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서울시교육청이 서울지역 학교들에 대해 '직영급식 전환을 1년 유예'하도록 허가했다. 이에 따라 19일 전국 모든 학교가 위탁급식에서 직영급식으로 바뀌어야 하나, 서울시 학교 중 일부는 이날 이후에도 위탁급식을 하기로 결정했다. 사진은 나주시 영산포 초등학교 급식 모습.
 서울시교육청이 서울지역 학교들에 대해 '직영급식 전환을 1년 유예'하도록 허가했다. 이에 따라 19일 전국 모든 학교가 위탁급식에서 직영급식으로 바뀌어야 하나, 서울시 학교 중 일부는 이날 이후에도 위탁급식을 하기로 결정했다. 사진은 나주시 영산포 초등학교 급식 모습.
ⓒ cric.re.kr

관련사진보기


원래 내일(19일)은 전국의 모든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주고 있는 급식을 위탁급식에서 직영급식으로 전환해야 하는 날입니다. 하지만 선생님이 교장으로 계신 학교는 내일 이후에도 계속 위탁급식을 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아니 지금이 방학 중이니 개학 이후에도 위탁급식을 계속 하기로 했다는 것이 더 정확하겠군요.

전문지식도 없는 교장과 교사가 급식문제를 신경 쓰는 게 너무 부담스럽고, 급식은 위탁업체가 하는 것이 전문성 면에서 바람직하다고 선생님은 계속 하소연 하셨고, 서울시교육청이 서울지역 학교들에 대해 '직영급식 전환을 1년 유예'하도록 허가하면서 이런 일이 가능해졌습니다.

서울시에 유독 교장선생님 같은 분들이 많고, 또 서울시교육청이 선생님 같은 분들을 적극 옹호하기 때문에 전국의 학교 90%가 직영으로 전환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의 직영급식 학교는 50%밖에 되지 않습니다. 진보교육감이 당선된 경기도의 96% 직영전환과도 너무 큰 차이가 납니다.

어쨌든 직영전환이 유예됨으로써 교장선생님은 업무부담이나 책임 소재로부터 자유롭게 되었습니다. 직영급식을 하면 식자재 선정, 구매, 검수, 영양교사 채용 등 급식 관련 업무를 선생님이 관리해야 하는데 그럴 일이 없어졌습니다. 위생 관련 사고가 발생하면 자칫 책임져야 할지도 모르는데, 앞으로 1년간은 그러지 않아도 됩니다. 선생님 입장에서는 참 다행이라 생각하실 것입니다.

하지만 교장선생님. 학생들 입장에서는 어떻습니까. 원래 학교 직영급식의 취지는 예전부터 끊이지 않고 이어져 온 급식사고로부터 학생들을 보호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위탁급식을 하는 학교의 식중독 비율은 직영급식을 하는 학교보다 무려 다섯 배나 높습니다. 그만큼 직영급식의 안전성은 이미 검증됐습니다.

교장선생님 입장에서는 책임과 부담이 줄어들었겠지만 아이들의 안전성은 다섯 배나 뒤처진 채 다시 1년이 흘러야 합니다. 선생님 입장에서도 안타까운 일이 아닙니까. 그런 점에서, 제 판단으로 직영전환을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환을 하지 않은 선생님이나, 선생님의 행동을 옹호하고 오히려 면피할 핑계거리를 만들어준 서울시교육청에 큰 유감입니다.

제가 얘기를 들어보니, 작년 4월 10일에 시도교육청과 지역교육청의 학교급식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2009년도 학교급식 연수회>가 열렸다지요. 그 자리에서 전라북도의 모 사립고등학교가 "밝은 미소로 아이들을 내 아들같이"라며 직영전환을 한 사례가 우수사례로 발표됐다고 들었습니다.

이 학교도 선생님의 학교와 거의 다를 것이 없는 학교입니다. 그럼에도 앞장서서 직영전환을 한 것입니다. 이 학교 교장선생님이라고 해서 선생님처럼 그런 부담이 없었겠습니까. 하지만 학생들 건강을 위해서 직영전환을 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이런 걸 보더라도 선생님이 직영전환을 하지 않을 이유는 더욱 없어지는 것 같습니다.

저는 이번 직영급식 전환 무더기 유예사태를 보면서 서울시교육청을 또 다시 보게 됐습니다. 이전에도 알았지만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것이지요. 지금은 공정택 교육감이 그 직을 상실했지만 지금 서울시교육청은 공정택 교육감 시절 했던 일들을 고스란히 하고 있습니다.

일제고사 비판교사들에 대한 무더기 징계, 자사고 전면 확대와 고교선택제 강행, 그리고 최근의 직영급식 유예까지 서울시교육청은 일반 학생보다는 교육관료들을 위해, 보통 서민자녀보다는 부유층 자녀들을 위해 존재해 온 기관이라는 생각입니다. 올해 교육감 선거에서는 서울시교육청을 근본에서부터 뜯어고칠 그런 교육감이 당선돼야 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절실합니다.

본론으로 다시 돌아가서 말씀드립니다. 교장선생님! 학교직영급식 1년 유예를 따 내셨지만 '시간을 벌었으니 다른 교장선생님들과 힘을 합쳐서 아예 이 법을 폐기하도록 해야겠다' 하는 그런 생각을 하시지는 말기를 바랍니다. 실제로 그런 흐름이 아주 크기에 말씀을 드리는 것입니다.

학생들의 건강을 2순위~3순위에 놓는 교육이 무슨 교육입니까. 학교급식의 질 제고, 학생 건강의 증진, 안전하고 맛있는 학교급식 등 법의 취지나 교과부 연수 우수 사례는 무시하신 채, 오로지 교장선생님의 편의를 생각해서 판단할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이렇든 저렇든 간에 교장선생님의 결정 때문에 선생님의 학교 학생들은 앞으로 1년간 위탁업체가 만든 급식을 먹게 되었다는 사실, 그로 인해 학생들의 건강권이 일부나마 침해됐다는 점을 선생님께서 헤아리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서울시교육청이 유예시킨 1년이 아니라 조만간 안전한 직영급식을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결단을 내리시길 선생님께 부탁드립니다. 그것이 평생 교육자로서 살아오신 선생님의 양심에도 맞는 일일 것입니다.

학생과 학부모들을 생각하시어 현명한 결정을 내려주시리라 믿습니다. 초면에 너무 일방적으로 얘기했다면,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선생님의 새해 건강과 건승을 빌겠습니다. 


태그:#직영급식, #위틱급식, #서울시교육청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