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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서울 한국은행에서 2010년 6월 통화정책방향 관련 금융통화위원회가 열린 가운데 김중수 총재가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10일 오전 서울 한국은행에서 2010년 6월 통화정책방향 관련 금융통화위원회가 열린 가운데 김중수 총재가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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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0일 정례회의를 열어 또 다시 연 2.0%인 기준금리를 16개월째 동결했다. 금통위는 이날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도 통화정책 방향 결정문에서 '경기가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상승세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는 등의 표현을 써서 지난달 '경기 회복세'라는 표현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갔다. 또한 물가와 관련해서도 '오름세가 소폭 확대되고 있다. 경기상승세가 지속되면서 수요 압력이 점차 증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금통위 직후 기자회견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주문하는 각종 연구기관이나 상당수 언론들의 압력을 의식한 듯 "통화정책은 결코 실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저금리정책의 장기화는 이미 심각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왜 그런지를 살펴보기 위해 <도표1>을 통해 경제 성장률과 물가 상승률 추이를 살펴보자.

올해 1분기 실질GDP 성장률은 전기대비 연환산치로 8.4%, 전년동기대비로 8.1%의 높은 수준을 보였다. 이 정도 수준의 가파른 상승률이 지속된다면 올해의 경우 상당한 경기 호황을 예상할 수 있다. 이 같은 경기 확장세가 지속된다면 이미 시중에 과다하게 풀려 있는 유동성으로 물가 오름폭이 커지는 상황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양극화 심화에 따라 서민들의 체감 경기는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못한 상황에서 물가 부담이 커질 경우 서민 가계의 부담의 매우 커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미 소비자물가지수 오름폭도 커지고 있다. 올해 1분기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동월대비로는 2.7%로 일견 낮은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작년 경제위기의 특수 사정을 감안하여 전년말 대비로 보면 소비자물가는 5월까지 1.7%가량 상승해 연환산으로 이미 4%를 넘는 상승률을 보인 것이다. 이는 한국은행의 물가관리 목표치인 4.0%를 초과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일반 가계가 체감하는 생활물가지수는 5월까지 전년말 대비 2.2% 상승해 연환산으로 5.3%에 이르고 있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훨씬 상회하고 있다. 만약 한국은행의 전망처럼 성장률이 지금처럼 상승세를 지속할 경우 물가상승률이 목표치를 넘어갈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주) 한국은행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 <도표1> GDP성장률 및 물가 상승률 추이 (주) 한국은행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 김광수경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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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부동산 버블 붕괴 우려해 기준금리 인상 꺼려

이처럼 물가상승 압력이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을 꺼리는 것은 부동산 버블의 급격한 붕괴를 우려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현재의 금리 수준에서도 부동산 버블이 붕괴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마당에 기준금리 인상이 부동산시장에 충격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일 것이다.

그런가 하면 이명박 정부 들어 2008년부터 올해까지 정부 총지출이 150조 원 가량 증가했으며, 공식적인 국가채무만도 100조 원 넘게 증가했다. 공기업부문 역시 2008년과 2009년 2년 동안에 각종 부실채권과 국책사업 등을 대신 떠안으면서 85조 원 가량 채무가 증가했다. 공적 부문 전체로 무려 250조 원 가량이나 폭증한 것이다. 당연히 기준금리 인상은 폭증한 국가채무 이자부담 증가로 반영된다. 유럽의 재정위기가 진행되고 있는 마당에 이 점을 감안하여 저금리 기조를 계속 유지하려 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기준금리 동결은 사실 경제적 형평성 측면에서도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3년 만기 국채 금리가 3.6%대까지 떨어지고 있다. 그런가 하면 신규 저축성 예금 금리는 3%를 밑돌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연환산으로 4%를 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인 상태인 것이다.

현재의 저금리 정책 장기화의 문제점을 살펴보기 위해 가계 부채 및 이자소득에 미치는 효과를 구체적으로 따져보기로 하자. 주지하는 바와 같이 2004년 이후 국내 시중은행들이 부동산담보대출 확대에 열을 올리는 가운데 예대율이 100%를 넘어서자 CD와 은행채 남발과 심지어 단기외화자금까지 거액으로 차입해 부동산담보대출에 펌프질을 했다. 이런 상황에서 2008년 후반에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한국은행은 5.5%이던 기준금리를 2.0%로 인하해 경기를 부양해온 것이다.

<도표2>를 보면 2003년 카드버블 붕괴로 인한 경기침체로 기준금리를 인하함에 따라 예금은행의 예대금리도 2005년까지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2005년 경기가 호조를 보이기 시작하고 은행들이 부동산담보대출 확대를 위해 자금확보에 경쟁적으로 나서면서 2005년 중반부터 예대출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기 시작했다. 특히 은행들이 자금확보 경쟁을 전개하면서 고금리 특판 등 예금금리가 더 가파르게 상승하여 예대마진이 지속적으로 줄었다. 그러나 2008년 말에 글로벌 금융위기가 확산되면서 기준금리를 2%로 낮춤에 따라 예대마진이 급감했다.

(주) 한국은행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 <도표2> 예금가계 이자 소득 및 부채가계 이자 부담 추이 (주) 한국은행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 김광수경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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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자 희생양 삼는 마이너스 실질금리

이후 저금리 속에서 정부의 단기외화대출 급전 등으로 단기외화대출 상환위기를 넘긴 은행들은 2009년 초에 은행권 전체로 적자에 빠지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에 은행들은 대출금리는 올리는 반면 예금금리는 낮춰 예대마진을 확대하여 부실을 털어내고 수익성을 개선했다. 은행들의 무모한 부동산담보대출 경쟁으로 발생한 위기적 상황을 단기외화대출 급전과 저금리로 막아준 셈이라고 할 수 있다.

2008년 말 이후 저금리정책이 일반 가계들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언론에서는 주택담보대출자 등 주로 부채를 진 가계의 이자 부담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실제로는 은행에 여유자금을 저축하고 있는 가계들도 많다. 물론 현실에서는 양쪽의 비중이 다를 뿐 금융자산과 부채를 함께 가진 가계들이 대부분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하지만, 여기서는 분석과 설명의 편의상 부채 가계와 예금 가계를 이분법적으로 구분해서 그 효과를 따져보자.

예금은행의 가계부문 저축성예금 총액은 올 1분기 말 현재 695조 원이며, 가계신용대출 총액은 739조 원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 2010년 1분기말 현재 가계 저축성예금 금리는 4.13%이며, 가계대출 금리는 5.54%로 나타나고 있다. 이로부터 가계는 은행에 대해 예금에 대한 이자를 28.7조원 받고 대출에 대한 이자를 40.9조 원 지불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가계의 예대이자 수지는 -12.2조원의 적자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자금순환표를 기준으로 하면 가계부문의 이자수지 적자는 더욱 확대된다. 자금순환표에 나타난 개인부문의 금융부채는 2009년 4분기 현재 889.7조 원이며, 개인부문의 저축성 금융자산은 911.9조 원 정도로 비슷하다. 이를 기준으로 하면 개인부문은 약 11조 원 가량의 이자수지 적자가 발생하게 된다. 

문제는 2008년 말 기준금리를 2%로 인하했을 때 부채 가계의 이자 부담과 예금 가계의 이자소득에는 어떤 효과가 발생했을까 하는 것이다. 2008년 말 가계부문의 은행 대출이자 부담은 연환산 50.3조 원 가량이었으나 기준금리 인하로 연환산 40.9조 원으로 떨어져 연간 약 10조원 가량 감소했다. 반면 은행에 예금을 한 가계는 2008년 말의 금리인하 전에 35.2조 원 가량의 이자를 받았으나 6올 1분기 말에는 28.7조 원으로 줄어 6.5조 원 가량 감소했다.

2008년 말 금리인하 직전의 가계신용대출액을 기준으로 저금리 정책의 기회이득을 계산해보면, 은행에 빚을 진 가계는 연환산 12.2조 원(688조 원×(7.3%-5.5%)) 가량의 금리인하(보조금) 혜택을 받은 셈이라고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2008년 말의 가계 저축성예금을 기준으로 저금리 정책의 기회손실을 계산해 보면, 은행에 예금을 한 가계는 저금리 정책으로 연환산 10.5조 원(=596조 원×(5.9%-4.13%)) 가량의 이자 손실이 발생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기회이득 또는 기회손실은 저금리 정책이 길어질수록 확대되게 된다.

이로부터 저금리정책은 시장의 논리와 경제적 상황을 내세우고 있으나 경제적 형평성 측면에서는 매우 심각한 도덕적 해이를 내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정부 정책실패나 금융기관의 무모한 경영으로 인한 잘못을 저금리정책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여 예금자인 가계에게 떠넘기고 있는 것이다. 또한 성실하게 일해 번 소득을 저축해온 가계를 희생양으로 하여 빚을 내 부동산투기에 가담한 가계에게 막대한 보조금을 주고 있다. 투자실패는 개인의 책임이라고 주장하면서 그 실패의 책임을 일방적으로 예금자에게만 떠넘기고 있는 것이다.

또한 무분별한 부동산담보대출 경쟁으로 국민경제 전체에 큰 위기를 초래한 금융기관들에게도 따끔한 채찍질을 맛보게 하기보다는 금융시장 안정 운운하면서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저금리 정책과 유동성 확대로 인한 물가상승 즉 인플레이션 조세(inflation tax)까지 고려하면 일반 국민들이 저금리로 인해 떠안는 부담은 실로 막대하다고 할 수 있다.

2008년 말과 같은 급박한 경제위기 상황이라면 이 같은 조치는 불가피한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 정부와 한은의 통계발표에 의하면 경기는 경제위기 전을 훨씬 뛰어넘어 최절정의 호조를 보이고 있으며, 생활물가를 중심으로 한 소비자물가도 한은의 물가관리 목표치를 넘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마이너스 실질금리를 만들어 예금자를 희생양으로 삼는 것은 그야말로 심각한 도덕적 해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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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은 6월 11일자로 김광수경제연구소가 <경제시평>유료회원들에게 발송한 '시사경제'의 일부 내용을 수정한 것입니다.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태그:#김광수경제연구소, #한국은행 , #소비자물가지수, #저금리, #부동산 버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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