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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중학교 2학년이었던 명수(가명)의 부모님은 이혼 후 아들과 연락을 끊었다. 친할머니에게 맡겨졌지만 고령으로 명수를 뒷바라지 하기에는 힘든 처지. 딱히 돌볼 사람이 나타나지 않으면 아동복지시설로 가야했다. 마침 명수의 안타까운 사연을 접한 이웃의 목사 부부가 가정위탁을 신청했다.

 

가정위탁은 부모의 별거나 이혼, 실직, 질병, 학대 등 심각한 문제로 친부모의 양육을 받을 수 없는 아동을 친가정과 유사한 환경의 가정에서 일정기간 양육하는 것을 말한다.

 

가정위탁, 일반위탁 적고 대리·친인척위탁 많아

 

 

사춘기의 나이에 친부모가 자신을 버렸다는 아픔을 이기지 못해 가출을 일삼고 학교도 자주 결석한 명수였지만 가정위탁을 통해 변화가 싹 텄다. 위탁부모가 포기하지 않고 관심과 사랑을 쏟은 결과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현재는 전교 5등 안에 들 정도로 학업태도가 우수하다. 대학진학특별반에 들어가는 등 자신의 미래를 위해 오늘을 착실히 투자하고 있다.

 

"예전에는 꿈이라는 것을 생각도 못했다"는 명수군은 "가장 힘든 시기에 함께 해 준 위탁부모님에 대한 감사를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위기가정의 아동들에게 따뜻한 울타리를 제공하는 가정위탁은 세 종류로 나뉜다. 명수처럼 혈연관계가 없는 가정에서 이뤄지는 양육은 일반가정위탁(일반위탁). 아동의 친조부모 또는 외조부모에 의한 양육은 대리양육 가정위탁(대리위탁). 친조부모나 외조부모를 제외한 다른 친인척에 의한 양육은 친인척 가정위탁(친인척위탁)으로 분류된다.

 

2010년 3월말 현재 충남의 가정위탁 세대와 세대원 수는 4백66세대, 6백40명. 지역별로는 충남 16개 시.군 가운데 천안이 84세대, 1백8명으로 가장 많다.

 

제일 많은 위탁 유형은 대리위탁으로 3백5세대, 4백43명이다. 친인척위탁은 1백13세대, 1백42명. 혈연관계인 대리위탁과 친인척위탁의 비중이 충남 전체 가정위탁의 89.6%를 차지한다. 혈연관계가 아닌 일반위탁은 10.3%(48세대)에 불과하다.

 

가정위탁, 요보호 아동에게 따뜻한 울타리 제공

 

일반위탁이 대리위탁이나 친인척위탁 보다 비중이 적은 것에는 여러 이유가 복합돼 있다. 가정위탁 요인이 발생하면 대리위탁이나 친인척위탁을 먼저 검토한 뒤 여의치 않을 경우 일반위탁을 추진한다.

 

일반위탁은 대리위탁이나 친인척위탁과 달리 마땅한 위탁가정과 만나기가 쉽지 않을 때도 있다.

 

올해로 만 5세인 동건(가명.남)이의 엄마는 임신 때부터 암에 걸렸다. 동건이를 낳기 위해 항암치료를 거부한 엄마는 무사히 아들을 출산했지만 암의 전이로 3개월 뒤 사망했다. 고아로 성장한 동건이의 아빠는 유일한 가족인 아내가 사망하자 아내의 죽음을 아들 탓으로 여기고 동건이에게 애정을 주지 않았다. 사실상 친부의 방임상태에서 자라며 동건이는 대인관계형성에 부적응을 보이고 지능도 또래 평균보다 낮았다.

 

지난 3월 충남가정위탁지원센터에 사례가 접수돼 일반위탁이 추진중이지만 한달이 지나도록 위탁은 성사되지 않고 있다. 계속해 일반위탁이 성사되지 않으면 동건이는 시설로 보내질 수밖에 없다.

 

충남가정위탁지원센터 홍희종 팀장은 "충남의 일반위탁 부모 대기자는 34명으로 자원이 많지 않은 편"이라며 "장애가 있거나 아동의 연령이 낮으면 일반위탁 성사까지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홍 팀장은 "요보호 아동들에게 가정위탁은 따뜻한 울타리가 되어준다"며 "일반가정도 아동에 대한 애정을 지니고 부모가 소정의 교육을 이수하면 가정위탁에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정의 달인 5월, 매년 22일은 친가정와 위탁가정이 내 아이와 남의 아이를 함께 잘 키우자는 의미의 '가정위탁의 날'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천안지역 주간신문인 천안신문 575호에도 실립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가정위탁, #혈연중심, #가정위탁의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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