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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어버이날 아이들이 학교에서 올라오겠다고 전화를 했습니다. 기특하다는 생각보다 아이들이 오면 제가 쉬지를 못해서 피곤하다 싶어 못 오게 했습니다. 또 저도 부모님을 찾아뵈야지요. 

"야. 나도 우리 엄마 아빠한테 가야돼. 오지마"
"아니, 언니랑 엄마가 데려다만 주면 아빠한테 가려고."

헉. 저는 저만 어버이인줄 알았더니 남편이 있었다는 걸 잊었습니다. 어버이날 아빠한테 가겠다는 아이들이 기특하고, 다 컸구나 싶어서 오라고 했습니다. 토요일날 와서 일요일날 아침 남편이 있는 장수를 찍고, 제천까지 아이들을 데려다 주고, 다시 제가 서울에 올라오려면 엄청나게 힘든 여행길이 되겠다 싶었습니다.  

내 차에서 나는 소리를 도로의 소리로 듣다

아침 9시 장수로 출발해서 1차선에서 120, 130km/h로 신나게 달렸습니다. 저는 해주가 "엄마. 여기 100이야. 앞에 카메라 있어. 좀 줄여"라고 말하면 급하게 줄였다 다시 속도를 내곤 했습니다. 그런데 무주 IC를 7km 앞둔 지점을 지나갈 때 차에서 드르륵 거리는 소리가 났습니다. 전 도로가 우둘두둘 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세게 달리는 것을 막기위해 도로를 그렇게 만들기도 하잖습니까.

그런데 생각보다 도로의 상태가 계속 좋지 않아서 일단 1차선에서 2차선으로 빠졌습니다. 혹시나 제 차가 문제인가 싶은 마음이 아주 코딱지만큼 들었기 때문입니다. 2차선으로 빠지고서도 좀 더 달렸습니다. 계속 도로에서 소리가 납니다. 갓길을 보면서도 선뜻 빠질 생각을 못합니다. 제가 많이 둔합니다. 

갓길이 끝나가는 걸 보고 일단 차를 빼고 브레이크를 밟으니 차가 폭삭 주저앉습니다. 워낭소리의 소처럼 주인을 안전하게 모셔다 주고 폭삭 주저앉듯이 완전 딱 그 느낌이었습니다. 쌩쌩 달리는 고속도로에 내려서 차를 보니 오른쪽 앞바퀴가 바람이 빠진 것을 넘어서 다 찢어졌습니다. 

워낭소리의 소처럼 내 차도 폭삭

 고속도로 위에서 터진 타이어
 고속도로 위에서 터진 타이어
ⓒ 권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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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바퀴를 보면 심장이 쿵하고 내려앉을 법도 한데 워낙 둔한 저인지라 신기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어떻게 저 상태가 되도록 모르고 달렸을까 싶기도 하고, 갓길 끝나는 지점에 겨우 세웠다는 것도 신기합니다. 그러나 신기함도 잠시 고속도로에 보험사 차가 올 때까지 기다리는데 엄청 두려웠습니다. 화물차가 지나갈 때마다 차가 흔들리고, 제 몸도 흔들렸거든요.  

 고속도로 갓길에 세운 차
 고속도로 갓길에 세운 차
ⓒ 권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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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엄마한테 뭐랬어? 타이어 바꾸라고 했지? 왜 내 말을 안들어?"

해주한테 혼났습니다. 해주가 최근들어 타이어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을 했었거든요. 전 속으로 그랬죠. '니가 뭘 알아? 운전도 못하는 게' 하지만 우아한 엄마이기에 "해주야. 아직은 조금 더 타도 돼. 엄마가 충분히 알아보고 할게. 걱정하지마"라고요. 해주한테 혼나도 싸다고 생각했습니다.

견인차가 와서 제 타이어를 보고 "서울 가면 다 새로 가세요. 이 타이어로 장거리 뛰시면 큰일 납니다" 서울에 돌아와서 만나는 사람마다 무용담을 말하니 사람들 반응이 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묻습니다. 

"차가 안 돌았어? 안 뒤집어졌어? 사고 안 난 게 너무 용하다."

사람들의 말을 들으면서, 또 그 당시를 돌아보면서 누군가 우리 가족을 돕지 않았다면 절대 무사했을 일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100km/h를 넘게 달리는 고속도로 상에서 타이어가 터졌는데 손끝하나 다치지 않고 살아돌아온 것이 감사하고 또 감사할 따름이었습니다.

누군가 내게 복을 주고 있다

저는 솔직히 누가 복준다 이런 생각은 안 해봤는데 오히려 이번 일로 내가 복을 많이 받고 있구나 싶었습니다. 절약해서 생명 살리는 일을 한 것이, 부처님 법을 전해서 사람들로 하여금 괴로움에서 벗어나게 한 것이 혹시나 복이 되었다면 그 복으로 위험한 사고를 피해갔구나 싶어 감사했습니다.

그래서 오늘 법문은 부처님의 가피력에 관한 것으로 선택했습니다. 다 들으시고 나면 이 자동차 사고를 바라보는 다른 관점을 가진 분의 이야기를 들려드리죠^^. 제가 한방 먹었습니다.

질문 : 기복 신앙은 어리석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면 부처님의 가피력은 어떤 것일까요? 개인적인 소원이든 전체의 바람이든 부처님께 기도하며 이루어지길 바라잖아요. 기도의 진정한 의미를 알고 싶습니다.

법륜스님 법문

노력은 안하고 결과만 바라면 욕심이고, 그것이 기복신앙이다.

이 세상 사람은 누구나 다 바람이 있습니다. 바람이 있으니까 이렇게 열심히 일을 하는 거 아니겠어요. 바람이 다 나쁜 것은 아닙니다. 바라는 게 있으면 그 바람을 이루기 위해 큰 노력을 해서 결과를 만들어야 되겠지요. 그런데 노력은 하지 않고 결과만 바라는 게 헛된 욕심이에요. 그런 식으로 할 때 기복신앙이라고 합니다.

부부 사이에 갈등이 생겼을 때, '왜 갈등이 생길까? 아! 내가 나를 고집할 때 생기는구나.' 하고 알아서 자기를 내려놓고 상대를 이해하고 맞추면 해결 불가능해 보이던 갈등이 해결됩니다. 그게 부처님의 가피입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서 내가 그대로 마음을 써 봤더니 태산을 옮기는 것보다 더 불가능해 보이던 일이 이루어졌다면 이것보다 더한 가피가 어디 있겠습니까? 그런데 남편을 고쳐서 내가 좀 편해지려고 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입니다. 그런 것이 이루어졌다고 부처님의 가피라고 한다면 다른 종교와 다를 바 없습니다.

사람이 자기가 원하는 것에, 설령 그것이 돈이든 사람이든, 거기다 지극히 정성을 쏟으면 원하는 것이 이루어집니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서, 몇 번 이렇게 저렇게 해 보다 안 된다고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내면 누가 좋아하겠어요. 그렇지만 십년 동안 한결같이 정성을 쏟으면 사람이 감동을 하지요.

얼굴도 못 생겼고 키도 작고 성질도 나쁘다고 해서 쳐다보지도 않았는데, 지극 정성으로 1년도 아니고 2년도 아니고 십년 정성을 쏟는 것을 보면 마음이 움직이지요. '아이고, 저렇게까지 하는데 내가 이렇게 해서 되겠나.' 이렇게 사람 마음이라는 게 어쨌든 움직이게 됩니다. 그렇게 정성을 쏟으면 사람이 감동하여 변화가 생깁니다. 사람들이 절에 돈을 내는 것은 대부분 돈을 벌기 위해서, 복을 구하기 위해서 돈을 보시하지요.

감동을 하면 하늘도 움직인다.

그런데 정토회에서는 큰 절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고 조그마한 빌딩을 얻어서 활동하는데, 국제 기아, 질병, 문맹 퇴치 기구인 JTS 1년 예산이 20억이 넘어요. 절 짓는 예산이 아니고 남을 돕는 데 쓰는 돈이 그만큼입니다. 그 돈이 다 어떻게 들어올까요? JTS가 하는 활동을 보고, 활동 모습을 담은 비디오를 보고 감동하면, 옷 사려고 모아 놨던 돈도, 차 바꾸려고 모아둔 돈도 다 보시합니다. 

'에이, 입던 옷 그냥 입고 저기나 줘야지.' 이런 마음이 감동 아니겠습니까? 마음에 감동이 오면 그렇게 됩니다. 정성이 있어야 감동이 있어요. 그래서 옛날부터 지성이면 감천이다, 지극한 정성은 하늘도 감동한다고 말하잖아요. 이런 감동이 오도록 하는 것이 기도입니다. 감동이 오도록 기도를 해야 하는데 우리는 그렇게 안 하지요.

감동이 오도록 기도를 하면 가피가 생깁니다. 전에는 도저히 불가능해 보이던 일이 이루어집니다. 정성을 기울이면 가피가 생깁니다. 하는 짓이 어리석어도 열심히 하면 주위 사람이 도와주지 않습니까. "아이고, 하는 게 가상해서"라는 말을 하잖아요. 도와줘 봐야 돈 떼이는 거 뻔히 알고도 하는 게 하도 가상해서 빌려줄 때 있지요? 이렇게 감동이 와야 해요. 이렇게 기도는 감동을 줍니다.

부처님이 감동한 것이 아니라 사람이 감동한 것이다.

부처님이 감동하셨다고 말하지만 살아 있는 사람이 감동한 것입니다. 옛날에 관세음보살님한테 기도했더니 누가 양식을 소에 싣고 가져오더라는 얘기가 있는데, 그 가피 내용을 보면 누가 가져옵니까? 사람이 가져옵니다. 즉 사람이 감동했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기도를 하면 기적이 일어납니다. 천지 기운이 바뀝니다.

우리가 사람을 감동시키는 것을 넘어서면 천지 기운이 바뀔 수도 있어요. 그러나 그것보다 더한 기적은 괴로움이 없는 열반의 경지, 해탈의 경지에 이르는 것입니다. 해탈, 열반은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수행 정진해야만 증득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기적 가운데 기적이며 최고의 부처님 가피력입니다.

부처님이 감동한 것이 아니라 사람이 감동했다네요. ^^ 암튼 법륜스님은 현실을 아주 냉철하게 보십니다. 부처님이 감동했다고 해야 보시를 많이 할텐데 스님이 영 세상 물정을 모르십니다.

제가 주변 사람들한테 어제 사고이야기를 하면서 '인생을 정말 잘 살아야겠더라. 앞으로 더 착하고 정직하게 살아야겠다'고 하니 손님 중 한 분이 "야! 인생을 잘 살고 못 살고가 무슨 상관이야. 니가 차 점검만 제대로 받았으면 아무 일 없었을 걸 무슨 인생까지 끌어들이고 난리야? 쓸데없는 소리 말고 앞으로 차 점검이나 수시로 해!" 합니다.

저 완전 뒤집어졌습니다. 비현실적으로 이번 사고는 내가 착한 일을 한 것에 대한 복이었다고 생각했는데 아주 냉정하게 차 점검만 잘 받으면 됐을 일이라고 말씀하시네요. 듣고 보니 그 말이 일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간혹 아무 이유없이 사고나는 경우도 있고, 아주 위험한 상황에서 살아남는 경우도 있잖습니까.  어쨌든 착한 일도 하고, 차 점검도 잘 받고 살겠습니다.

나는 행복을 전하는 보살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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