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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땅에 발을 딪고 처음 만난 아이들은 음악으로 내게 인사했다.
▲ 잠보! 한국 선생님~ 아프리카 땅에 발을 딪고 처음 만난 아이들은 음악으로 내게 인사했다.
ⓒ 강명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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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방학 때마다 여행을 자주 다녔지만, 이번 방학은 나만 좋은 여행보다 함께 나누는 여행이 하고 싶었다. 그래서 '배워서 남주자!' 란 모토로 친구들과 여행 콘셉트를 기획했다!

그래서 날아간 곳은, 검은 땅 아프리카 대륙에 있는 케냐이다. 나이로비에서 한 시간 정도 자동차를 타고 들어가면 키자베 작은 마을 '마이마히유'에 한국인 선교사님이 운영하시는 Joy Homes 고아원과 초등학교인 Joy Vision Academy가 있다. 이곳은 13명의 초등학생들과 20여명의 고등학생들이 살고 있다. 듬직한 산등성이가 고아원을 둘러싸고 있고, 2층에서 바라보는 드넓은 평야엔 파란 교복 입은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다.  물이 귀한 곳임에도 불구하고 첫날 우리는 귀한 손님 대접을 받으며 뜨거운 유황 온천수로 목욕을 하는 기회를 누렸다.

 "아프리카에서 온천욕을 할 수 있다니... 이게 웬 횡재인가?"

축복의 땅에 발 디딘 첫날부터 이곳의 생활이 기대가 되었다.

도착한 다음날 오전 7시, 교정에서 깔깔거리며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만날 수 있었다. 먼저 와서 반겨주는 아이들, 까만 얼굴에 하얀 치아와 초롱초롱한 눈망울이 너무 귀여워 깨물어 주고 싶었다. 첫 수업은 1학년과의 오르프 수업, 음악교과목이 정규과정에 없었지만 생활 그 자체가 음악이었던 아이들은 따로 무언가를 배우지 않아도 될 만큼 재능이 뛰어났다.

말리듬, 노래하기, 악기연주하기, 신체움직임 등 아이들이 좋아하는 활동으로 우리는 서서히 마음을 열고 친구가 되었다.
▲ 즐거운 오르프 음악시간 말리듬, 노래하기, 악기연주하기, 신체움직임 등 아이들이 좋아하는 활동으로 우리는 서서히 마음을 열고 친구가 되었다.
ⓒ 강명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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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똑똑한 케냐 아이들과의 첫수업

영국의 식민지였던 케냐는 영어, 스와힐리어, 종족언어 이렇게 3개 국어를 기본적으로 할 수 있다. 언어능력이 뛰어난 아이들은 노래나 의미 없는 말리듬을 아주 잘 따라했다. 그 중에 가장 인기 있었던 '에뽀이 따이따이에'는 Joy Vision Academy의 교가가 될 정도로, 1학년부터 5학년까지 시도 때도 없이 교정에 울러 퍼졌다. 노래에 맞춘 간단한 몸동작과, 게임형식으로 진행했던 노래배우기는 언어도 통하지 않고 얼굴색도 다른 이 아이들에게도 통한 것이다.

교실에서 의자와 책상을 밀고 흙먼지 투성인 교실에 동그랗게 앉아 노래 부르고 쉐이크를 흔들어가며 해맑은 웃음과 진심어린 마음을 서로에게 전달했다.

리듬의 길이와 음표들을 처음 보는 아이들은 눈이 휘둥그려지며 열심히 배웠다. 마침내 그들은 리듬 앙상블까지 멋지게 마쳤다!
▲ '난생처음 보는 콩나물들' 리듬의 길이와 음표들을 처음 보는 아이들은 눈이 휘둥그려지며 열심히 배웠다. 마침내 그들은 리듬 앙상블까지 멋지게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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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수업이 끝난 다음에도 계속 되었던 오르프 배우기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이곳에서, Joy Homes 아이들과 호롱불 앞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난생처음 배우는 음악 이론시간을 가졌다. 신체 타악으로 박자를 익히고, 그림으로 음길이도 배우고 나무타악기(우드 블럭, 투톤 블럭, 클라베, 드럼스틱 등)로 리듬 앙상블을 연주했다. 아이들은 연신 깔깔거리며 음악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악기를 주고 즉흥으로 연주를 시키면 프로 뺨치게 연주하는 그들. 4팀으로 나누어 리듬 앙상블 연주를 시도했는데 역시나 쉬는 박에선 절뚝거린다. 두 시간을 들여 열심히 연습한 끝에 우리는 멋진 리듬을 주고받으며 멋진 연주가 완성되어 갔다.

'놀라운 일이다!'

음표도 모르던 그들이 콩나물 음표를 보고 연주를 하다니 케냐인의 음악성은 타고나는 것임을 다시 한 번 절감했다. Joy Homes 10주년 기념 공연에서 밀대와 드럼스틱으로 멋진 난타공연을 선보였다. 기립 박수를 받을 정도로 훌륭한 무대를 만들어냈다.

"와토토 와토토 종구카~ " 줄넘기 삼매경에 빠지다.
노래하고 뛰는 아이들
▲ '꼬마야 꼬마야' 뒤를 돌아라~ "와토토 와토토 종구카~ " 줄넘기 삼매경에 빠지다. 노래하고 뛰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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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꿈을 향해 계속 뛰어라

우리나라 전래동요인 '꼬마야 꼬마야'를 고아원 큰 아이에게 부탁해 스와힐리어로 번역했다. '와토토 와토토 종구카~' 노래를 부르니 알아서 뒤를 돌며 뛴다. 노래를 완창 했더니 손도 들고, 땅도 집고, 박수도 치는 재치 있는 아이들. 고산지대라 숨을 헐떡이며 걷기초차 힘든 곳에서 아이들은 잘도 뛰고 잘도 뛰어다닌다. 5~6명 있던 곳에 어느새 30여명이 몰려와서 모두들 돌아가며 줄넘기 속으로 뛰어드는 아이들, 우리는 노을 지는 교정에서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내 플라스틱 슬리퍼에 잔디 열매의 날카로운 가시가 촘촘히 붙어 있었다.

'맨발로 뛴 아이들에게 내가 무슨 짓을 한 것인가?'

몸서리치게 놀랐지만 아이들이 나로 인해 웃을 수 있고 즐겁게 뛰어놀았으니 그것으로 미안한 맘을 달랠 수밖에 없었다. 줄넘기를 하며 높이높이 뛰어올랐던 이 아이들이 꿈을 향해서도, 비전을 향해서도, 그렇게 웃음 잃지 않고 용기있게 높이 뛰어올랐으면 좋겠다.

5년만에 비가 오지 않던 건조한 땅에 환영합니다란 노래에 하늘은 응답했다. 빗소리와 아이들의 퍼포먼스는 환상적인 콘서트가 되었다.
▲ 가슴벅찬 '비'와 함께한 음악 시간 5년만에 비가 오지 않던 건조한 땅에 환영합니다란 노래에 하늘은 응답했다. 빗소리와 아이들의 퍼포먼스는 환상적인 콘서트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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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그리고 또다른 벅찬 순간들

5년 동안 비가 오지 않았던 건조한 이 땅에, 우리가 온 지 며칠 되지 않아 검은 구름이 몰려오더니 후두둑 빗방울을 떨어뜨렸다. 함석으로 된 교실 천장을 두드리며 여느 타악기 못지않은 아름다운 소리를 만들어냈다. 그때 나는 5학년 학생들과 '푸기야 라파 아쉐아쉐~' 아프리카 노래를 함께 부르고, 봉고와 북으로 리듬을 만들어내며, 또 한 쪽에선 리코더로 아름다운 멜로디를 연주하기를 지시하고 있을 때였다. 이 아름다운 오케스트라에 모두들 춤을 추려는 즈음 하나님께서 더 없는 멋진 빗소리를 허락하셨다. 한국에서 초등학교 오르프 앙상블 팀과 아프리카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며 즐겼던 그 곡을 이 곳 현지 아이들과 연주하는 그 순간 더 없는 무대를 선사해준 하나님께 감사의 박수를 보낸다. 연주 후에 아이들과 교실 밖으로 뛰어나가 손을 내밀며 비를 맞던 그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손님이 오면 비가 온다는 믿음에 하늘은 고마운 응답을 해주었다.

활동이 있는 음악감상- 생상스 '수족관'을 들으며 보지못한 바다를 나무악기, 몸으로 꽃게, 산호초, 물고기가 되어보기
▲ '바다세계' 표현하기 활동이 있는 음악감상- 생상스 '수족관'을 들으며 보지못한 바다를 나무악기, 몸으로 꽃게, 산호초, 물고기가 되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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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방학맞이 특별수업

우리가 이곳에 도착하고 2주 뒤에 아이들은 방학을 맞이했다. 나는 조이홈스 아이들에게 방학맞이 특별수업을 해주고 싶었다. 어떤 수업을 할까 고민하다, 바다를 보지 못한 아이들에게 음악으로 바다를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다가 그려진 그림을 보여주며 바다에서 사는 생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고래, 상어, 꽃게, 물고기 떼, 산호초 등을 몸으로 나타내보기, 어울리는 악기를 찾아 소리내보기 등 여러 가지 활동을 아이들과 경험해 보았다. 한국에서 준비한 물방울 불기로 비눗방울을 만들어 '물속'을, 오색 리듬막대로 '물결'을, 마라카스로 '꽃게 눈'을, 슬라이드 휘슬로 오르락 내리락 바닷 속 '물고기 떼'를 아이들의 솜씨로 다양하게 만들어보았다. 우리는 바다를 몸으로 눈으로 소리로 느낄 수 있었다. 생상스 '수족관' 음악을 들으며 바다 표현하기에 몰두했다. 조이홈스 아쿠아리움에서 재간둥이 어린이들과 멋지게 바다 세계를 완성한 것이다.

잘 있으렴 나의 천사들...
▲ 과헤리~ 꼬마들~ 잘 있으렴 나의 천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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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다시 만날 그날을 기대하며

아프리카에서의 4주간의 여정, Joy Homes 의 Joyer(기쁨이들)과 Joy Vision Academy 학생들과 함께한 음악시간은 나도 즐겁고 아이들도 즐거운 소중한 시간이었던 것 같다.  지금도 녹음해 두었던 아이들의 노래 소리를 들으며 앞으로 더욱 잘 배워서 그들과 다시 나누고자 한다.

이들을 통해 나는 '오르프 음악교육을 잘 배웠구나' 새삼 하나님께 감사를 드리게 되었다. 여전히 드럼을 두드리고 춤을 추며 에너지 넘치는 아프리카에 두고온 내 꼬마친구들은 잘 지내고 있겠지?

"안녕? 꼬마들!" 하며 다시 갈 그날을 꿈꿔본다.

덧붙이는 글 | *2009년 7월~8월까지 아프리카 케냐에서의 교육활동을 이야기로 담았습니다. 아프리카에서 즐거운 여행기를 박진희 기자가 계속 오마이뉴스에 연재하고 있습니다. 검색하세요!



태그:#오르프 , #음악교육, #아프리카, #케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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