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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이야기하지만 결국 누구를 위한 것일까요.
 모두를 이야기하지만 결국 누구를 위한 것일까요.
ⓒ 안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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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의 궁극적인 가치는 인간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소통하여 막힘없이 조화로운 세상을 만드는 것에 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쉽고 편하게 그리고 행복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유니버설 디자인은 사회 평등과 인간가치의 실현을 추구하고자 하는 철학을 담고 있습니다. 또한 이는 모두를 위한 디자인으로, 서로 함께 공유하고, 장벽을 없애며, 소통하는 사회적 솔루션으로서의 디자인을 추구합니다. 세계디자인수도 서울2010은 4U를 기반으로 해서 "모두를 위한 디자인"으로 시민과 함께 시민이 행복한 서울을 만들어 나가고자 합니다.'

'디자인 서울' 홈페이지에서 얘기하는 '디자인 포 올(DESIGN FOR ALL)'의 정의다. 필자는 'DESIGN FOR ALL'이라는 이 훌륭한 단어를 어처구니없는 현장에서 만났다.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에 위치한 숭곡중학교 신축 공사 현장의 가림막의 돌출간판에서다.

숭곡중학교 공사 현장은 서울북공고와 숭곡초등학교 사이에 위치해 있는데, 이곳은 학생들의 등하교 시간에는 아주 혼잡한 곳이다. 공사 때문에 가뜩이나 인도도 좁아졌는데 이 'DESIGN FOR ALL'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는 돌출간판으로 인해 아이들이 다칠 위험에 처해 있었다.

아침 등교시간엔 혼잡한 인도로 자전거와 오토바이도 지나가는데 이 돌출간판이 아이들 얼굴이 닿는 높이에 끝처리도 안 된 날카로운 상태로 버젓이 부착되어 있었다.

붐비는 등교시간, 아이들이 얼굴이라도 부딪힌다면...
▲ 아찔한 모서리 붐비는 등교시간, 아이들이 얼굴이라도 부딪힌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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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인도에서 아이가 자전거에 부딪히는 사고가 있었는데, 숭곡초등학교 학부모가 이를 보고 성북구청과 성북교육청에 항의를 했다.

그런데 기관에서 돌아온 답변은 등굣길을 우회하라는 것이었다. 실사를 나와 보지도 않고 어린 학생들에게 그 먼 거리를 돌아가라고 하는 그들이 과연 누구를 위해서 일하는 사람들인지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더군다나 오세훈 서울시장의 '디자인 서울'의 취지가 인간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모든 사람들이 쉽고 편하게 그리고 행복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을 보면 이 사건은 정말 어처구니없는 것이다. 자신의 치적을 홍보하기 위해 그곳을 지나는 사람들의 눈높이도 간과하며 위험한 돌출간판 홍보를 감행하는 것이 과연 'DESIGN FOR ALL'의 정신을 구현하는 것인가?

이것이 비단 성북구의 이 공사 현장에서만 일어나고 있는 일은 아닐 것이다. 서울시는 4억 원 넘게 들여 만든 플라워 카펫을 두달만에 뒤집어엎고, 17억 원이 넘는 스노우보드 점프대를 도심 한복판에 설치해서 사람들의 통행을 방해하는 일이 '디자인 서울' 만들기라고, 진정 생각하는 것일까.

서울시가 작년 한해 홍보비로 900억을 썼다 하고 올해는 무려 500억 원의 예산을 잡았다고 한다. 서민에게 절실한 일자리 예산이나 복지 예산은 등한시하며 '사회 평등과 인간 가치의 실현을 추구'하고자 한다는 "모두를 위한 디자인"으로 시민이 행복한 서울을 만들어 나갈 수 있을까?

다행히 숭곡중학교 공사현장의 돌출 간판은 진보신당 성북구 당원협의회에서 공사 담당자에게 항의하여 19일 철거 되었다. 그 간판에 들어간 예산도 서울 시민들의 세금에 의한 것일 텐데, 앞으로도 이런 낭비 예산이 얼마나 될지 주목해 볼일이다.  

좁은 인도를 더 좁게 만드는 가림막과 돌출간판
▲ 숭곡중학교 신축현장 가림막 좁은 인도를 더 좁게 만드는 가림막과 돌출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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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성북구, #디자인 수도 서울 2010, #안영신, #오세훈, #통학 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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