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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Blog)를 꾸리고 운영하다 보면, 책을 좋아하는 블로거(Blogger)분들을 많이 만납니다. 저도 책 읽는 것을 좋아합니다. 또 그렇게 읽은 책은 대부분 독서후기로 정리를 해서 제 블로그에 공개합니다. 그래서 필요에 의해 검색을 통해 찾아오는 불특정 다수의 많은 인터넷 누리꾼들과도 조건 없이 함께 나누고 있습니다.

파올라 라펠리 씀, 최병진 옮김, 마로니에북스
▲ 모네, 빛의 시대를 연 화가 앞면 그림 파올라 라펠리 씀, 최병진 옮김, 마로니에북스
ⓒ Paola Rapell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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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보니, 저도 책 읽기를 좋아하고 독서 후기 나누는 일을 즐겨하는 많은 이웃지기님들과 정보도 나누고, 교류하며 친근하게 지냅니다. 그리고 또 대부분은 '책 나눔' 마당에 동참하면서 집 방에서 먼지 쓰고 쌓여있는 책들을 각종 이벤트를 통하여 서로 나누기도 합니다. 그렇게 지난 해, 이웃지기이신 아디오스님의 관련 후기 글을 통하여 좋은 책, 한 권을 선물로 받았습니다.

제 방 구석에서 제 키 높이까지 쌓여 있던 책들 가운데, 조금 늦었지만 그 좋은 책을 골라서 읽고 정리해 나누려고 합니다. 이 책은 프란시스코 호세 데 고야 이 루시엔테스(Francisco José de Goya y Lucientes, 스페인, 1746-1828)의 예술가로서의 삶과 작품을 당대의 사회, 문화, 정치적인 맥락에서 조명하였으며, 에술 작품과 관련하여 주요 인물과 장소에 대한 배경지식을 더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책의 지은이 파올라 라펠리(Paola Rapelli)는 저도 갖고 있는 책, '반고흐 미술관'과 우리나라에도 번역, 출간되어 있는 옆 자료의 책, '모네, 빛의 시대를 연 화가'를 쓴 작가이기도 합니다. 밀라노(Milano) 대학을 졸업했으며, 미술사가로 1985년부터 미술교육을 시작하였고, 미술사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기자로도 활동하였으며, 미술 관련 책을 여러 권 출간한 중견 작가입니다.

말년까지 왕성한 작품 활동 한 낭만주의 천재 화가

스페인의 대표적인 낭만주의 화가이자, 판화가이기도 했던 고야는 궁정화가이자 기록화가로서 많은 작품을 남겼습니다. 1746년 3월 30일, 고야는 스페인의 북부에 위치한 아라곤 지방의 작은 시골 마을, 푸엔데토도스에서 태어났습니다. 외가는 지주 계급이었으나 아버지는 금 도금업자로 가족의 생계를 꾸리기에도 벅찬 생활로 어려움을 겪습니다.

1760년에 고야의 가족은 사라고사(Zaragoza)로 돌아와 집을 마련하여 이사합니다. 이 곳에서 에스쿠엘라스 피아스 수도회의 학교에 입학하였으며, 이 때의 마르틴 사파테르와의 친분과 경험은 고야의 인생과 예술적 취향에 많은 영향을 줍니다. 고야는 14세가 되자 화가 호세 루산의 도제로 들어가 데생 기술을 완벽하게 익혔으며, 후에 에칭이나 데생 작품도 많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Brush drawing, 1795, Metropolitan Museum of Art, Manhattan, New York, United States
▲ 고야의 자화상(Self-Portrait) Brush drawing, 1795, Metropolitan Museum of Art, Manhattan, New York, United States
ⓒ Go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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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3년 고야는 당시 궁정화가였던 프란시스코 바예우(francisco Bayeu, 스페인, 1590-1660)의 여동생, 호세파 바예우(Josefa Bayeu)와 결혼을 하였으며, 1786년 카를로스(Carlos) 3세의 초상화를 그린 이래 왕가의 초상화를 그리기 시작합니다. 1789년에는 정식으로 궁정화가가 되었고 1799년 수석 궁정화가로도 활동하였습니다. 궁정화가로서 고야는 왕과 왕후를 비롯한 많은 왕족과 귀족의 초상화를 그렸으며, 유작으로도 많이 남아 있는 화가입니다.

고야가 활동하던 18세기 중반의 유럽은 급격한 변화와 왕위계승 전쟁이 종결되었던 시기입니다. 카를로스 3세가 왕위에 오르며 수많은 예술가와 건축가들을 궁정에 초빙하여 급진적인 변화와 함께 고대 미술에 대한 열정을 불러일으킵니다. 1798년 고야는 파도바의 안토니오(Santo António de Pádua, 로마 가톨릭 성인, 1195-1231)를 기념하여 마드리드에 있는 플로리다 성 안토니오 성당의 벽화를 그렸습니다.

고야의 말년인 1808년에서 1814년까지 프랑스와 스페인 사이에 반도 전쟁이 일어납니다. 고야는 이 반도 전쟁에 관한 여러 기록화를 남겼으며, 프랑스 대혁명의 지지자였지만 자신의 조국 스페인을 침략한 프랑스군의 만행을 있는 그대로 묘사합니다. 1810년에서 1820년까지 제작한 '전쟁의 재난(Los Desastres de la Guerra)'이라는 판화집에는 전쟁 중에 일어난 학살과 비인도적 만행을 기록하였으며, 1828년 82세를 일기로 사망하였습니다.

Oil on canvas, 1786-8, 프라도 미술관(Museo del Prado), Madrid, Spain
▲ 카를로스 3세의 초상화(Charles Ⅲ) Oil on canvas, 1786-8, 프라도 미술관(Museo del Prado), Madrid, Spain
ⓒ Go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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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고야가 큰 영향을 받은 화가는 디에고 벨라스케스(Diego Rodríguez de Silva y Velázquez, 스페인, 1599-1660)입니다. 그의 개성적이면서 세련된 양식의 수많은 작품들을 모사하였습니다. 또한 스페인 궁정의 총망받는 화가이자, 12세 손위 처형이었던 프란시스코 바예우(francisco bayeu, 스페인, 1590-1660)의 제자를 자청하기도 하였습니다.

고야의 20대 후반은 집중적인 다작 활동의 시기입니다. 사라고사 외곽에 있는 아우라데이 수도원에 '예수와 성모 마리아의 일생'을 주제로 한 유화 11점을 제작하였는데, 1774년에 완성한 이 작품은 지금까지도 투명한 색채를 자랑합니다. 또한 바예우와 함께 여러가지 색실로 그림을 짜 넣는 왕립 테피스트리(tapestry) 밑그림 제작에도 참여하였으며, 완벽한 균형의 명작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Oil on canvas, 1795, 프라도 미술관(Museo del Prado), Madrid, Spain
▲ 프란시스코 바예우의 초상화(portrait of francisco bayeu) Oil on canvas, 1795, 프라도 미술관(Museo del Prado), Madrid, Spain
ⓒ Go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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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고야의 작품들 가운데, 고금을 막론하고 가장 매혹적인 누드화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아래의 작품 2점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19세기 에스파냐의 정치가인 마누엘 데 고도이(Manuel de Godoy, 에스파냐, 1767-1851) 재상이 소장했던 1880년과 1883년 사이에 제작된 작품으로, 후에 '외설적인 그림'이라는 혐의를 받고 종교재판소에 압수되었다가 지금은 프라도 미술관에서 관리되고 있습니다.

몇 년 뒤, 아래 2번째 작품과 같은 '옷을 입은 마야'란 작품도 탄생되었는데, 아마도 마야의 벌거벗은 몸을 감추기 위해 의도적으로 제작되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옷을 입지 않은 마야 만큼이나 유혹적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후에 그려진 아래의 마야가 더 매혹적이고 요염해 보이며, 시선을 잡아 끌어 당기는 매력과 함께 더 고혹적이고 아름답게 보입니다.

Oil on canvas, 1800, 프라도 미술관(Museo del Prado), Madrid, Spain
▲ 벌거벗은 마야(nude maja) Oil on canvas, 1800, 프라도 미술관(Museo del Prado), Madrid, Spain
ⓒ Go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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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il on canvas, 1800-3, 프라도 미술관(Museo del Prado), Madrid, Spain
▲ 옷을 입은 마야(clothed maja) Oil on canvas, 1800-3, 프라도 미술관(Museo del Prado), Madrid, Spain
ⓒ Go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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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누드화와 비교해도 절대 뒤지지 않는 인간 신체의 아름다움을 매력적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비너스' 그림이나 에두아르 마네(Édouard Manet, 프랑스, 1832-1883)의 ''올랭피아(Olympia)', 티치아노(Tiziano Vecellio, 이탈리아, 1488-90년경-1576)의 '비너스' 그림과 비교해도 단연 돋보이며, 전체적인 분위기에서 고귀한 매력을 발산하는 멋진 작품입니다.

이 1800년까지 고야의 명성과 신망은 최전성기를 누립니다. 하지만 궁정사회에 더 이상 흥미를 느끼지 못했고, 이 시기에 의뢰받은 초상화 뿐만 아니라, 자기 만족을 위한 다수의 작품과 소규모의 작품들을 제작합니다. 다만 이때 예술가로서의 시선과 애국자로서의 시선 사이에서 괴로워했으며, 스페인 민중과 나폴레옹 사이의 전쟁이 고야의 작품활동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Oil on canvas, 1814, Museo del Prado, Madrid, Spain
▲ 1808년 5월 2일, 맘루크족의 진격(the second of may 1808) Oil on canvas, 1814, Museo del Prado, Madrid, Spain
ⓒ Go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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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il on canvas, 1814, Private collection
▲ 1808년 5월 3일, 마드리드 저항군의 처형(may 3, 1808) Oil on canvas, 1814, Private collection
ⓒ Go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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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동판화 연작, '전쟁의 참화' 제작에도 착수했는데, 당시 전쟁에 대한 고야의 깊은 분노를 유감없이 표출했으며, 민중의 고통을 인식하고 표현합니다. 마지막 그의 판화 작품들은 전쟁이 끝난 뒤에야 제작되었으며, 인간성이 바닥까지 떨어진 인간의 행동들과 나폴레옹 군대의 잔인한 상징성을 적나라하게 풍자하고 있습니다. 그런 그의 유작들을 많이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 가운데 특히 위 두 그림은, 1808년 5월 2일, 마드리드 저항군, 맘루크족의 진격 장면과 1808년 5월 3일, 마드리드 저항군의 처형 장면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나폴레옹 군대가 황량한 몬클로아 언덕에서 저항군을 향해 총구를 겨누고 있으며, 왼쪽 저항군의 어두운 얼굴과 모습은 체념하고 죽음을 맞이하듯 양 팔을 번쩍 들어 올리고 있습니다. 이에 비해 군대의 총과 그 칼날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날카롭게만 보입니다.

왼쪽 저항군에게 비춘 밝은 빛이 유독 그의 새하얀 웃옷을 비추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셔츠의 순백색은 순결과 결백을 상징합니다. 이 인물은 마치 십자가에 못 박힌 인류 구원의 빛처럼 조용하면서도 무척 차분하고 강직하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이 작품은 마드리드의 프라도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는데, 이를 통해 고야의 역사 인식과 전쟁을 반대하는 불굴의 의지를 표명하였습니다. 

Oil on canvas, 1797-8, Museo del Prado, Madrid, Spain
▲ 비행 중인 마녀들(witches in the air) Oil on canvas, 1797-8, Museo del Prado, Madrid, Spain
ⓒ Go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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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고야는 그의 일생을 통하여, 현재 마드리드의 스페인 내무부와 프라도 미술관에도 소장되어 있는, 위 '비행 중인 마녀들'과 같은 '검은 색채의 그림' 연작들을 많이 그렸습니다. 아래 옆에 소개한 고야의 자화상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이 작품은 대중에게 알려진 화가의 자화상 가운데 가장 감동적이고 인상적인 유작입니다.

Oil on wood, 1815, Academy of San Fernando, Madrid, Spain
▲ 자화상(self-portrait) Oil on wood, 1815, Academy of San Fernando, Madrid, Spain
ⓒ Go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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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고야는 자신의 내면을 발견해 표현하기 위해 실제 일상 생활에서도 자신의 영혼에 집중하여 깊숙이 파고 들었습니다. 즉 그의 눈 속에서 중대 위기를 맞은 노년의 부담감과 정신적인 고통을 엿볼 수 있는데, 그래서 특히 검은 색채의 연작 가운데 걸작으로 꼽히는 작품입니다.

검정에 가까운 짙은 갈색 색채와 명암, 농담에서 아주 세밀한 변화를 통하여 묘사한 검은 뒷 배경과 얼굴이나 웃옷의 색체와 명암을 통하여 그의 상념에 찬 깊은 내면을 잘 드러낸 원숙한 작품으로 승화시켰습니다. 이런 작품의 특성들 때문에 오늘의 이 책 제목도 '검은 관능의 시선'으로 설정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상으로 파올라 라펠리가 지은 '고야, 검은 관능의 시선'을 통하여 감상했던 그림들에 대해 모두 정리합니다. 이 책에 대해 읽고 느낀 소감과 생각을 다음과 같이 5가지로 총정리합니다.

검은 색채로 인간의 깊은 내면을 묘사한 인상적인 작품 세계

첫째, 이 책은 고야의 간략한 약력이나 작품 활동, 작품의 특징들에만 집중하지 않고, 그 배경 지식과 고야가 활동한 당대의 역사적인 상황, 그리고 그런 것들이 고야에게 미친 영향까지 전반적인 배경과 상황적인 정보들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지은이는 고야에게 영향을 미쳤던 시대의 유명한 스승들과 함께 활동했던 화가들까지 폭넓은 미술사를 보여줍니다.

파울라 라펠리 씀, 박미훈 옮김, 마로니에북스
▲ 고야, 검은 관능의 시선 앞 그림 파울라 라펠리 씀, 박미훈 옮김, 마로니에북스
ⓒ Paola Rapell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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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미술 이야기 책이지만, 다양한 시각과 폭 넓은 시선으로 그림을 들여다 볼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재미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림을 처음 만나는 독자들이나 그림에 두려움을 갖고 있는 독자라고 할지라도 부담없이 책장을 넘기며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그림책으로 추천합니다.

둘째, 더불어 이 책은 143쪽의 작고 얇은 책입니다. 크기도  210mm×145mm로 손에 들기에도 아담해서 가지고 다니며 어디에서든지 펼쳐보기에 아주 좋은 책입니다. 그러므로 약속이 있을 때나 출퇴근 길에 틈틈히 읽고 활용하기에 좋은 책으로 누구에게나 추천하고 싶습니다.

셋째, 이 책의 겉 모습은 반양장 표지이며, 길이도 143쪽이고, 크기는 210×145mm인 작은 소책자로, 세로로 긴 형태입니다. 그림 인쇄와 소개를 위해 속 종이의 재질도 무척 두꺼운 용지여서 뒷장의 글씨도 잘 보이지 않고 신경도 쓰이지 않았으며, 책장 끝 가장자리도 상대적으로 날카롭지 않아 내내 읽기에는 편리했습니다.

넷째, 처음부터 끝까지 읽으며 오타는 발견되지 않았고, 어법이나 어순, 띄어 쓰기가 잘못된 부분도 다행히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꼭 1년 전인 2009년 1월 10일에 초판 1쇄로 발행된 최근의 책입니다. '마로니에북스' 출판사의 이런 출간 준비와 수정, 편집, 관리는 대부분 좋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다섯째, 이처럼 이는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는 고야의 그림에 대해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는 책이었습니다. 특별히 시간을 내지 않더라도 손에 들고 다니며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여 읽을 수 있는 즐거운 책으로 강력히 추천하며, '고야, 검은 관능의 시선'에 대한 독서 후기를 모두 갈무리합니다.


모네 : 빛의 시대를 연 화가

파올라 라펠리 지음, 최병진 옮김, 마로니에북스(2008)


태그:#GOYA, #고야, #관능, #마로니에북스,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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