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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한 공권력 행사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경찰관을 폭행한 경우 공무집행방해죄로는 처벌할 수 없지만, 상해죄에는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술에 취해 대리운전으로 귀가하던 A(60)씨는 2007년 9월 28일 오전 6시경 수원시 영통구 매탄동 자신의 아파트에 진입하려다 전자카드가 없어 차단기가 올라가지 않아 경비원에게 차단기를 열어달라고 했으나 열어주지 않자 격분해 차단기를 억지로 올리다 일부 파손시켰다.

이후 A씨는 아파트 진입로에 주차돼 있는 자신의 차량을 이동시키지 않은 채 경비원 등과 말다툼을 벌였다.

이때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 J씨가 진입로를 막고 있는 차량을 이동하기 위해 A씨에게 차량 열쇠를 달라고 했으나 응하지 않아 A씨의 주머니에 들어 있던 차량 열쇠를 꺼내기 위해 손을 뻗었다.

이에 A씨는 욕설을 하면서 J씨의 넥타이를 잡아당기고 계급장을 손으로 잡아 뜯어버리고 이마로 얼굴을 들이받는 등 10일 간의 치료를 요하는 상해를 가했다.

1심, 공무집행방해와 상해 모두 유죄

결국 A씨는 경찰관 J씨에 대한 공무집행방해와 상해, 재물손괴 혐의로 기소됐고, 1심인 수원지법 형사14단독 오세용 판사는 지난해 4월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다.

오 판사는 "피고인의 경찰관 J씨에 대한 행위는 자신의 열쇠를 탈환하기 위한 정당방위 또는 정당행위라고 주장하나, 당시 정황에 비춰 보면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행위로서 사회통념상 상당한 이유가 있다거나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행위라고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항소심, 공무집행방해와 상해 모두 무죄

반면 항소심은 1심과는 달리 A씨의 공무집행방해 및 상해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단했다. 수원지법 제1형사부(재판장 이동철 부장판사)는 지난해 9월 벌금 200만 원을 선고한 1심 판결을 깨고, A씨의 재물손괴(차단기)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벌금 10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경찰관 J씨가 피고인의 동의를 받지 않고 적법한 영장을 제시하지도 않은 채 실력으로 피고인의 주머니에서 차량 열쇠를 꺼내려고 한 행위는 적법한 공무집행이라고 볼 수 없고, 피고인이 이를 거부하는 방법으로 J씨에게 폭행을 가했다 해도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고 판단했다.

또 "이러한 위법한 공무집행을 면하려고 반항하는 과정에서 J씨에게 상해를 가한 것은 자신의 신체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에서 벗어나기 위한 행위로서 형법의 정당방위에 해당해 위법성이 조각된다"며 "따라서 공무집행방해와 상해 혐의는 무죄를 선고한다"고 덧붙였다.

대법원, 공무집행방해는 무죄... 상해는 유죄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제3부(주심 안대희 대법관)는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공무집행방해와 상해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상해 혐의는 유죄 취지로 사건을 수원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고 25일 밝혔다.

상해와 관련, 재판부는 "비록 경찰관 J씨가 피고인의 주머니에서 차량 열쇠를 꺼내려고 한 행위가 부적법한 것으로서 피고인이 부당한 법익침해를 방위하기 위해 저항할 수 있다고 해도, 계급장을 손으로 뜯고 이마로 얼굴을 들이받는 등으로 J씨에게 상해를 가한 행위는 부당한 법익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행위로 볼 수 없어 상해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태그:#공무집행방해, #공권력, #경찰폭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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