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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가 다가오는 요즘 야권의 뜨거운 감자는 반MB연대다. 이명박과 한나라당이 정권을 차지해서 한국의 민주주의를 크게 후퇴시켰으니 야권이 모두 연대를 해서 한나라당을 몰아내야한다는 것이 요지다. 이는 민주주의가 공고화된지 20년이 넘어서 군부정권 시대의 민주대 반민주 구도가 되살아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민주주의가 지난 정부에 비해 후퇴해서 한나라당이 척결해야할 대상인지, 반MB 연대로 한나라당을 끌어내면 한국 민주주의가 풍요로워질지는 의문이다.

 

우선 현 정권 와서 민주주의가 심하게 후퇴했다는 사실을 짚어보자.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은 선거라는 정당한 절차에 따라 취임한 정권이다. 물론 무리한 진압으로 생존권을 요구하던 철거민이 희생된 일도 있었다 건설자본의 배를 불려주는 사업의 일종인 4대강 사업을 속도전을 내어 추진한 일도 있었다. 물론 시위하는 철거민을 진압 대상만으로 삼는 것은 거리의 갈등을 정치적으로 제도화하려 하지 않고 은폐시킨다는 점에서, 4대강 사업의 속도전 추진은 절차적 민주주의를 왜곡한다는 점에서 분명 민주주의가 잘못된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는 지적은 옳다.

 

하지만 문제는 이전의 노무현 정권도 이러한 이명박 정권과 큰 차별성을 띄지 않는다는 점이다. 민주화 이후 노태우 정부를 제외하고 노동자를 가장 많이 구속시킨 정권은 노무현 정권이고 분신한 노동자에게 분신으로 자기 입장을 말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훈계한 이가 노무현이다. 그리고 노무현 정권 때에도 각종 반대 시위를 공권력"만"으로 탄압하거나 원천 봉쇄한 일도 많았다.

 

더욱이 노무현 정권은 한미FTA 추진에서 절차적 민주주의를 노골적으로 왜곡시켰다. 한미FTA는 삼성경제연구소가 긍정적으로 평가한 보고서를 발표한 이래로 급속도로 추진되기 시작했다. 추진 과정에선 비판자들의 의견을 쇄국정책 지지자로 몰아붙이는 등 무시하기 일쑤였고, 수치 조작을 하거나 각종 광고를 통해 한미FTA를 미화하는 것은 일상적 풍경이었다.

 

더 중요한 것은 노무현 정권과 이명박 정권은 보통 사람들의 삶을 개선시키지 못하고 부유층에게 유리한 정책들을 적극적으로 펼쳤다는 것이다. 노무현 정권 시절에 지니계수는 2004년 0.341포인트에서 2006년 0.351포인트로 상승했고, 소득5분위 배율은 2003년 1/4분기 7.81포인트에서 2006년 1/4분기에는 8.36까지 올라갔다. 저임금 노동자 비중도 2002년 23.2%에서 2005년에는 26.8%포인트로 상승했다. 이는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인 미국의 24.9%(2004)를 뛰어넘은 것이다. 비정규직은 2002년 8월 384만명에서 2005년 8월 548만명까지 상승했다. 임금노동자 가운데 차지하는 비율은 27.4%에서 36.6%로 증가한 것이다. 

 

이명박 정권 하에서 부자감세가 논란이 되기도 하지만 노무현 정권 시기 부자 감세도 오십보 백보였다. 법인세를 2% 인하했으며 상하위 계층 간 조세부담률 격차는 2003 5.16배에서 2005 3.59배로 감소했다.

 

따라서 이명박 정권 들어와서 유달리 민주주의가 후퇴했다고 평가하는 것은 타당하지 못하다. 일부 차이가 있다면 국정운영스타일에서 이명박 정부가 다소 권위적인 면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정운영스타일이라는 문제는 보통 사람들의 삶에 큰 체감을 주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정부가 얼마나 민주적인 것인가라는 평가는 보통 사람들의 어려운 삶의 문제가 정치적으로 제도화되어 해결되었는 것인가라는 문제로 평가되어야 한다. 따라서 이명박 정권은 노무현 정권과 차별적인 정권으로 보기보다는 연속선상에서 평가하는 게 적절하다.

 

이런 시점에서 반MB구도를 불러오는 것은 지난 정부에 대한 올바른 평가를 무마시킨다. 더욱이 반MB 구도는 지방선거에서의 동원 전략일 뿐, 한국 사회에 대해 구체적인 대안을 가진 것도 아니다. 따라서 이는 사회경제적 의제를 민주 대 반 민주 구도라는 거대담론 속에 종속시키는 것이다. 일찍이 샤츠슈나이더가 "갈등의 확장력을 통제하는 절차가 곧 정치체제의 양상을 결정한다"고 지적했듯이 사회경제적 갈등의 축을 통제하는 반MB 연대는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보수 양당 구도로 정치체제를 만들게 하기 쉽다. 이것은 국민 주권을 토대로 하는 민주주의가 개개인의 삶을 향상시켜주지 못한 지난 20여년의 양상이 계속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반MB연대론이 사회경제적갈등을 대표할 수도 있다는 지적을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반MB연대론의 선두주자인 민주당이 한미FTA 철회나 복지정책의 확대 등 신자유주의 반대에 동의할지도 의문이다. 예를 들어 지난해 발표된 민주당의 뉴민주당 플랜은 우경화라는 비판이 있었듯이 정체성이 너무 모호하다. 게다가 노무현을 계승한다는 국민참여당은 노무현 정권 시절의 실정에 대해 모호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한국 민주주의에 중요한 것은 야권의 담론이 이명박과 한나라당을 척결하자는 식의 반MB연대론에 매몰되지 않고 보통사람들의 사회경제적 삶을 정치적으로 제도화해서 개선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안을 세우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참고문헌
경향신문
E. E 샤츠슈나이더 『절반의 인민주권』(후마니타스, 2008)
유종일 「참여정부의 '좌파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창작과 비평 2006년 가을호》
이대근 「DJ-노무현 정권은 진보?」 《레디앙》
최장집, 박찬표, 박상훈 『어떤 민주주의인가』(후마니타스,  2007)


태그:#이명박, #반MB, #노무현, #한나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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