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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이상 계속되던 비가 잠시 그쳤다. 그 사이 봄햇살이 얼굴을 내민다. 3월 들어 처음 대하는 햇살인 것 같다. 비 개인 틈을 타서 가까운 박물관 나들이에 나선다. 목적지는 국립광주박물관이다.

 

바깥 날씨는 조금 쌀쌀하다. 강원도 지방에선 눈 소식도 들려온다. 봄꽃을 시샘하는 추위인 게 분명하다. 하지만 콧등을 스치는 바람에서도 봄기운이 묻어난다. 꽃샘추위도 그리 오래 갈 것 같지는 않다.

 

새봄이 가까이 와 있다는 건 봄꽃에서 느낄 수 있다. 여기저기 꽃들이 많이 피었다. 숲은 아직 갈색이고 나뭇가지도 여전히 앙상하다. 하지만 봄꽃을 피우는 나무들은 잎이 돋기 전에 먼저 꽃을 피웠다.

 

먼저 눈길을 끄는 게 분홍색이다. 저만치서도 한눈에 유혹하는 홍매화다. 겨울의 기운이 아직 가시지 않은 나무에서 피어난 분홍빛깔이 더욱 선명하다. 잎이 없는 탓인지 꽃이 더 돋보인다.

 

매화는 예부터 청초한 생김과 향으로 선비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꽃이다. 섬진강변 매화에 앞서 핀 홍매화는 색깔만큼이나 향기가 진하다. 고혹적이다.

 

다른 꽃보다 먼저 핀 탓일까. 꽃의 생김새가 성글고 도도하기까지 하다. 홍매로 인해 눈이 호사를 한다. 모처럼 보는 분홍빛깔이 갈색 톤의 마음에도 봄빛 돌게 한다. 색깔만으로도 열정을 갖게 하는 봄꽃이다.

 

봄의 생동감은 꽃을 보고 환호하는 아이들의 표정에서도 묻어난다. 엄마와 나들이 나온 아이의 활기찬 몸놀림에서도 봄이 왔음을 직감한다.

 

꽃샘 추위에 맞선 봄꽃들의 시위 행렬에 산수유꽃이 뒤를 따르고 있다. 홍매가 정열적인 분홍 빛깔로 봄을 이끌고 있다면, 산수유꽃은 샛노란 빛깔의 청초함으로 봄을 합창하고 있다. 노랑색은 봄을 대표하는 색깔이다.

 

산수유꽃의 노란 빛깔이 정말 곱다. 그 고운 빛깔이 보는 이의 마음까지도 간질이며 설레게 한다. 이렇게 샛노란 산수유가 가을에 빨강색의 '보약'을 주렁주렁 매단다고 생각하니 신비스럽기까지 하다.

 

봄꽃들의 합창은 울타리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개나리꽃도 피었다. 봄의 길에서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는 그 꽃이다. 지난 겨울, 햇살이 조금만 따사로우면 바로 꽃을 피워 올리던 그 꽃이다. 마치 봄이 온 것으로 착각하도록….

 

제철을 만난 산수유와 개나리는 샛노란 색깔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하얀 목련도 꽃망울을 머금고 있다. 멀지 않아 온 산하를 하얗게 노랗게 빨갛게 분홍빛으로 물들일 봄꽃들의 향연이 시작된 셈이다.

 

숨 가쁘게 달려온 새봄이 형형색색의 꽃을 피울, 남도의 '꽃봄'이 시작됐다. 우수와 경칩을 지나면서 먼저 시작된 남도의 꽃봄은 이제 가장 길게, 가장 아름답게 펼쳐질 일만 남겨 놓고 있다.

 


태그:#꽃봄, #홍매화, #산수유꽃, #국립광주박물관, #봄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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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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