이니 더더욱 할 말이 아닙니다. 저들은 자기들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무슨 짓을 저지르고 있는지도 모르는 게 분명합니다.

4대강 사업을 중단시켜 주십시오. 누구든 제발 나서주십시오. 이것저것 가릴 것 없이 애타고 절박합니다. 밤낮 없는 공사강행에 강들은 하루가 다르게 초토화되고 있습니다. 사악한 자들은 죽어라 일하는 데, 살리자는 사람들은 말은 크고 행실은 적은 것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이 밀려들곤 합니다.

북한강가에 세워진 솟대와 십자가 2010년 4월 1일- 4대강 사업 반대 금식기도회가 열리고 있는 팔당유기농단지
 지난 4월 1일, 4대강 사업 반대 금식기도회가 열린 팔당유기농단지 북한강가에 솟대와 십자가가 서있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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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다 죽을 바위 찾거들랑 나를 불러 주시오

우리는 저 만신창이로 죽어가는 강들의 실상과 고통에 진정으로 마음이 닿아있는 걸까요? '그러지 못하는 나는 또 누구냐?'라는 질문의 덫에 스스로 갇힙니다만, 누가 되었든, 어느 종교인이든 정치인이든 시민사회지도자이든 제발 4대강 사업을 중단시켜 주십시오. 용산참사 희생자들, 고 노무현 대통령, 문수스님, 4대강..... 이 정권 하에서 줄지어가는 죽음과 떠남, 희생과 재앙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거든 지금이라도 저 4대강 사업만큼은 막아주십시오.

문수스님, 참으로 죄송하고 죄송합니다. 무슨 말씀을 드리겠습니까.

수경스님, 독선과 탐욕, 물질만능 세상에 의해 유린되는 살생현장을 보며 길바닥에서 서로 얼굴 파묻고 엉엉 울던 그 시간들, 서로 마땅찮아 승질 부리던 그 시간들도 다 그립소. 어느 따뜻한 겨울날, 졸다 죽을 바위를 찾게 되거든 그땐 나도 좀 부르시오. 다만 그 때까지 어느 길에 있던 그간 몹시 고단했던 날들 뒤로 하고 쉬엄쉬엄 육체보존 잘 하시오. 그리고 금수강산 온 생명들과 물아일체 무위자연 누리면서 이 아수라장 악하거나 나약한 영혼들이 어서 정화될 수 있도록 기도나 듬뿍 해주시오.

보고 싶소. 괜찮은 척 아닌 척 해도, 왜 아니 그립겠소. 기다리지 않는다지만 왜 아니 기다리겠소. 저 강들이 살아나는 날, 허허 하며 떠날 때 마냥 불쑥 우리 앞에 나타나는 즐거운 상상을 해보오. 무탈하며 잘 계시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문규현 신부는 천주교 전주교구 평화동 성당 신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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