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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년 첫날을 용맹스럽게(?) 시작하는 궁사 10여 명은 대전 중구 안영동 만성산(해발 266m)에 올라 해돋이를 보며 안녕을 기원했다. 이들은 보문정(대전 중구 생활체육궁도연합회) 궁사들로 전통무술인 궁도를 연마하는 사람들이다.

해가 산 위에 오르자 궁사들이 바라보고 있다.
▲ 해돋이 해가 산 위에 오르자 궁사들이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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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7시 52분, 서대산(해발 904m, 충남 금산군 부추면과 군북면 경계에 있는 산)에 해가 떠오르자 환호성을 지르며 서로에게 새해 인사를 건네고 덕담을 나누었다. 이어 궁사들은 원모양으로 엎드려 서로에게 절을 하며 한해의 무탈을 기원했다. 또 파이팅을 외치며 함께 힘차게 나가자고 다짐했다.

새해 들어 첫 해가 산 위로 솟아 오르고 있다.
▲ 경인년 해돋이 새해 들어 첫 해가 산 위로 솟아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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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산에서 내려와 국궁장에 들러 굴이 들어간 떡국으로 아침식사를 대신한 후 경인년 새해 첫 활시위를 당겼다(궁도 용어로는 발사). 궁사들은 하나같이 '궁도를 하면서 전신운동은 기본이며 특히 정신수양에 큰 도움이 된다'고 입을 모았다. 또 '과녁을 바라보며 시위를 당길 때는 잡생각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궁사들이 엎드려 서로에게 절을 하고 있다.(좌) 파이팅을 외치며 힘찬 출발을 다지고 있다.
▲ 무탈기원 그리고 파이팅! 궁사들이 엎드려 서로에게 절을 하고 있다.(좌) 파이팅을 외치며 힘찬 출발을 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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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도를 시작한 지 2년 반 됐다는 김판욱(충남대 교수, 궁도국제심판) 궁사는 "궁도는 우리나라 전통무술이기에 계승하고 정신과 육체를 건강하게 하고 있다"면서 "타 스포츠에 비해 저비용과 일기에 영향을 받지 않고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운동이다"고 궁도의 장점을 귀띔했다. 김 궁사는 또 "우리 민족이 평화롭게 살고, 민주주의가 신장되며 올 한해도 모두가 건강했으면 좋겠다"며 새해 소원을 피력했다.

궁사들이 새해 들어 첫 활시위를 당기고 있다.
▲ 새해 첫 활시위 궁사들이 새해 들어 첫 활시위를 당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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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두희(55세, 복수동, 중구생활체육궁도연합회 부사두) 궁사는 경력 5년째로 새해 소원을 묻자 "궁도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으면 좋겠다"며 "특히 여궁사의 수가 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정신수양에 좋으며 운동을 함으로써 행복하고 즐겁다"며 "갱년기가 오는 시기에 궁도를 시작해 갱년기를 잊었다"고 말했다.

발사 중이던 궁사들 뒤쪽에 있던 기자가 옆에 있던 한 궁사에게 궁도의 궁금증을 묻자 다른 궁사가 다가와 벽 쪽에 써진 한자를 가리켰다. 그 한자는 궁도 9개훈 중 하나로 '습사무언(習射無言, 활을 쏠 때는 침묵을 지킨다)'이었다.

궁사들이 발사 한 후 과녁 근처에 떨어진 화살을 찾고 있다.
▲ 화살 회수 궁사들이 발사 한 후 과녁 근처에 떨어진 화살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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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도국제심판인 김판욱 궁사는 한국 궁도의 우수성을 말했다.

- 우리 활은 족속이라고 얘기 하는데 또 동이족이라고도 한다. 맥궁(貊弓)이라고 있었는데
옛날부터 동북아시아에서 맥족속이 만든 활, 우리 전통 활로 굉장히 우수했고 그 활을 가지고 전쟁터에서 승리로 이끌 수 있었다. 맥족속이 쓰는 활을 맥궁이라 했는데 전 세계적으로 유명했다.

- 우리 전통 각궁은 6가지 복합소재인데 뽕나무, 대나무, 소심줄 등 복합적으로 만든 활인데 복합궁이라 한다. 각궁은 탄력 있고 위력적이다. 그런 전통을 두고 있기 때문에 40여 개국이 참가하는 세계민족궁대회서 우리의 활 성능이 우수하다고 정평이 나 있다. 활 길이는 짧은데 실제 쏴보면 300m까지 나가기 때문에 전 세계 사람들이 탄복하여 사가고 또 극찬하고 배워가려고 애를 쓴다.

- 세계민족궁대회 할 때 미국은 20m 모형을 놓고 활을 쏘고, 일본은 60m, 우리나라는 40~140여m까지 쏜다.

- 전 세계 활을 크게 두 종류로 대변할 수 있는데, 롱보우와 리커브드보우라 한다. 롱보우(긴 활)는 유럽이나 일본에서 쓰고 있는데 활의 길이가 2m가 넘기 때문에 활에 현을 혼자서는 못 건다. 그렇기에 말을 타고 쏠 수 없어 보병들만 사용했고 사거리도 짧았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의 활은 길이가 짧기 때문에 말을 타고 적진에 돌진하여 기동력 있게 자유자재로 쏠 수 있었다.

말 위에서 활시위를 자유자재로 당기는 모습이 활을 잘 쏘는 민족임을 암시하는 듯하다.
▲ 무용총 수렵도 말 위에서 활시위를 자유자재로 당기는 모습이 활을 잘 쏘는 민족임을 암시하는 듯하다.
ⓒ 강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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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진왜란 때도 이순신 장군이 조총을 가지고 덤벼드는 외선을 무찌를 수 있었던 것도 조총보다도 화공(火攻, 전쟁 때에 불로 적을 공격함), 화살에 불을 붙혀 즉 화공을 할 때 사거리가 길었기 때문에 외적의 적선을 물리칠 수 있었던 것이다. 또 매복 시에도 짧은 거리에서 (활로)난사하기 때문에 많은 적을 물리칠 수 있었던 것이다.

- 우리 민족이 활을 잘 쏘는 민족이었기 때문에 지금도 세계에서 양궁을 계속 제패할 수 있는 기초가 된 것이다.


태그:#궁사, #새해첫활시위, #보문정, #국궁장, #한국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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