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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세등등하던 꽃샘추위도 물러갔다. 완연한 봄이다. 꽃 한 송이, 풀 한 포기도 예사롭지 않다. 앙상하던 나뭇가지에도 새순이 돋고 꽃들도 앞 다퉈 피어나고 있다. 신비롭기만 하다. 여행하기 참 좋은 날씨다.

 

봄꽃들의 릴레이가 숨가쁘게 펼쳐지고 있다. 동백, 매화, 산수유로 시작된 봄꽃이 벚꽃, 개나리, 진달래, 유채꽃으로 이어지고 있다. 요즘은 유채꽃이 만발하고 있다. 유채꽃은 제주도의 대명사였지만 지금은 우리 주변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남도에서 유채꽃을 집단으로 볼 수 있는 곳은 여러 군데다. 나주 영산강변과 완도 청산도, 장흥 회진, 고흥만 방조제 등이 꼽힌다. 이 유채꽃밭에 서면 여행객들의 마음도 온통 노랗게 물든다. 사진작가들의 마음도 한껏 부풀어 오른다.

 

전라도 나주로 먼저 가본다. 영산포를 흐르는 영산강변에서 해마다 유채꽃이 만발한다. 올해도 예외가 아니다. 지금 유채꽃이 활짝 펴 황홀경을 연출하고 있다. 영산강변 둔치 50만㎡에 지천으로 피었다.

 

햇볕을 받아 반짝이는 영산강 물줄기를 따라 피어난 유채꽃이 매력적이다. 강물까지 노랗게 물들이는 유채꽃물결이 봄철 영산포의 새로운 명물로 자리잡고 있다. 화사한 유채꽃이 영산포의 옛 영화를 추억하고 있는 것만 같다.

 

옛날 영산포는 호남 최대의 포구였다. 호남 내륙 물류의 중심지였다. 영산강을 따라 뱃길이 이어져 홍어와 젓갈의 집산지로 유명세를 떨쳤다. 하루 수십 척의 배들이 드나들면서 선창은 북적거리고 휘황찬란했다.

 

그러나 1976년 영산강하구언 건설을 위한 둑막이 공사가 시작되면서 뱃길이 끊겼다. 더 이상 배가 들어오지 않으면서 물건을 사려는 중개인들의 발길도 뚝 끊겼다. 뱃사람을 상대로 한 수많은 가게들도 모두 문을 닫았다. 번창했던 영산포가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하고 휘황찬란했던 불도 하나씩 꺼졌다.

 

영산포의 옛 영화를 영산포등대가 상징하고 있을 뿐이다. 영산포등대는 일제강점기 때인 1915년 건립됐다. 우리나라 내륙 하천가에 있는 유일한 등대다. 영산강에 뱃길이 끊긴 80년대에는 수위 관측시설로 사용됐다.

 

영산포에서 홍어축제를 여는 것도 옛 명성을 되찾는데 목적이 있다. 홍어는 푹 삭혀서 톡 쏘는 그 맛을 제일로 여긴다. 전라도 사람들은 음식 가짓수가 아무리 많아도 홍어가 없으면 잔칫상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홍어는 장에 좋고 숙취에도 그만이다.

 

영산포 홍어축제는 지난 9일 시작됐다. '알싸한 홍어와 추억과 낭만을'이라는 주제로 11일까지 유채꽃이 활짝 핀 영산강 둔치 일원에서 펼쳐진다. 홍어장사 선발대회, 홍어 OX퀴즈가 마련된다. 홍어 예쁘게 썰기, 돼지고기에 묵은 김치와 홍어를 얹은 삼합 먹기, 홍어 무료 시식, 홍어 경매 등 홍어관련 이벤트가 다채롭다. 홍어무침 한마당 등 공연도 볼거리다.

 

나주는 '천년 목사고을'이다. 나주에는 옛 목사고을의 흔적을 찾을 수 있는 유적이 많다. 당시 나주목사의 살림집이었던 목사내아 금학헌과 금성관, 남고문이 있다. 특히 금학헌에는 요즘 산벚꽃이 피었고, 이 꽃이 옛 건물과 어우러져 운치를 더해준다. 벼락 맞은 팽나무도 있다. 벼락 맞은 나무는 소원을 들어주는 신성한 기운을 지니고 있단다.

 

드라마 '주몽' 촬영지로 쓰였던 나주영상테마파크도 있다. 천연염색문화관과 반남고분군, 복암리고분군도 있다. 다도면 불회사는 한적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사찰이다. 유채꽃 활짝 핀 영산포에서 홍어축제까지 어우러지니 주말 나들이 코스로 좋겠다.

 

바다와 어우러지는 유채밭도 환상적이다. 완도 청산도의 유채도 많이 피었다. 인터넷에서 청산도를 검색하면 바로 유채꽃 풍경을 만날 수 있다. '봄의왈츠' 세트장과 함께 돌담 옆으로 피어난 노란 유채밭 사진이 먼저 나온다. 그만큼 청산도는 유채꽃이 손짓하는 지금이 가장 여행하기 좋은 곳이라는 반증이다.

 

청산도 유채꽃은 돌담길, 청보리밭, 마늘밭 등과 어우러져 환상적인 풍경을 선사한다. 신문과 방송사의 카메라맨들이 앞 다퉈 청산도를 찾는 것도 이맘때다. 청산도는 '슬로시티'로 지정돼 있다. 슬로걷기축제도 열린다. 축제는 이달 10일부터 시작, 5월2일까지 이어진다. 걸으면서 청산도의 봄을 온몸으로 만끽할 수 있는 행사다.

 

슬로걷기라고 해서 일부러 늦게 걸으려고 할 필요도 없다. 청산도에 가면 누구나 풍경에 취해 절로 걸음이 느려진다. 요즘 걷기가 열풍이라 할 만큼 대세다. 청산도에도 걷기 좋은 길을 다듬어 놓았다. 청산도 걷기 길은 3개 코스에 총연장 20㎞ 정도 된다.

 

이 길에서 화창한 날 제주도가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보이는 화랑포, 마을이 온통 돌담으로 이어진 상서마을, 망망대해를 조망할 수 있는 범바위도 만날 수 있다. 가는 곳마다 돌담길이 이어지고 바다풍광과 어우러지는 꽃과 나무가 반긴다. 봄햇살 아래서 잠시 쉬며 목을 축일 수 있는 휴식공간도 군데군데 마련돼 있다. 새봄의 정취를 만끽하기에 제격이다.

 

느릿느릿 이벤트도 마련된다. 참가자들의 걸음수 누적 합계 1억보가 되도록 하는 '슬로길 1억보 걷기'를 진행한다. 관광객뿐 아니라 주민들과 함께 어우러지는 행사다. 슬로길 1코스(6.8㎞)에서 3000보, 6000보, 9000보, 1만보 단위로 인증스티커를 배부한다. 각 지점에서 배부된 이 스티커를 모두 소지할 경우 슬로길 1코스 완보 인증서가 수여되는 것이다.

 

슬로길 1억보 걷기 참가자들에겐 또 발도장 찍기 이벤트 참여기회도 주어진다. 이밖에도 명사와 함께 하는 걷기, 다양한 소품을 활용한 걷기 체험, 보물찾기, 초분에 직접 누워보는 초분체험, 전복껍질 공예 등도 해볼 수 있다.

 

청산도는 유채 외에도 원래 볼거리가 많은 곳이다. 청산도는 '서편제', '봄의왈츠'를 비롯 많은 영화와 드라마를 촬영했던 곳. 섬 전체가 영화나 드라마를 찍기에 좋은 천연 세트장에 다름 아니다. 그만큼 자연경관이 빼어나다.

 

유채꽃 외에도 돌담이 이어지고 좁고 구불구불한 황톳길, 하늘빛에 물든 청보리밭과 마늘밭도 매력적이다. 파란 하늘과 조용한 마을 풍경까지도 상큼하다. 운이 닿으면 쟁기질 하는 소, 물질하는 해녀, 가매장 풍습인 초분도 볼 수 있다.

 

청산도는 완도항에서 배를 타고 들어간다. 완도항에서 19㎞ 정도 떨어져 있다. 뱃길로 45분 정도 걸린다. 슬로걷기축제 기간 배편도 자주 있다. 주말과 휴일엔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 사이에 10회 운항한다. 거의 매시간 운항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행사기간 주말과 휴일엔 자동차를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

 

평일엔 하루 4회 운항한다. 뱃시간과 상관없이 승객이 많으면 대체선박도 투입한다는 게 선박운항사인 청산농협의 방침이다. 평일엔 자동차를 가지고 들어갈 수 있다. 유채꽃을 찾아 떠나는 영산포와 청산도. 축제도 참여하면서 새봄의 기운을 만끽할 수 있는 여정이다.

 

덧붙이는 글 | 영산포는 4월 6일에, 청산도는 4월 8일에 다녀왔다.


태그:#유채밭, #영산포, #청산도, #영산포 홍어축제, #청산도 슬로걷기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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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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