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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1일, 죠도신슈니시혼간지(浄土真宗本願寺)삿포로별원(札幌別院)에서는
클럽 아미타바(Club Amida Bar) 행사가 열렸습니다.

한국은 석가탄신일이었지만, 따로 석가탄신일을 기념하지 않는 일본에서 이번 행사는 죠도신슈의 창시자인 신란(親鸞)성인의 탄신일을 맞아 펼쳐진 것이었습니다.

'본당이 원나잇 클럽으로', '리얼스님이 바텐더로'라는 도발적 광고, 흔히 경험해 볼수 없는 특별한 이벤트라는 점에 힘입어, 행사 시작 30분 전인 저녁 7시 30분부터 회장은 하나킨(花金-꽃같은 금요일을 뜻하는 일본어)을 만끽하려는 직장인과 대학생, 클럽애호가들로 만원을 이루었습니다.

클럽아미타바 행사. 본당에서의 디제잉
 클럽아미타바 행사. 본당에서의 디제잉
ⓒ 장경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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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행사는 두명의 클럽 DJ의 디제잉과 유명 재즈가수인 Bird의 공연으로 이루어졌습니다만, 사찰의 특성을 살린 스님들의 활약도 돋보였습니다. 스님들이 직접 바에서 맥주와 칵테일을 판매하기도 하고, 스테이지 중간중간 등장해 찬불가를 부르거나 디제잉에 맞춰 '아미타BAR'라는 휘호를 쓰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스테이지에서 찬불가를 부르는 스님들
 스테이지에서 찬불가를 부르는 스님들
ⓒ 장경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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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라면 다소 상상하기 힘든, 신성모독(?)이라고 여겨질 수도 있는 이벤트입니다만, 사실 이번 행사는 일본 불교 부흥을 위한 일종의 자구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본은 종교로서의 불교가 이미 기능을 다 한지 오래입니다. 통계상 일본의 불교신자수는 9600만명으로 세계적 불교대국으로 알려져 있으나 이는 단지 불교를 지지하는 수치일 뿐입니다. 실제 종교로서 불교를 믿고 있는, 즉 매주 법회에 참가하는 일본인은 거의 없습니다. 단, 장례식은 불교식으로 치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흔히 일본에서 불교는 (종교기능은 없는) '장례식불교'라 불리고 있습니다.

또한 종파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일본 사찰은 일종의 직업으로서, 대물림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불교부흥과 생계유지라는 두 과제를 떠안은 젊은 주지들에 의한 신선한, 파격적인
시도들이 일본 불교에는 심심치 않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사찰을 찾아가기 힘든 대도시의 직장인들에게 적극 다가가 고민상담을 해 주거나, 부처님의 가르침을 알려준다는 컨셉의 보-즈(스님)까페, 보-즈바 등이 대표적입니다.

시대에 변화에 적응해 종교도 변화하는 건 당연한 진리일 것입니다만, 어느 선까지 형식을 유지해야 하는지, 신성과 세속의 경계는 어디인지 현재의 일본 불교는 끊임없이 스스로 묻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디제이와 함께 퍼포먼스를 벌이는, 바에서 칵테일을 흔드는 일본의 젊은 스님들의 모습에서 바가지를 들고 무애가를 부르며 마을을 도는 원효대사의 모습이 떠오르는 건, 더 많은 이들의 고민을 나누려는, 더 많은 이들에게 석가모니의 가르침을 전하려는 점에서 원효대사도, 현대의 일본스님도, 본질적으로는 같은 뜻을 품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클럽아미타바, 스님들의 휘호이벤트
 클럽아미타바, 스님들의 휘호이벤트
ⓒ 장경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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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클럽아미타바, #석가탄신일, #삿포로, #니시혼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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