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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1.
영도 남항 선체 수리장,
닻줄에 묶인 페인트 다 벗겨진 선박.

더 이상 수리를 할 수 없는지
수상(水上)의 집이 되어 있다.

누가 월세라고 주고 들어와 사는 것일까.
주홍빛 나일론 모랏줄에
말, 메리야스, 팬티가
바람에 나붓낀다.

아무렇게나 던져진
붉은 고무 다라이에 
노란 패랭이꽃 하늘거린다.

어느 망망한 대해를 
헤치고 다니다가
저렇게 부서진
몸으로 귀환한 것일까.

철썩거리는 검은 파도에
지우개처럼 지워져서
희미한 배 이름 석자, 
갈...매....호...
어느 집 문패인양 정겹다.

때묻은 브리치 창에서
흘러나오는 함초롬한 불빛에
드리워진 물방울 무늬 커튼
해풍에 푸른 물방울
하얀 물방울 번갈아 날린다.

배 밑바닥 어창에는
썩어가는 눈다랑어라도 있는지
퀴퀴한 악취가
금이 간 선창
청색 테이프
떨어진 틈새로 
흘러나오는, 

온 몸이 벌겋게 
열꽃처럼 녹이 핀 
늙은 나귀 같은 갈매호…

2.
철썩-철썩-파도에
밀리면서
노쇠한 몸에 익힌
뱃길 하나 
자꾸 기억나는가. 

흰 파도를
백발처럼 날리며 
망가진 이마를 
쿵쿵 방파제에 찧으며, 

뚜-우 뚜-우
녹슨 무적에
졸음 가득한
녹등 하나

간신히
뱃머리에 
내다 걸고서 ….

선
▲ 폐 선
ⓒ 영화, 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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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갈매호, #항로, #뱃길, #포구, #선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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